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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예례휴양단지 발파현장에서 돌의 울음소리를 듣다.

by 나그네 길 2014. 1. 15.

왜 나는 돌의 울음 소리를 듣게 되었을까?

 

 

공사장에서 화약을 이용한 암반 발파 현장을 쉽게 볼 수 없는데,

우연한 기회에 포스코건설의 예래휴양단지 발파 현장을 점검할 수 있었다. 

 

사실 화약류의 사용허가는 경찰이 관장하는 업무로

평소에도 화약의 운반과 사용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으나 

 화약류 폭발 현장을 자주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말레이지아 합작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에서는

서귀포시 예래동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예래휴양단지를 건설하고 있는데

시공사인 (주)포스코건설에서 2013. 10~2015. 11월까지 곶자왈 빌리지를 시공하고 있다.

 

예래동 해안의 풍광이 좋은 3만여평의 부지에

휴양형 고급 콘도 147세대를 건축하고 최고 60억원 상당에 분양할 예정이며

공사현장에서는 부지 정리를 위한 발파 등 기반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장소는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바다와 인접해 있는 대지로서

부지 전체가 제주도 현무암으로 화약을 이용한 발파공사가 필연적이다. 

 

그러나 예래동 마을과 인접해 있는 부지의 특성상

소음이나 분진을 방지하는 등 발파공사를 조심스래 진행해야 하며

혹시 발파로 인하여 주변 환경이 저해되서는 안되는 쉽지 않은 공사인것 같았다.

 

 

특히 공사현장과 가까운 바닷가 올래 8코스에는

서귀포 지역에 잘 알려진 해안 유원지 '논짓물'이 위치하고 있어

이 공사로 인하여 논짓물에 영향을 미치거나 자연환경이 파괴되어서는 안된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파괴로 곤욕을 치른 공사현장의 예를 보건데

이 논짓물 바닷가의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바위를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시공해야 한다.   

 

 

발파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안전모를 써야한다.

 

공사현장에는 방문자들을 위한 안전수칙을 적어 놓았으며

반드시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 해안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서울정도로 불어오는 날,

발파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낮으막한 흙무더기 동산에 올랐다.

 

지난 여름,

시공전에  이 장소를 지나갈때에는 잡초만 우거져 있었던 돌빌레로 보였는데

부지정리를 위하여 흙을 걷어낸 공사장은 전체가 단단한 현무암 바위였다. 

 

 

거대한 바위를 폭파하기 위하여는 

드릴로 바위에 40여개의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고 점화장치와 연결하며

소음과 분진을 없애기 위해 폐타이어 고무로 만들어진 매트를 덮어져 있었다.

 

그리고 폭파 10분전 부터 경계요원을 배치하여

주변에 차량과 올레길 8코스에까지 사람의 통행을 금지시키고

폭파 직전에는 사이렌을 울리면서 위험을 알려 주고 있었다.

 

마침내 카운트 다운 "10, 9,......3,2,1. 발파!!!" 

그러나 폭발 장면은 너무나 실망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우~웅"하는 느낌과 함께 약간의 먼지가 피어 올랐을 뿐이었다.

 

 

두번에 걸쳐 약 40공을 발파한 현장은 

발파 소리가 거이 안들렸으며 약간 들썩이는 정도로 먼지가 피어 올랐을 뿐

소음과 분진은 물론 안전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것 같았다.

 

아래 사진은 리비아 사막의 공사장 발파 현장 사진인데

보기에 시원스레 폭발하고 있어 공사의 진척도 빠르겠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발파 공사를 하다가는 그 회사가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운 예래마을의 주택들과 

사자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군산이 멀리 보이는 공사현장에서

커다란 암반을 깨어내고 지반을 고르는 부지공사는 필수적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개발이 필요하며

예래휴양단지 건설도 우리 제주의 발전을 위한 시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수만년동안 푸근하게 잠들어 있었던 바위들이 깨어져 나가는 현장도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산이나 바닷가에 움직이지 못하는 단단한 바위들을 '산돌'이라 불렀는데,

마치 돌에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있다는 뜻으로 알았다.

 

그 산돌들의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이 제주를 지탱해 주고 있으며

그 돌틈에서 '산물'이 솟아나고 '문지닥지' '박게' '메역채' 등 온갖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었기에

무생물인 바위에게도 생물와 함께 살아가라고 '산돌'이라는 생명을 부여해 주었을 것이다.

 

 

지금 이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살아 숨쉬는 바위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은 우리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관리 책임이 있을 뿐이다.

 

 

한 번 깨어져 버린 '산돌'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만년을 잠들어 있던 바위들이 폭파되면서 내지르는 울음소리를 우리는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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