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0대 후반을 맞아,
생일의 날짜를 바꾸어야만 할 출생에 얽힌 사연이 있다.
그렇다고 최근 막장 드라마에서 처럼
기르고 나은 부모가 바뀌는 그런 비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나의 출생에 얽힌 기막힌 이야기를 들어 알게 되었다.
나의 주민등록부상 생일은 7.2일이지만,
어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음력 7월 25일 밤이라고 말씀해 주셨기에
지금까지 나는 칠월스므닷새에 미역국과 케이크로 조촐하게 보냈었다.
그런데 올해는 오늘 9월 1일, 음력 칠월 스므엿새에 생일미역국을 먹었다.
지난해까지는 7.25일이 생일이었는데 왜 갑자기 하루가 늦어지게 되었을까?
그 사연은 지난 토요일에 올해로 100세 생신을 넘긴 어머님을 찾아갔을 때,
보신탕 수육 2인분으로 여름내 늦게 찾아온 변명을 하는데
우연히 생일이야기가 나오면서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6남4녀, 10남매의 나이는 잘 모르는데 생일은 정확히 기억하시며,
내가 5남으로 8번째 태어났지만 생일은 음력 칠월스므닷새라고 잊지 않고 말씀해주신다.
그런데, 그 날은 내 생일과 비슷한 시기였는지
내가 태어나는 날에 얽힌 사연을 웃으면서 소상하게 말씀해 주셨다.
어머니는 칠월 스므닷새날 만삭이 된 몸으로 조밭 검질매러(김매기) 갔다 왔으며,
저녁을 먹은후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기불 연기를 피우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농촌에 어디나 그랬듯이 3대가 한 집에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나보다 두살 많은 형은 할머니가 애기구덕에 눞혀서 흔들며 잠을 재우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제사가 끝나면 밤에 시께떡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옆집 5촌네 시께가 끝났다면서 밤중에 시께떡을 가져와 잠을 깨어 진통을 느꼈다고 하셨다.
우리 집안 제사는 밤12시에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1시가 넘게되므로
그 후에 진통과 출산을 하였으니 칠월 스므엿새날 새벽 2시 전후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이렇게 자세히 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궁금하여 여쭈어보니
나의 출산에 얽힌 완전 기가막힌 사연을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머니는 조밭 검질을 매고 너무 지쳐서 마당에서 잠이 들었다.
제삿집에서 시께떡을 가져온 다음에 진통을 느끼게 되자
해산을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당에서 방까지 5m는 정도를 엉금엉금 기어서 가다가
초가집에 난간(튓마루)를 올라 가는데 너무 힘이 들어 그대로 출산을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초가집 마당에는 땅위에 보리짚을 깔아 놓아 흙먼지를 방지하는데,
나는 난간 밑에 있는 깔려있는 몬지락(보리짚 부스러기) 위에 떨어져서
첫 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하긴 예수님도 마굿간에 있는 말구유 위에 낳았으니 그나저나 아닌가.
그런데 더 웃지 못할 기막힌 사연이 있다.
밤에 태어난 아기를 아침이 되기 전에 깨끗하게 씻겨주어야 하는데,
아버지는 집에 없었던것 같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침이 되자 조밭에 검질매러 가버렸다고 한다.
하긴 할머니 입장에서는 없는 살림에 8번째 아기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기가막혔을까.
어머니는 해산으로 꼼짝도 못해 누워있었고
그래도 나는 누군가가 땅에서 주어다가 방안에 눞혔는데
어린 핏덩이에 흙과 먼지로 덮여 있었는데 오후에 옆집 아줌마가 왔다가
"애기는 무사 영 벌겅허고 몬지락 하영 묻어수꽈?" 라고 말했다.
(애기는 왜 이렇게 빨갛고 지프라기가 많이 묻어 있느냐?)
결국 저녁이 되어 검질매고 돌아온 할머니에 의하여 목욕을 했다고 하니
그 동안 내가 살아있었던 것 만도 참 신기하고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축복이 아니던가?
어머니는 이런 웃지못할 사연들을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해 주시는 걸까?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 이런 내 출산의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 주면 안 될 것 같았을게다.
그래서 이제 당신도 100살이 되었으며
이제는 생애를 정리할 시기가 되자 자연스래 이야기를 해 주는것이 아닐까?
오늘 나는 옥돔 미역국 등 생일밥을 싸들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몬지락 위에라도 낳아주시어 지금까지 잔병치례 없이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드리면서,
어머니는 90살이 넘어서야 배운 담배를 식사를 하고 난 후 피우시고,
열 몇 살 어린 동네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노시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나자 설겆이와 함께 싱크대를 깨끗하게 정리해 드렸다.
내가 앞으로 몇 번 더 어머님을 뵐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이 설겆이를 해 드릴 수 있을 것인가?
출생의 비밀을 지켜 주신 우리 어머니!
이제는 인사를 하면서도 대부분 오래 사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건강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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