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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pol)스토리

달라지는 경찰 행사

by 나그네 길 2014. 3. 5.

지난 주 서귀포경찰서에서는

눈높이 공감 치안 주민보고회가 있었다.

 

서귀포경찰이 지난 해 한 일과 올 해의 할 일을 지역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행사였는데,

예전 우리 시대 경찰 행사에 비하여 많은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떤 기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새해가 되면 신년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치안활동 계획을

소위 연두순시라고 불리는 지방경찰청장 방문 시 보고하고 추진하였는데

올 해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치안활동은 바로 주민을 위한 시책이므로

주민들에게 보고하고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신선한 발상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제주경찰 지휘부가 참석을 하는데도

보고회는 주민들을 위주로 모든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보고회장을 원탁으로 만들어 소위 상석이라는 개념을 없애버렸고

청장도 5번 테이블 주민들과 함께 한자리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오찬장 역시 원탁으로 만들어

보고회장과 같은 테이블에 지역주민들이 우선하여 앉도록 하였다.

 

사실 서귀포경찰에서 이런 원탁 테이블로 행사를 준비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그래서 원탁도 어디에서 빌려오기까지 했다고 할 정도로

주민들을 모시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였던 것이다. 

 

 

 모든 행사는 의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의전을 이제는 경찰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의전이 되어야 하므로

주민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도록 준비하였다.

 

이날 보고회에는

왕복 100여km 되는 성산포 지역에서 초청되어 온 분들도 있는데이런 분들께 최선을 다해서 보고회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고회장에서 히트친 사회자 조수진 경장>

 

예전의 경찰서의 행사들을 기억해 보면

단상이나 맨 앞에 경찰서장이 무게를 잡으면서 앉고

경찰서 과장급들은 옆 줄에 폼을 잡으면서 앉았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가운데 의자에 적당히 앉도록 한 후

이 행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경찰을 위한 행사로 진행했었으며

참석한 주민들은 박수나 적당히 치다가 돌아갔었다.

 

 

그리고 예전엔 참석자들도 대부분 파출소에서 동원한 주민들이었다.

 

협력단체원들 중에서 입맛에 맛는 회원들을 동원하였으며

행사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면 서장이나 파출소장이 최고라는

낮 간지러운 아부성 발언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그래도 아부는 좋다고 했던가?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런 발언을 들으면서 히죽거렸던 분들도 우습게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경찰 행사는 아주 권위적이었다.

 

시작 전 사회자가 멘트를 한다.

"서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참석자가 박수를 치는 가운데 경찰서장이 들어와 상석에 앉았었다.

 

마치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것과 무엇이 달랐던가? 

 

<서부파출소 최민영 순경>

 

그러나 이 날 보고회는 처음부터 

주민들을 위한 행사로 달라 지려는 노력들이 보였던것 같다.

  

안내를 담당한 여경의 멋진 포즈에서부터

베너 광고판을 이용한 영 문구까지 새로운 시도들이 선 보였으며

 사회자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행사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공감치안 보고를 마치고

주민과의 간담회 중에는 농담과 웃음소리가 들렸으며

때론 경찰을 질책하여 숨을 죽이게 하는 등 자연스러운 행사가 되었던 것 같다.

 

참석한 주민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추어 다양한 제안들을 하면서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모든 행사의 백미는 먹는 것에 있다고 해도 된다.

약간 잘못한 것이 있다고 하여도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되면 만족해 한다.

 

그래서 이날 오찬에는

제주도 토속 음식으로 준비하였는데

흑돼지 보쌈, 성게국, 옥돔구이에 잡곡밥은 참석한 주민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다른 기관의 행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달라졌었지만, 

이제는 경찰도 이렇게 주민을 위한 행사로 달라져 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우리 경찰은

이제부터라도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흐믓해졌다.

 

 

그런데 옥의 티가 있었다.

 

어느 인터넷 신문에 이 행사에 대한 보도가 있었는데

멀리서 초청된 주민들이 편의를 위하여 주차장을 비워 두면서

경찰서 직원들에게 주차하지 못하게 강제했다는 비난성 기사였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찾아오는 주민들을 위하여

우리 경찰관들에게 약간의 불편을 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충고였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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