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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한라산 노루 포획 이대로 좋은가?

by 나그네 길 2013. 7. 29.

지난 토요일

올레7-1 코스 고근산 정상에서 노루를 만났다.

 

그 동안 먼발치에서 또는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노루를 2m 앞에서 바라보면서

"자 고개를 들어라. 그래 착하지...여기를 봐야지..."

숫노루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핸폰 사진을 찍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그런데 온갖 포즈를 잡으며 모델 노릇을 하였던 노루가 포토타임이 끝나도 돌아 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유해조수팀을 조심하고 언른 가라" 고 말해도 제자리는 맴도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페북과 카스 친구들에게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렸는데

이 더위를 식혀줄 정도로 폭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예부터 노루는 한라산의 명물이었다.

한라산 백록담(白鹿潭)이 하얀노루(사슴)가 있는 못이라고 하는 걸 보면 알 수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노루가 아주 귀했다.

학창시절 영실로 산에 오르다 멀리 노루 한마리만 보이면 온통 신기해 했다.

그래서 한라산 노루는 아주 귀한 동물로 제주도민 모두의 사랑을 받아왔었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노루가 먹을 것이 없어 마을로 내려와

우영밭의 겨울 배추나 무우 잎파리를 먹어버려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추운 겨울에는 당연히 나누어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어리목 산장에서는 겨울철 노루 먹이를 눈위에 뿌려 놓기도 하였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루는 귀하신 몸이었다.

한라산 전역에 약 3,000여 마리가 번식 적정개수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밀렵단속, 올가미 수거, 노루 먹이주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에 따라 노루 개체수가 꾸준히 늘어나게되었다.

 

결국 2011년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 전역에 야생 노루는 2570마리로, 적정 수준인 3천마리보다 6.9배나 많아졌고,

 

따라서 중산간 이하 지역으로 내려와 농작물 피해 등이 증가함에 따라 농민들이 불만이 고조되어 갔으며

노루의 보존과 적정개체 수 유지를 위한 포획에 대한 해 묵은 논쟁이 가열되었다. 

 

드디어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제정으로 노루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돼었으며

2013년 71일부터 2016. 6. 30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노루 포획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용 엽총>

 

이에따라 제주시에서 34명, 서귀포시는 17명의

전문 엽사들을 유해야생동물(노루) 포획(대리 포획)을 위촉하고

피해농가의 신청을 받아 수렵전문가들로 하여금 노루를 포획하도록 하고 있다.

 

2013. 7월 한달간 도 전체에서 약 200여마리의 노루가 공식 포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말까지 2,000여마리의 노루가 포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노루를 포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발 400m(산록도로)이하 지역에 농작물 피해신고가 들어올 경우에

신고된 지역의 반경 1km 범위 이내에서만 수렵총 또는 올무등을 이용해 노루 포획이 가능하다.

 

< 제주도내 최초의 노루 포획, 연합뉴스 사진>

 

농가의 신청에 의하여 엽사들이 현장에 나가 노루가 포획되면 걸치는 절차가 있다.

먼저 행정기관과 노루구제를 신청한 밭주인에게 연락을 해야한다.

 

이 때 행정기관에서는 공무원이 현장에 출장을 나와 노루를 확인하고

고유번호가 있는 빨간색 '야생동물포획물' 꼬리표를 발에 감아 표시해 주게된다.

그러면 이 노루는 밭 주인에게 넘겨지고

엽사에게는 출동 1회에 10만원을 수당으로 준다고 한다.

 

이 담당공무원의 사인이 들어간 빨간 넘버표시가 있는 노루는

식용고기 또는 한약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나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편법은 있는법..

제주도 야생노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포획된 노루는 최고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고있으며

고기만을 포장하여 대도시로 반출하면서 많은 웃돈을 받고 판매도한다는 것이다.

 

한약제로 다려 먹기 위하여 '제골을 빼기'도 하는데

제조비가 제각각이라 보통은 15만원~25만원 상당으로 제조할 수 있다.

한약제는 한마리에 보통 100봉지를 자린 것을 가장 알아주는데,

아침 저녁 하루 2첩씩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다.

 

과연 자연유산이니 생물권 보존지역이니 자랑하고 있는 우리 제주지역에서

이렇게 야생노루에 대한 포획만으로 개체수를 줄이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자연은 스스로 생성되고 도퇴해 가는 것이 변함없는 자연이 이치이거늘

노루를 그냥 놓아두면 개체수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한라산의 노루들은

우리가 어릴때는 그렇게 귀하고 꿈을 주었던 신비의 동물이었는데

이제는 농작물을 먹었다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사냥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라산의 노루 포획, 과연 이대로 좋은가를 자문해 본다.

 

"애야! 언제 야생동물구제팀에서 올지 모른다.. 언른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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