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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 해녀의 노래(양방언 곡, 현기영 글)

by 나그네 길 2013. 10. 5.

 지난 개천절(10. 3일)

제주 돌문화공원에서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 공연이 있었다.

 

 제주 출신 재일동포 양방언 피아니스트는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음악가라고 하는데 음악에 문외한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야외 콘서트로 펼쳐진 이날 공연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2천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고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오붓한 가을밤의 낭만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는

오름과 돌, 해녀가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환상적인 무대로 꾸려졌는데,

제주 해녀들이 직접 나와서 덜 다둠어진 해녀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무대에서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저리는 감동을 맛보았다.

 

 

해녀의 노래 가사와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 찾아보다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로 지내는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님께 부탁하여 어렵게 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해녀노래(Haenyeo Song for Live )

(현기영 작사.양방언 작곡)

 

" 나는 해녀 바당의 딸

만경창파 이 한몸

바당에 내던졍

바당밧듸 농사짓젠

열길물속을 드나들엄쪄

 

우리집 대들보 나는 해녀

가슴엔 테왁 손에는 메역 호미

밀물과 썰물 해녀인생

어서가자 이어싸

물때가 뒈엇쪄"  

 
"나는 해녀, 바다의 딸
만경창파 이 한몸
바다에 내던져
바다밭에 농사지으려
열길 물 속을 드나든다네...

우리집의 대들보,나는 해녀
가슴엔 테왁, 손에는 미역 낫
밀물과 썰물 해녀인생
어서 가자
이어싸
물때가 되었으니"

 

제주도 의회 이선화 의원은 페이스 북에 이가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역시 감동이 큽니다. 현기영선생님, 정말 대단하시죠?

어머니의 삶을 지켜본 제주의 아들다운 노랫말입니다.

지난 8개월동안 어제의 '양방언의 제주판타지' 준비하고, 리허설하느라 전날 밤엔 새벽3시까지 고생했다네요.

사투리감수도 여러 번 받느라 애쓴 제주MBCPD와 안현미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내가 페북에서 부탁을 했는데 어렵게 끝까지 구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유명한 분이 얼굴도 모르는 페북 친구를 위한 그 정성에 감탄하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제주에는 각 마을별로 해녀의 노래가 전승되고 있으며,

제주도를 비롯해 해녀의 노래를 모아서 출판한 책들도 여럿 있다.

 

이 가운데 제주해녀항일운동(1931년6월~1932년1월)의 근거지였던 제주 동부지역의 

 ‘해녀의 노래’는 80여년이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끈덕지게 불려지고 있는데,

그러나 이 노래는 일본 곡조 당시 동경 행진곡에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내 어릴적 우리 동네에서 불러지던

 '이어도 사나'로 이어지는 해녀의 노래는 너무 슬픈 곡조였던 것 같다.

 

애기구덕을 등에 지고 바다물질과 검질매러 다니면서

억세게 아이들을 키워왔던 우리 어머니들의 삶은 고달펏던 것이 맞지만

더 이상 슬프고 힘든 해녀의 삶을 후세에게 이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집안에서 경제의 주체가 되어 가정과 지역 사회를 이끌어 왔던

삼다의 섬 제주의 여성 해녀에 대한 찬사가 필요한 시기인것 같다.

 

 

이 날 양방언의 제주 돌문화공원 콘서트에서

구좌읍 하도리 해녀 16명이 직접 출연하여 부른 '해녀의 노래'는

가사는 물론 약간은 경쾌하게 흐르는 곡조가 마음에 들었던것 같다.

 

해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육지에 물질하러 나간 누님이 돌아 올 때

겨울 옷을 사오기를 바라면 기다렸던 어린날이 떠 올랐고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내가 돌보는 병상에서 돌아가셨던 영원한 해녀 장모님이 떠 올라 눈을 젹셨다.

 

동네 해녀 중에서 상군이셨던 장모님께서는 

물질하러 갔다 오신날에는 나와 외손주들을 위해

전복과 성게 그리고 소라와 미역 등 그 비싼 해산물들아낌없이 가져다 주셨었다.

 

 

제주 해녀의 노래에 대한 자료들을 열어 보면서

우리 제주의 삶은 지탱하고 이끌어 오셨던 모든 해녀분들께 축복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점점 연로해져가는 누님들에게 건강을 기원하면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장모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기도드린다.

 

 

제목/ 해녀 노젓는 소리

이어 이어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휫--

 

요놀 젓엉 어데나 갈꼬

진도 바당 골로나 가세 휫--

 

<이물>에는 이사공아

<고물>에는 고사공아

허릿대 밑에 <화장아>

물때 점점 늧어나진다 휫--

 

쳐라 쳐 지어라 뱅여라

쿵쿵 지어라 쿵쿵 지어라

이어도 사나 휫--

이어도 사나 휫--

 

 

해녀의 노래(전승) 1

 

설운어멍 날설어올적 (슬픈어머니 내가 잉태될 때)

어느 바당 메역국 머겅 (어느바다 미역국 먹고)

보롬불적 절 일적마다 (바람불 때 물결 일때마다)

궁굴리멍 못사는구나 (흔들리며 못사는구나)

유리잔을 눈에다 부치곡 (유리안경 눈에 쓰고)

태왁을 가심에 안곡 ("태왁"을 가슴에 안고)

무쇠빗창 손에 찌곡 (쇠로 된 빗창 손에 끼고)

지픈물속 들어보난 (깊은 물속 들여다보니)

수심 좀복 하서라마는 (해삼, 전복 많지만은)

내 숨 쫄란 못호여라 (숨이차서 못잡더라)

몸짜방을 집을 삼앙 (모자반 덩이랑 집을 삼아)

눗고개랑 어멍을 삼앙 (놀고갤랑 어머님삼아)

요 바당에 날살아시민 (이 바다에 날살고 있다면)

어느바당 걸릴웨시랴 (어느 바다가 두려우랴)

탕 댕기는 칠성판아 (타서 다니는 칠성판아) 

 

 

해녀의 노래(전승) 2

 

잉엉사는 맹정포야 (머리에 이어사는 명정포야)

못 홀 일이 요 일이여 (못 할 일이 해녀일이다)

모진광풍 불지마라 (모진 비바람 불지마라)

너른바당 앞을 재연 (넓은 바다 앞을 재어)

혼질 두질 들어가난 (한길 두길 들어가니)

저승질이 왓닥갓닥 (저승길이 오락가락)

보롬이랑 밥으로 먹곡 (바람일랑 밥으로 먹곡)

구름으로 똥을 싸곡 (구름으로 똥을 싸고)

물절이랑 집안을 삼앙 (물결일랑 집안을 삼아)

설운어멍 메여두곡 (설운 어머니 남겨두고)

설운아방 메여두곡 (설운 아버지 남겨두고)

부모 동슁 이벨호곡 (부모동생 이별하고)

한강바당 집을삼앙 (한강바다 집을 삼아)

이업을 호라호곡 (해녀일을 하라하고)

이내몸이 탄생호든가 (이내몸이 태어나든가)

 

 

<해녀사진은 연합뉴스 보도 등 여기저기서 빌려왔습니다.혹시 저작권 문제는 미리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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