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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스타일

제주의 전통 쉰다리(순다리) 만들기

by 나그네 길 2014. 7. 5.

옛날 먹을게 없어 가난했던 제주인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었던 음료 '순다리'가 있다.

 

'쉰다리'라고도 불리는 순다리는 한마디로 '쉰보리밥'을 이용한 발효식인데,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면 피로회복과 건강 보신에 좋은 음료이다. 

 

최근들어 자극적인 화학 음료들이 너무 난무하여

이제는 제주인들에게도 잊혀져 가고 있기에 아쉬움에 만들어 보았다.

 

 

순다리를 거론하게 되면 반드시 '차롱'을 알아야 한다.

차롱은 제주인들이 썻던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통'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에는 논이 없으므로 보리와 조, 고구마가 주식이었다.

그래서 여름에 주로 먹는 보리밥은 고온 다습한 기후로 잘 쉬기 때문에

차롱에 담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으면 하루 정도는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에 음식을 보관하는데 차롱이 요긴하게 쓰였다.

 

 

그래도 보리밥은 보관하기가 어려워 잘 변했는데,

먹을것이 모자랐던 시절에 쉰보리밥도 버리기 아까워 만든것이 바로 쉰다리이다.

 

예전에 순다리는 제주민들에게 가난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자연발효적인 건강음료로 음식점에서 또는 올래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순다리는 색깔은 막걸리와 비슷하나 톡 쏘는 느낌의 요쿠르트 맛이며, 

밥알이 가라 앉아 있어 식혜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로회복과 함께 장이 안좋은 사람에게 좋다고 하며

시원하게 마실수 있고 한 끼 대용으로 될 만큼 든든하다. 

 

 

전기밥솥에 잡곡밥이 오래되어 쉰다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원래는 쉰 보리밥으로 만드는 것이 전통 쉰다리이지만

그냥 밥으로 만들어도 된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쉰다리 만드는 법을 둘러 보았는데

제주의 전통 순다리가 아니라 누룩을 부수고 밥을 걸러내면서

좀 더 맛있고 마시기 쉽게 변형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옛날에 제주인들은 순다리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발효가 잘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다.

 

 

순다리는 발효식이므로 반드시 누룩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누룩은 음력 8월 추석을 전후하여 보리로 직접 만들었는데

이제는 시장에서 사올 수 밖에 없다.

 

누룩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잘 골라야 한다.

(아래는 서귀포 올래시장의 누룩 전문점에서 한 개에 600원에 샀다.)

 

 

누룩은 반으로 쪼개어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밥이 많으면 한 개를 전부 넣어야하는데

보통 2인분정도의 밥은 누룩 반 쪽으로 충분하다. 

 

 

인터넷에서 쉰다리를 만드는 법에는

대부분 누룩을 잘개 부셔서 놓도록 소개하고 있는데,

제주의 전통 순다리는 누룩을 몇 조각으로 잘라 그냥 밥 위에 놓는다.

 

옛 날 제주인들은 누룩을 잘게 부술 시간도 모자란 사람들이었다.

 

 

물은 누룩이 충분히 잠길만큼 부어준다.

 

물은 정확하지 않아도 되며

그릇과 밥의 양은 보면서 적당히 잠기게 해 주면된다.

 

 

그릇을 뚜껑으로 덮는다.

 

뚜껑 없으면 아무거나 덮어 주어도 되며 

발효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음지에 따뜻하게 보관해 주면 된다.

 

우리 집에서는 냉장고 옆에 따뜻한 곳에 그냥 두었다.

 

 

대략 8시간 후에 뚜껑을 열고 확인해보니

누룩에 거품이 뽀골거리면서 발효가 잘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날 20시간 정도 지난 후 다시 확인하였는데,

시큼한 향기와 함께 발효가 완성되었다.

 

더 이상 발효가 진행되면 맛이 텁텁해져 먹기가 곤란해 지므로

대략 이 정도 발효가 되면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누룩을 골라내 버리고 발효된 거품도 깨끗하게 걷어내면서

이렇게 제주의 전통 순다리는 완성되었다.

 

옛날에는 이 상태에서 시원한 그늘에 두면서 떠 먹었는데

시큼한 맛으로 시원하기는 하지만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기에

단맛을 내기 위해 사카린이나 당원을 가미하기도 했었다.

 

우리집에서는 국자에 반 정도 흑설탕을 넣어 풀어주니 맛있게 되었다.

 

 

완성된 제주의 정통 쉰다리(순다리)이다.

 이대로 주전자나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마시면 된다.

 

만드는 과정은 너무 단순하지만 발효가 제대로 된 음료이다.

농번기에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먼저 순다리 한 잔을 먹으면서

그 날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버리곤 하였다. 

 

이렇게 제주의 전통 순다리는 식혜처럼 밥알과 함께 먹고 마셨으며

먹을거리가 없을 때에는 한 끼를 순다리로 때우기도할 정도였다.

 

 

최근에 순다리는 건강 발효 음료로 알려지면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누룩을 잘게 갈아 밥과 함께 비벼서 순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순다리 밥알과 누룩을 먹기 좋게 채로 걸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페트병에 담거나 한 잔에 천원을 받아 팔기도 하는데

판매하기 위해서는 쉰다리 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밥알을 으깨는것 같다.

 

<제주올레 6코스, 보목 바닷가에서 팔고 있는 순다리와 파전>

 

제주의 전통 쉰다리는 발효된 물과 밥알을 함께 먹고 마시는 것으로,

시원함을 물론 밥알을 씹는 맛도 느껴볼만 하다.

 

이렇게 옛 제주인들이 쉰 보리밥을 버리지 않고

발효된 건강식 쉰다리를 만들어 냈으니 정말로 대단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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