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민속의상 갈옷은 여름에 입으면 더 좋다.
감을 이용한 천연염색으로 통풍이 잘되어 시원하며 땀이 차지 않고 오래 입을수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제주에서 감물을 들여 일상복과 노동복으로 입었던 갈옷은
탈취·향균·방수효과는 물론이고 바람막이·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기술로 만들어진 최신의 아웃도어에도 뒤지지 않는 기능이 있으며
게다가 반복되는 물세탁에도 색이 옅어지거나 기능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갈옷 중에서도 대표적인 옷은 광목을 이용하여 만든 한복바지 형태의 '갈정뱅이(갈중이)'라 할 수 있다.
이 갈중이는 일상복과 노동복으로 사시사철 입을 수 있어 옛날 제주인들이 주로 즐겨 입었던 옷이며,
최근에는 갈옷이 피부에 좋기 때문에 와이셔츠나 속내의들을 물들여 입고 있다.
제주의 전통 갈옷은 오래입을 수록 색깔이 변하는 특징이 있다.
처음 감물을 들였을때에는 밝은 황토색이나 서너달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몇 년이 지나면 흑갈색으로 변하는 등 점점 색이 짙어지게 된다.
최근 제주의 갈옷 전문점에서 파는 갈옷들은 오래 입어도 색이 거이 변하지 않는데
이는 감물을 들일때 다른 색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제주의 전통 순수한 감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색깔은 변하게 된다.
제주에는 돌이 많은 지형으로 물이 귀하기 때문에 씻거나 자주 옷을 빨아 입기 어려운 여건이였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에 젖어도 옷이 몸에 달라붙거나 땀 냄새가 나지 않고
자주 빨지 않아도 되며 세균번식을 막아주는 옷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제주민들은 감물을 이용하여 갈옷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으며
집집마다 감나무를 심어 환경에 적합한 기능성 옷을 만들어 입게 되었다.
갈옷에는 장점이 많은데,
감물은 방부제가 되어 땀 묻은 것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땀 냄새가 안 나고,
몇 날 몇 주일을 계속해 입어도 더러워지는 줄을 모른다.
또한 먼지나 보릿가스랭이 따위의 거친 오물이 붙어도 털면 곧 떨어지고,
세탁할 때에도 비누가 필요 없이 물 빨래히며, 가시나 목초에 찔리지 않는다.
그리고 집안 여기저기 갈옷천을 이용할 경우 아토피 피부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집도 몇년 전부터 갈옷을 만들어 입고 있는데,
베개와 방석은 물론이고 모자와 깔개 손수건 등에 감물을 들여 사용하고 있다.
갈옷은 칠월칠석을 전 후한 여름에 떫은 감을 이용하여 만들어야한다.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흔히 '땡감'으로 알려진 '쪼락진(떫은)' 감나무를 집마다 키웠다.
그리고 그 감물을 이용하여 광목천 등을 염색해서 강한 햇볕에 말려서 갈옷을 만들었다.
그렇게 옷감을 염색하면 '땡감'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으로 인해
자외선 차단효과가 높아지고 통기성이 좋아져 여름철 일상복으로 적합해진다.
감은 반드시 탄닌 성분이 강한 쪼락긴(떫은) 감을 이용해야한다.
만약 단감을 이용하면 감물이 들었다가도 허옇게 변해버리므로
감의 맛을 보고 혀가 얼얼할 정도로 떫은 맛을 내는 감일수록 좋다.
그리고 감은 염색할 당일 이른 새벽에 따서 그날 즙을 만들어야 최상의 갈옷을 얻게 된다.
감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떫은 맛이 연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적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감물을 만들었는데
나무로 만든 '도구리'(큰 그릇)에 땡감을 가득부어 놓고
덩드렁마깨(나무로 만든 커다란 망치)로 감을 일일이 부셨다.
도구리에서 풋감이 다 으깨어지면
감물 들일 옷에 으깬 감을 천 사이에 균일하게 집어놓고는
주무르거나 발로 밟으면서 덩드렁마께로 두드려 감물이 잘 들도록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법을 쓸필요가 없다.
아침 일찍 감을 따고 오일장에 가져가면 감물을 내어주는 곳이 있다.
감을 갈아서 짤순이에 놓고 돌리면 감물 원액이 나오는데
한 콘테나의 감을 갈면 삼다수병 4개~5개의 감물이 나오는데 비용은 2만원이 든다.
집에서도 분쇄기나 믹서기 등을 사용하여 풋감을 갈아도 되며
이렇게 으깬 풋감은 즙만을 짜내어 냉장 보관하여 필요할 때마다 꺼내쓴다.
집에 감이 없으면 감물을 사서 갈옷을 만들기도 한다.
삼다수 1병에 2만원을 받는데 좀 비싼편이며
또한 감물의 색깔이 옅은것을 보면 감물 원액이 약한것 같기도하다.
감물을 들일 때는 한번 빨아주거나 삶아주면
겉에 코팅된 화학 물질이 제거되어 얼룩이 지지 않고 염색이 잘 된다.
천은 마른 천을 그대로 감물에 담그는것이 좋다.
젖은 상태로 염색할 경우에는 즙의 농도가 떨어지므로 농도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감물을 들이고 널어 놓은 옷>
염색이 골고루 균일하게 되기 위해서는
옷를 감즙에 넣을 때 골고루 주물러 흡수가 잘 되도록 한다.
그 다음에 풋감즙을 적당히 짜내어 올 방향으로 잡아 당겨 천의 모양을 바르게 하여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나 잔디 위에 모양을 반듯하게 하여 말린다.
<감물들인 옷 말리기, 2일차>
갈옷은 완전히 말리면 뻣뻣해 지는데, 한번에 발색이 되지 않으므로
다음날 다시 물을 적셔 널어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점차로 갈색으로 변한다.
풋감즙에 염색한 갈옷은 말렸다가 물 적셨다가를 몇 차례 되풀이하면
처음에는 몹시 빳빳하고 색깔도 붉그스래하게 변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 입고 지나면 빳빳한 풀기도 좀 부드러워지고
색도 갈색으로 바래서 입기에 알맞게 된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날씨의 선택인데
장마가 계속되거나 말리는 장소가 습한 경우
색이 곱지 않고 풀이 죽을 뿐 아니라 곰팡이도 생겨 좋지 않다.
골고루 강한 햇볕이 잘들게 말리면 색갈도 아주 좋게 변하게 되며
처음에는 풀먹인 옷처럼 뻣벗하지만 몇 번 입다보며 아주 부드러워지면서 몸에 맞게 된다.
제주의 갈옷은 감물이 갈옷의 색을 만드는게 아니라
갈옷을 햇볕에 여러번 말리는 과정에서 바람과 햇빛이 색을 익히고 무늬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갈옷마다 색이 동일하거나 일정하게 나오기 어려운데,
갈옷의 색깔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기 때문에
색과 무늬가 자연스러움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올 여름 집에서는 오래된 갈옷 한벌로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예전에 갈옷을 만드는 날에 땡감을 따고 감즙을 내는 것은 아이들 몫이였다.
새삼스래 도구리(나무로 만든 큰 그릇)에 덩드렁마깨(나무 망치)로
폿감을 두두려 감물을 짜면서 떠들썩했던 어린날이 생각나 포스팅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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