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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바당길을 가로 막는 칼호텔(올레 6코스)

by 나그네 길 2014. 1. 29.

오래 전부터 제주도의 바닷가에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은 바닷가를 돌고 돌아서 제주도를 한바퀴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그 길을 '바당길'이라고 불렀는데

돌담과 풀밭, 작지(자갈)와 용암바위를 지나며 바다와 땅을 연결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바당길을 걸어서 다른 마을까지 갈 수 있었다.  

 

바당길은 해녀들이 태왁을 지고 물질가던 길이었고

햇볕에 까맣게 타버린 아이들이 바당에 몸고므래(해수욕) 가는 길이며

테우 타고 고기 낚으래 간 아버지를 마중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 바당길은 언제나 바다와 땅의 중간 지점에 그냥 있었다.

 

 

이렇게 제주도를 한바퀴 연결시켜 주었던 아름다운 바당길이

언제부터인가 개발의 포로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현장이 있어 안타깝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린날 걸었던 그 바당길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왜 바다와 육지 사이 공유수면의 자그마한 자갈길까지 없어져 버리는 것일까? 

 

 

아름다운 해안길 제주올레 6코스,

하효동 쇠소깍에서 걷기 시작하여 보목 해안도로를 거쳐

거친 파도가 도로까지 넘나들기도 하는 아름다운 검은여 바닷길을 걷다보면

올레길이 갑자기 철망으로 막혀버린다.

 

그 철망 너머에는 서귀포칼호텔이 자리잡고 있어

할 수 없이 우회하여 보목 입구 칠십리로까지 나가야 한다.

 

 

이렇게 서귀포 칼호텔과 파라다이스 호텔이

서귀포 최고의 해안 경승지에 자리 잡아 바당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아래 항공지도에 보듯이

이 호텔들은 바닷가까지 차지해 사람이 출입을 못하도록 길을 막았으며

서귀포 바다의 풍광을 독차지하고 사람들은 돌아서 가도록 만들었다.  

 

 

바닷가에는 바다와 공유수면과 땅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공유수면은 바위와 자갈과 바닷물이 안들어 오는 밭담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이 공유수면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서귀포칼호텔 앞에는 공유수면이 없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1980년대 중반 서귀포 칼호텔이 신축하기 전에는 바당길이 있었다고 했다.

 

 

제주도 해안가의 토지는 대부분 개인 소유의 밭인데

그 밭과 바다 사이에는 언제나 바당길이 있다.

 

서귀포 칼호텔 옆에도 마찬가지로 개인 소유지가 있는데 

돌담과 바닷물 사이에 인간이 통행할 수 있는 바당길은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여기에만 바당길이 사라져 버렸는가?

 

 

 서귀포 칼호텔과 인접하여

서귀포 해안 절벽 위에 소재한 최고의 절경지 파라다이스호텔이 있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허니문하우스'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박정희 대통령 서귀포방문시 숙소였을 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서귀포시민들이 결혼식 웨딩 촬영장소로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말로는 공사중이라고 하지만 재벌가 자제들이 재산분쟁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파라다이스 호텔은

서귀포시민이나 관광객들이 해안 절경지 출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는데

호텔의 소유주가 바뀌면서 사람 통행을 막은지 이미 수년이 지나고 있다.

 

 

위 그림처럼

이렇게 곱게 이어진 길이 갑자기 파라다이스 호텔 담장으로 가로 막혀 있으며

 

아래 그림과 같이

바닷가에서 올라가는 계단을 철조망으로 막아버렸고,

그리고 숲섬이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아무도 못보게 만들어 버렸다.

 

 

저기 절벽위에는 왜 바당길이 없는 것일까.

절벽끝 공유수면과 바닷가 풍광까지 돈을 주고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옆 절벽 위에는 제주올레사무실이 있으며

똑같은 절벽 위를 바당길로 이어져 정방폭포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하필 그 호텔들 앞에만 바당길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이렇게 우리는 옛날부터 이어져 있었던 바당길을

해안가에 호텔이 들어서면서 없어져 버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 절벽과 공유수면과 바다의 풍광까지 소유해 버리는데도

우리는 대자본에 순응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제주올레 5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남원 큰엉 해안절경지이다.

