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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바당길을 가로 막는 중문골프장(올레 8코스)

by 나그네 길 2014. 3. 20.

오래 전부터 제주도의 바닷가에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은 바닷가를 돌고 돌아서 제주도를 한바퀴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그 길을 '바당길'이라고 불렀는데

돌담과 풀밭, 작지(자갈)와 용암바위를 지나며 바다와 땅을 연결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바당길을 걸어서 다른 마을까지 갈 수 있었는데

최근 대기업과 관광시설들이 그 바당길을 가로막는 현장들이 있다.

 

<내 블로그 "바당길은 어드래 가수꽈?" 참조 http://blog.daum.net/ohyagobo/513>

 

<절벽 위 바당길에 조성된 중문골프클럽 14번 홀>

 

제주 올레 중에서도 아름다운 길이라고 잘 알려진 제주올레 8코스.

 

서귀포 월평마을에서 시작하여 안덕면 대평포구까지

19.2km에 달하는 아름다운 바당길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중문해수욕장 백사장을 걷다보면

갑자기 바당길이 사라져 버린다.

 

중문골프장에서 철망으로 아름다운 바당길을 막아 버려

무려 6km 상당을 일반 도로로 우회하고 있다.

 

<올레8코스, 중문해변에서 논짓물까지 6km 우회 코스>

 

오래 전부터 제주의 바당길은

바다와 땅의 중간 지점인 공유수면에 그냥 있었으며

바닷가 작지(자갈) 위에도 절벽 위에도 어디에나 길은 있었다. 

 

그 바당길은 해녀들이 태왁을 지고 물질가던 길이었고

까맣게 타버린 하동들이 바당에 몸고므래(해수욕) 가는 길이며

소와 말들이 놀면서 풀을 뜯으며 걸어 갔던 길이었다. 

 

<중문골프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그런데 중문골프클럽이 개발되면서

어느샌가 아름다운 절벽위 바당길이 사라져버렸다.

 

바다와 땅의 중간에는 언제나 공유수면이 존재하며

그 공유수면은 개인이 소유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문골프장 절벽 위에는 공유수면이 없으며

 절벽에 있는 바위 끝까지 중문골프장 부지인지는 알수없다. 

 

<절벽 위에 남아있는 바당길>

 

중문골프장에서 바당길을 막아버리면서

처음에는 올레 8코스를 골프장 절벽 아래 바닷가를 통과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절벽에서 낙석과 파도에 의한 월파 위험이 있어

그 올레코스 바닷길을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 

 

<중문골프장에 의해 폐쇄된 바당길>

 

그 당시에 중문골프장에서 절벽위 아름다운 바당길을 막아버리자

해병대원들을 동원하여 절벽아래 있는 바닷돌을 정리하고

해병대 길을 만들기도 했었으나

 

 이제는 그 길도 위험하여 폐쇄하였으며

결국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 6km를 걸어서 우회할 수 밖에 없다. 

 

<낙석위험으로 폐쇄된 해병대길 입구>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중문골프장 절벽 위에는

예전부터 바당길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는 그 절벽 위에 분명히 길이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중문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이전

나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중문골프장 절벽 위에 있던 보리밭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그 때의 그 바당길을 어디로 가버렸을까?

<절벽 위가 중문골프장 14코스>

 

중문골프클럽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는 분명히 국민의 기업인 공기업이다.

 

공기업이라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없는 길이라도 만들어서 통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게 맞는데,

절벽 위에 존재하였던 바당길을 폐쇄하고 골프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말인가.

 

당시 관광공사 사장들은 대부분 군 출신 권력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혹시 바당길을 없애 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얏트 리젠시 제주호텔>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중문골프클럽은

올레길을 막아 관광객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비하여

 

오히려 사기업들이 관광객들을 위하여 과감하게 사유지를 개방하고 있어

공기업과 사기업의 국민들을 대하는 마인드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중문관광단지내 중문골프장과 같은 절벽 위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 제주와 호텔신라 제주 그리고 롯데 제주호텔에서는

절벽위 호텔부지까지 올레길을 만들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하얏트호텔 절벽 바당길에서  바라본 해수욕장>

 

만약 이 3개의 특급호텔에서도

중문골프장처럼 절벽 위 바당길을 막아 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중문관광단지에서

해수욕장 길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중문마을 안길로 우회하고 있을것인가?

 

<호텔 신라 제주>

 

한국관광공사의 중문골프클럽에서

바당길을 막아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골프코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옆으로 걸어다녀서는 안되는가?

골프공이 위험하다면 2m 높이로 철망을 치면 될 것을~

<신라호텔 앞 절벽위 바당길>

 

골퍼들이 절벽위를 걸어 다니는 올레객들을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그렇다면 3개의 특급호텔 손님들은

호텔 정원을 걸어 다니는 올레객들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나요?

 

그 관광객들이 바로 올레객이고 그들이 골퍼인데

누가 누구를 보면서 불편해 한다는 말인가?

<호텔 롯데 제주>

 

우리는 하얏트 호텔 정원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신라호텔의 쉬리 벤치에 앉아 삼다수를 마실 수 있으며

롯데호텔의 절벽길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바라 볼 수있다.

 

그런데 왜 중문골프장 절벽에 있었던 바당길은 걸어 볼 수 없는 것일까?

 

<롯데호텔앞 절벽위 바당길에서 본 해수욕장>

 

이제 우리는 제주의 옛 바당길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개발업자 자본가들이 바당길을 막아 버린 지역이 있다면

그 길을 모두 돌려내어 손에 손잡고 두런거리며 걸을 수 있어야 한다.

 

<호텔 신라, 동백꽃 정원>

 

제주의 바닷가는 옛날부터 바당길로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바당길을 다시 찾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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