정말로 후텁지근한 장마철이다.
서울 신학원 연수회에 다녀온 다음날 하루 연가를 내고 쉬었는데,
아침부터 책 한권과 물 한병을 들고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정모시에 갔다.
꺠끗한 물이 흘러내리는 시원한 소리와 풋풋하게 풍기는 나무숲의 향기에 취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점심도 잊고 킬링타임용 소설 한권을 다 읽었다.
혼자만 이러한 여유를 느끼기엔 너무 아쉬워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위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책 한권과 삼다수 한 병에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움,
장마철 더위에 재충전이 필요하신분, 서귀포 정모시 시원한 물가로 오세요"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이 대단해 많은 친구분들이 부러움을 받았는데
이외로 서귀포의 숨은 비경인 '정모시'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정모시는 한마디로 서귀포 정방폭포의 수원지이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정방폭포를 정모연 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정방폭포의 상수원을 '정모시'라 부르며, 정방이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정모시의 정확한 어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제주방언에 '모시'는 못을 뜻하기도 한다.
정모시 물은 300m 정도 흘러가 절벽에서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정방폭포는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정모연, 1653년 탐라지에는 정방연,
1693년 지영록에는 정방연 또는 경노연, 1843년 영주십경에는 정방관폭,
탐라록에는 정방연이라 기록되어 있다.
서귀포에서 정모시를 찾기는 쉽다.
서귀포시 송산동 서복전시관에서 왼쪽으로 200m쯤 들어가면 정모시가 나온다.
정방폭포 쪽에서는 서복전시관으로 걸어오다가 작은 공원으로 들어가면 된다.
정모시는 사찰 정방사와 입구를 마주 하고 있으며
도로 양옆에 주차 공간이 매우 좁으므로 차량이용시 주의해야한다.
정모시의 물은 진짜로 깨끗하다.
상류에서부터 3개의 작은 뚝을 만들어 물을 담아 놓았는데
바닥에 있는 모래까지 훤히 비추는 물은 온 몸이 떨리도록 시리다.
아무리 뜨거운 날이라도 물에 5분 이상을 앉아 있을 수가 없도록 차가운 물이다.
정방폭포까지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그리고 자욱한 물안개가 피어 올라 신비감을 주기도 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물이 얼마 흘러내리지 않는것 같이 보이나
실제로 폭포에 가서 보면 떨어지는 물이 무서울 정도로 많아보인다.
여름철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서
위 쪽에 있는 둑에 담아 놓은 물에서는 목욕을 하고
아랫 쪽에서는 발을 담가 놀기도 하는데 지금은 장마철이라 사람들이 거이 없다.
아직까지 정모시는 관광객들 보다는
지역주민들이 가족단위 모임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어 숨어있는 비경이다.
정모시 상수원 주변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어우러져 있어 시원함을 더해 준다.
여름철에도 하루 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곳도 있어 벤치에 앉아 쉬기엔 그만이며,
목재 테크로 되어 있는 산책길도 나무 그늘에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그리고 목재 정자가 3개,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함께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들도 시설되어 있어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도 알맞다.
정모시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북 쪽으로 약간 들어가면
정자 2개와 목재의자들과 함께 수도까지 시설되어 있는 취사공간이 나온다.
여름철이 되면 여기에서 가족단위 각종 모임을 가진다.
주로 숯불 돼지고기 바베큐를 하던가 아니면 토종닭을 삶아 먹기도 하고
족구장도 있어 주말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장소이다.
야간에도 가로등을 밝혀 주는데
모기만 조심하면 가족끼리 모여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그만이다.
여기가 정방폭포의 상수원이다.
잔잔하게 피어나는 물안개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서귀중학교와 동홍 주공4단지 아파트 사이 깊은 골짜기에서 일년내내 물이 솟아난다.
예전에는 여기 이 물을 서귀포시민들이 수돗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수량이 많이 줄어 들었으며
비록 물은 깨끗하지만 식수로 사용하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거미줄!!!
곤충들이 이 줄에 걸리면 어디엔가 숨어 있던 거미가 재빨리 달려나와
곤충을 잡고 꼬리 쪽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면서 빙빙 둘러 감는것이 보고 싶어
몇 번 거미줄을 움직여 보았으나 거미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이슬까지 맺혀있는 거미줄을 만나본지가 얼마만인가?
아직까지 정벙폭포 상수원 지역에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아 흐믓하다.
정방폭포 입구에서 서복전시관쪽으로 걸어오는 길인데,
철 없는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노란꽃들이 하늘거리는 이쁜길이다.
왼 쪽에 있는 둥근 문으로 들어가면 정모시까지 걸어 갈수있다.
정방폭포 위쪽에 있는 다리에서 폭포 절벽위를 바라보았다.
우르릉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만 폭포는 보이지 않는데 바다에 배들이 떠 있다.
사라호 태풍때에는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정방폭포수가 바람에 날려서 떨어지지 못했다는 말도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서 보기에는 폭포수의 물이 너무 초라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정방폭포의 물은 우렁차게 떨어지면서
오늘도 우리들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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