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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도 제사 차례(제주의 시께)

by 나그네 길 2014. 2. 9.

제사를 제주어로 '시께'라고 한다.

한자 ‘食皆’에서 왔다고 하나 분명한 것 같지는 않으며

이 말을 글자로 옮겨 ‘식개/식깨/식께/시깨/시께’ 로 변이 되어 왔다.

 

한자로는 '밥 식食 다 개皆', '다같이 모여서 먹는다'는 의미라고 할까. 

제주에서는 제사에 참석하는 것을 '시께 먹으러 간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의 시께는 영혼이나 자손들이나 다 음식을 먹는 것으로 생각한다.

 

 

 

제사의 준비와 순서는 지역별 가문별로 약간씩 다르고

1년에 두어번 하는 제사로 헷갈리기 쉬우므로 그 순서를 따라 기록해 보았다. 

 

<우리집 시께(제사)의 순서> 


- 제사상 차리기 -

제사상은 육지부와 같은 '어동육서, 홍동백서, 좌포우혜" 방법으로 차리는데

조상이 앞쪽에 앉은 것으로 생각해 밥과 국과 수저는 반대로 놓아야 한다.

 

제주도 제사 음식 중에서 밥은 '메'라하고 국은 '겡'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제사상에 반드시 들어가는 음식들은

정기떡(빙떡)과 둥글고(해) 네모나고(땅) 반달형(달) 흰쌀떡과 별모양의 지름떡이 있으며

문친떡(시루떡)과  돗괴기(돼지고기)와 쇠괴기 젓갈, 고사리, 나물, 

그리고 솔라니(옥돔)구이, 모밀묵 꼬지가 있다.  

 

제사상은 2개로 윗상에는 음식들을 아랫상(작은상)은 향과 초, 큰잔을 놓는다.

술은 감주(단술)는 주전자에 넣고 소주를 함께 쓴다.

 

 

 

- 잡신을 위한 문제 -

우리집안은 최근에 제사시간을 밤 9시로 변경하였다

 제사를 드리기 전에 전에 간단한 음식으로 잡신을 위한 '문제'를 먼저 드리는데,

문쪽에 간단한 상을 차리고 두번 절한 후 '코시'(떡을 조금씩 뜯어 놓고 던지는 것)한다.

 

문지방에서 잡신들에게도 음식을 나눠 주고 보내기에 '문제'라고 하는데

조상혼이 내려 올때 깨끗하게 하려는 의미와 함께 나눔의 문화가 여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 시작 절과 관세(손 씻음) -

그리고 제관들이 큰 제옷을 입고 집사는 굴건을 쓰고 시작한다.

 

3헌이 먼저 제사 시작을 알리는 절을 두 번하고 나면 집사가 따라 절하고

그 다음에는 남자 어른들과 아이들이 항렬과 나이 순으로 나와서 절을 한다. 

 

다음은 제관들과 집사는 '관세'(손 씻음)를 하는데, 

그릇에 물을 담고 수건과 함께 내오면 손에 물을 세 번 적시고 딱는다. 

 

 

 

- 분향과 헌작 -

제관들이 함께 절을 한번하고 무릅을 꿇으면,

집사가 아랫 상에 있는 큰 잔에 술(감주)을 따라 초헌에게 드린다.

 

초헌은 이 잔을 받아 무릅 걸음으로 제사상으로 나아가

먼저 향을 피우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린 후 아랫 상에 올리고 절을 한 번한다.

 

다른 제관들은 무릅을 꿇고 있다가 초헌관이 제자리 하면 일어나 함께 두 번 절한다.

 

 

 

- 초헌관 헌작 배례(술잔을 드리고 절한다) -

다음은 초헌관만 절을 한번 하고 무릅을 꿇으면

집사가 제사상에 있는 작은 잔을 내려 술(감주)을 따라 드린다.

