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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너희는 죽어보았는가?(11월 문화 찬양 치유미사)

by 나그네 길 2013. 11. 20.

 우리는 오늘 죽어보았다.

죽음을 기리는 창연도가 바쳐지는 가운데 관속에 들어가 누워 눈을 감았고,

그 약간의 시간동안 자신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다가 다시 부활하였다.

 

11월 위령성월 세째 주 월요일 노형성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귀포성당 현요안 신부님이 주례하는 제주교구 '문화 찬양 치유미사'가 있는 날

제주에 첫 눈이 내리면서 상서로운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 동안 충분히 미사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해 보았는지

이제부터는 실험미사라는 쓰지 말기로 했다고 들었다. 

 

제주시 노형성당에 들어서니 성당중앙에 커다란 나무관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들어가야하는 나무로 만든 진짜 관이었다.

 

장례미사에서 관이 성당에 들어오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빈관이 놓여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텝 중에서 가장 나이어린 학생이 관을 깨끗이 딱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였다.

내가 저 나이 때에는 이런 관을 만드는 것을 보면 괜히 무서워 했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입관예식에서 염을 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성당의 장례미사에서 관을 제대앞에 모시고 미사참례를 하게 되었다.

 

 

성당입구에는 종이로 만든 비석과 초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연도를 바치는 상장예식서를 한 권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미사 참석자 모두는 이름과 세례명을 적은 명찰을 착용해야하는데,

이것은 미사중에 사제가 안수를 주는데 필요한 것이다.   

 

 

 

성당에 불을끄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제대 앞에는 나무십자고상과 성모상 그리고 부활초와 성수를 배치하였고

제대앞 중앙에 나무관과 양초를 놓아 장례미사의 분위기를 보였다.  

 

 

사제는 성경을 높이들고 입당한다.

입당성가를 부르는 가운데 신자들에게 성경을 보여주고 나서

제대에 경배를 하고는 제대와 관과 신자들에게 성수뿌리는 예식을 행한다.

 

성수는 이 미사중에 마귀를 쫒아내고 성령이 머물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자들이 독서는 없이 바로 복음 봉독을 한다.

이 문화 찬양 치유미사는 신자들이 독서와 미사해설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복음도 독서대에서 읽지 않고 제대 앞에서 봉독한다. 

 

 

오늘은 복음후에 강론이 없이 춤으로 이어졌다.

 

아마도 위령성월을 맞아 연옥 영혼들을 위로하고

여기에 모인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내용 같았다.  

 

 

그리고 고요한 침묵가운데 각자의 묘비명을 생각하여

종이로 만들어 나누어준 비석모양에  묘비명을 적도록 하였다.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묵상하며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생각하고 자신을 반성하며

우리가 나누어야할 모든 것들은 기억하여 자신의 묘비명을 적도록 하였다.

 

 

애절한 분위기 음악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나래이션이 나온다.

 

"이제 죽음으로 가기 위한 시간,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눈을 감으십시요.

심장에 손을 얹고 심장의 소리를 그대로 들어보십시요.

내 심장은 멈춰있고 나는 나의 죽음을 알아봅니다."

 

"지금 이 시간,

지상의 끈을 놓고 천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내 자신의 끈을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돌아가신 분을 위로하는 연도를 노래로 바친다.

 

 

o 깊은 구렁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사오니

주님, 제 소리를 들어주소서

- 제가 비는 소리를 귀여겨들으소서

 

ㅇ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 오히려 용서하심이 주님께 있사와

더더욱 주님을 섬기라 하시나이다.

 

창 연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제가 제일 먼저 관으로 들어간다.

먼저 관 앞에 종이 묘비명을 놓고 향을 피우며

죽음으로 들어가기 위한 기도를 바친다.

 

 

신발을 벗고 나무관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죽음으로 스스로 맞이하기 위하여 관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우리는 찰나의 세상에서 영원한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하여

이 세상에서 자신의 영욕을 위하여 저지른 모든 죄악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게 된다.