 

큰엉 절벽위에는 금호리조트와 신영영화박물관이 있는데

그 곳에는 절벽 위로 아름다운 바당길이 막히지 않고 이어져 있다.

 

 

그렇다면

금호리조트와 신영영화박물관에서도

서귀포 칼호텔과 파라다이스 호텔처럼

 

절벽 위 바당길을 막아버리고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통행을 금지해도 되는 것일까? 

 

 

제주도 서귀포시 바닷가에 있는

똑 같은 절벽 위에 똑 같은 관광위락 시설이 있는데,

그 절벽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바당길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왜 그럴까?

한 쪽 절벽은 소유자가 있고 다른 절벽은 소유자가 없기 때문인가

 

 

또 다른 예가 있다.

중문해수욕장 절벽위에 위치한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은

절벽에 산책길을 만들어 주민들을 위한 올레길로 개방하고 있는 사례를 보았다.

 

우리는 아름다운 큰엉 바닷가 절벽 바당길을 마음껏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기에 남원 큰엉 절벽 위 토지를 소유한 재벌들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그 절벽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바당길을 걸을 수 있기만 하면 좋은 것이다.

 

 

그 덕분에 큰엉 바당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금호리조트 앞 바당길에 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지도이다.

 

만약 이 바당길 통행을 막아 버렸다면

그리고 호텔에서만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소유해 버렸다면 어땠을까?

 

 

지난 주말

바당길이 사라져버린 서귀포 검은여 바닷가,

동백꽃잎으로 물들어 있는 골목길에서 잠시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 바당길은 어드래 가수강?"

(여기 있던 바닷길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추신(2014. 2. 19)

제민일보에 같은 기사가 떳네요

같은 생각을 하는 언론사가 있어서 반갑습니다.

 

 

 

서귀포칠십리 해안 절경이 끊겼다
대한항공, 칼·파라다이스호텔 지나는 올레길 폐쇄
대기업 사유물 전락 지적…시, 사업계획 통보 요청
등록 : 2014년 02월 18일 (화) 19:18:03 | 승인 : 2014년 02월 18일 (화) 19:19:07
최종수정 : 2014년 02월 19일 (수) 09:47:33
윤주형 기자 21jemin@naver.com
▲ 서귀포 칠십리 해안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소정방폭포 등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도민은 물론 신혼부부·올레꾼 등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자사 소유의 서귀포칼호텔 및 파라다이스호텔 해안 6·7올레 코스 구간을 폐쇄, 누구나 자유롭게 누려야 할 경관자원이 대기업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윤주형 기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관 사유화에 대한 도민사회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귀포 해안에 위치한 리조트나 호텔 등 숙박시설 가운데 대부분은 지역 상생과 공공 자원인 제주경관을 공유하기 위해 도민과 관광객 등에게 길을 내주는 반면, 대한항공 소유의 서귀포칼호텔과 옛 파라다이스제주호텔은 올레탐방객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는 곳에 따라 다른 멋을 보여주는 섶섬과 문섬 등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움은 사실상 서귀포칼호텔에 투숙하는 관광객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전락하는 등 서귀포 칠십리 절경을 대기업이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와 제주올레사무국 등에 따르면 금호리조트와 풍림콘도리조트 등 서귀포 해안에 위치한 리조트 등은 자체적으로 길을 정비하거나, 쉼터를 제공하는 등 올레길을 터주고 있다.
또 서귀포칼호텔은 지난 2009년까지 호텔 내 산책로 등을 잠시 개방했지만 올레탐방객의 안전사고 등에 따른 책임소재 등을 이유로 호텔을 지나는 올레길을 폐쇄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서귀포칼호텔 인근에 위치한 옛 파라다이스호텔제주의 호텔건물과 부지를 인수한 이후 도민과 관광객의 허니문하우스 등 호텔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는 서귀포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을 운영하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에 지난 17일 공식 문서를 통해 "파라다이스호텔 운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문서를 통해 "파라다이스호텔이 인접한 올레 6·7코스는 인근에 소정방폭포와 뛰어난 해안절경이 있어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의 산책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라며 "관광객들과 지역주민이 파라다이스호텔의 조속한 정상화와 산책로 개방 등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주형 기자 21jemin@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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