 

이 때 초헌관은 술잔을 받아 다시 제사상으로 드리면

집사가 그 잔을 받아 제사상에 올리고 나서 '개'(밥그릇 뚜껑)를 열고 놓고

 '저'(젖가락)를 나물에 걸치면 초헌관은 절을 두 번 한다. 

 

- 아헌관과 종헌관 헌작 배례 -

아헌관이 절을 한 번하고 무릅을 꿇으면

집사가 잔을 내려 퇴주 그릇에 비운후 다시 술(감주)을 따라 드리면,

아헌관은 술잔을 올리고 집사가 수저를 겡(국)에 적셔 메(밥)에 꽂으면 두 번 절한다.

 

종헌관이 절을 한번 하고 무릅을 꿇는다.

집사는 잔을 내려 이번에는 술(소주)을 따라 종헌관에 드린다.

집사는 소주잔을 상에 올리기만 하고 이에 종헌관은 두 번 절한다.

 

 

 

- 제주(음료) 전체 헌작 -

다음은 제관들이 모두 함께 절을 한번 하고 무릅을 꿇으면

집사는 아랫상 큰 잔을 내려 술과 음료수 모두를 개봉하여 잔에 조금씩 따른다.

 

이 때 술이나 음료수가 많으면 종류별로 하나만 개봉하고

잔을 들어 술병위로 크게 돌리는 것으로 대신하여도 된다.

  

제관들은 함께 손을 내밀어 큰 잔을 올리면 윗상에 있는 술잔에 조금씩 세번 부은다.

남은 술잔을 아랫상에 올린다.

제관들은 절을 두 번 하고 일어선다.

 

 

 

-  묵념(지곡)과 마침 절 -

다음은 '숭늉'(물에 밥알을 몇알 떨어 뜨린 그릇)을 올린다.

집사는 숭늉그릇을 받아 갱(국) 그릇을 앞으로 살짝 밀어내 그 자리에 숭늉그릇을 놓고

메에 꽂혀 있던 수저로 밥을 세 번 떠서 숭늉에 놓은 다음 '개'(밥그릇 뚜껑)를 닫은 후 

숟가락을 숭늉그릇과 밥그릇에 비스듬히 걸쳐 놓는다.

 

그리고 집사들이 제관 옆에 와서 함께 절을 하고 무릅을 꿇으면 

제사 참석자 모두는 조용하게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한다.

초헌관이 '흠~" 헛기침을 신호로 모두 묵념을 끝내고 고개를 든다.

제관들만 절을 두 번한다. 

 

 

- 잡식과 마무리 인사 -

집사는 '메와 갱국' '고사리 나물과 묵'을 조금씩 숭늉에 놓고 수저를 제자리에 놓는다.

그리고 모든 음식과 과일들을 조금씩 뜯어내어 숭늉 그릇에 놓는 '잡식'을 한다.

 

아랫상에 있는 술과 감귤잎까지 잡식 그릇에 놓은 후

집사를 시작으로 제사 참석자 전원이 나이와 항렬 순서대로 나아가 마침 절을 두 번 한다.

 

 

- 코시(잡식한 음식으로 밖에 던지는 것) -

절이 모두 끝나면 지방을 떼어 불 붙이고 재를 잡식그릇에 놓는다.

그리고 집사는 이 잡식 그릇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나무 밑에 부어 버리는 것으로 제사를 모두 마치게 된다. 

 

이러한 시께의 형식을 살펴보면 조상들이 영혼이

저 세상에서 시께집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순서에 ㄸ다르는 것 같다. 

제사음식은 참석자와 이웃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가톨릭교회의 미사 성찬례가 예수님과 제자들의 행했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듯이

시께도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숭늉까지 산 사람들이 식사 순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사는 차츰 간소화 되고 사라져 가는 추세이므로

아마도 멀지 않아 이러한 제주의 시께 풍습도 많이 바뀌게 될 것 같아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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