 

 

이제는 관 속에 들어 눕는다.

지금은 자신이 스스로 눕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육신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하여 눕혀질 것을 생각하면서 기도한다.

 

ㅇ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남여 신자들이 신자들이 교송으로 슬픔의 창연도를 바치는 가운데

이제 사제는 죽어 관속에 누웠으며 위령회원들이 천으로 온 몸을 덮어버렸다.

 

"여러분은 죽어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나는 그 죽음의 시간 동안 편안한 느낌이었고,

아! 내가 죽을 때도 이렇게 가겠구나.

 

내가 죽었다고 세상이 특별히 달라지지도 않고

평상시와 전혀 다름이 없는 나의 평범한 일상속에서

내가 죽어도 이렇게 편안히 관속에 누워있겠구나(현요안 신부)"

 

 

사제는 이제 죽음에서 다시 일어나 부활하였다.

 

"언제든지 일상 안에서 주님께서 오라할 때 기쁘게 갈 수 있도록

지상적 탐욕에서 벗어나 내가 연연했던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성령안에서 비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구나.(현요안 신부)"

 

 

이제 신자들이 차례로 나아가 종이에 쓴 묘비명을 바치고 나서

주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죽기 위하여 관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서 보여주었던 그 사랑, 그 감사, 그 자유로움,

그 모든 하느님의 은총에 일치하기 위하여 더 기도의 삶을 살아가야 겠구나"(현요안 신부)

 

 

이제 모두가 죽음을 경험해야할 시간,

특별히 느리게 불리어 지는 창연도는 더욱 애절하게만 느껴진다.

 

"오늘이 죽음과 부활이 일상안에서

그리스도의 제자와 하느님의 아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 저희를 도와주시기를 바라면서 주님의 기도를 드렸다(현요안 신부)"

 

 

이제 사제는 죽음과 부활을 체험한 신자들에게

앞으로 나와서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르고

모든 마귀와 사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일이 안수를 해 준다. 

 

 

종이 묘비명과 촛불은 안수가 끝나면 제대 위로 올려진다.

 

죽음에 대한 체험이 끝나면 봉헌으로 이어진다.

예물 봉헌은 각자가 봉투를 준비하여

자신이 봉헌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쓰고 봉헌바구니에 넣으면 된다.

 

 

감사송부터는 미사통상문에 따라 미사가 이어진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친다.

우리는 이 기도 안에서 날마다 양식을 청한다.

그 양식은 성찬의 빵, 곧 성체를 암시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평화의 예식은 사제와 신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평화의 예식을 통하여 교회와 온 인류를 위하여 일치를 간구하고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평화를 빕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영성체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잔치로 당신 교회에 남겨주신 제사에 온전히 참여하게 한다.

 

+ 그리스도의 몸, 

ㅇ 아멘             .

+ 주님, 저희가 모신 성체를 깨끗한 마음으로 받들게 하시고

현세의 이 선물이 영원한 생명의 약이 되게 하소서.

 

.

사실 열심한 가톨릭 신자라하여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양형영성체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문화찬양치유 미사에서는  

언제나 성체를 성혈에 적셔서 영하는 양형영성체를 하기 때문에 좋다.

 

 

파견은 교우들을 헤쳐 보내어

각자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주님을 찬미하며

맡은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복음화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박수를 치면서 파견성가를 부르며 오늘의 미사가 모두 끝났다.

 

너희는 죽어보았는가?

오늘 나는 죽어보았다.

 

나무 관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심장이 멈추는 것을 느끼며

위령회원들이 천으로 내 시신을 덮어 주었을 때,

 

아! 나는 스르르 공중에 떠 있는 것 처럼 정말로 편안함을 맛 보았다.

이제 죽음이 무섭고 두려움이 아니라,

그냥 나의 생명을 내려 놓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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