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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스타일

베지그랑- 음식을 예술로

by 나그네 길 2015. 1. 6.

페이스북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을 '먹방'이라고한다.

아마도 TV에 먹을거리를 방영하는 프로를 빗댄 말인것 같다.

 

그러나 블로그상에는

먹을거리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포스팅이 많이 있으며

그 중에서 어떤 먹방들은 다음(daum) 메인화면에 소개되기도 하면서

영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주변의 여건상 맛있는 음식에 대하여 아는게 별로 없어

내 블로그에서는 먹방을 거의 올리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우리 서귀포에서 보기 드믄 먹거리,

멋과 맛이 있는 집을 알게 되어 모처럼 먹방을 한번 날려 보았다.


<이전한 장소 : 서귀포시 효돈로 170번길 20 (하효동 168) T.064-732-1379 >


몇 해전 우리 테레사가 푸드스타일링을 조금 배웠던 적이 있었다.

 

그 때 푸드스타일링 전문 선생님이

서귀포에 한정식집을 개업하였다는 소식을 오래전에 들었는데

최근에야 마음먹고 '베지그랑'이라는 그 맛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베지그랑'

단어만 보면 불어와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에 많이 쓰였던 순수한 제주어로써

"맛있는 식사를 만족"하게 먹었을 때 썻던 "베지그랑허다" 라는 말이다.


 

그 날 우리는 큰 기대는 안하고 가볍게 찾아갔었다.

 

그런데 작은 돌로 만든 수저 받침대 부터 시작되는

아기자기한 차림과 함께 코스음식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순수한 제주산 식재료와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하는 요리들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 맛을 느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음식점 이름 그대로 베지그랑하였다.

 

 

메뉴는 베지그랑 정식이며 간단한 한식 코스 요리였다.

 

제주산 콩으로 손수 빗은 연두부 한 조각에도

받침대까지 녹색식물 포인트를 주면서 정성을 다해 내었고

연두부 맛의 새로움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두 번째 나온 요리는

애호박찜에 약간 덜매운 고추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특히 놋그릇을 사용하고 제주 돌과 빨간 열매 데코레이션은

애호박의 녹색과 색감의 조화를 이루면서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다.

  

그릇과 작은 소품들로 자그마한 홀의 벽면을 장식한 것은

어느 작은 카페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었고,

 

그냥 오래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해 주었다.

 

 

제주의 자연산 유채나물이다.

유채나물을 그냥 삶아서 내왔는데도 왜 이리 느낌이 좋을까?

 

흙갈색의 고풍스러운 토기 그릇과 노란 수선화 그리고 녹색의 유채나물이 어울려

색의 삼원색에 대비하는 묘한 고급스러운 음식임을 알게 해 준다.

 

  

이제쯤에야 느끼게 된다.

 

베지그랑의 색깔은 제주의 갈색이었다.

감물은 들인 갈옷천으로 만든 작은 커텐조차도 어울린다.

 

 

제주산 메밀로 만든 메밀묵이다.

 

참깨를 모듬지게 뿌려주고 검정색 김과 녹색 고사리풀을 이용하여

역시 갈색 쟁반에 장식하였다.

 

이쯤되면 눈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곳 베지그랑에는

문고리 하나도 다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버섯복음 역시 갈색의 토기그릇이다

마치 토기의 전시장과 같이 모두가 다른 모형으로 주문한것처럼 음식과 맞아 떨어진다.

 

이 버섯복음은 냄새만으로도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문양의 다기와 고고한 백자가

갈색의 나무결과 어울리며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음식이 아름다우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그리고 그 요리의 훌륭한 맛을 보면서 모두가 즐거워하게된다.

 


메인요리는 바싹불고기이다.

불그스래하게 바싹구운 고기와 불그스래한 나뭇가지의 조화,

 

그리고 둥근 제주의 현무암 돌과 어울리는 빨간 꽃송이에서

저절로 군침이 흐르게 만들면서 무척이나 식감을 자극하게 해 준다.

 

 

시레기 국과 반찬류 역시 너무나 단순하다.

 

그러나 모두가 무농약 농법으로 지은 제주의 자연산이기에

콩 한방울, 멸치 한마리 소홀리 할 수 없어 골고루 먹어 보게 된다.

 

 

긴 시간을 앉아 있어도 우리를 기분좋게 만족해 한다.

이름 그대로 '베지그랑'하였다.

 

 

식후의 차는 감국으로 만든 국화차와 당귀차 두 종류가 있었다.

그리고 하얀 찻잔에 대비하여 녹색이나 빨간색 꽃들로 조화를 주었다.

 

같은 차도 이렇게 마셔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래서 음식도 이제는 푸드스타일링이라고 하나보다.

 

 

단순한 한식 코스요리를 이렇게 긴 시간 먹어보는 것도 흔치않다.

 

베지그랑에서 다음 코스의 음식을 기다리면서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던 것은

요리에서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음식도 잘하면 예술이 된다.

그래서 오늘 '베지그랑'의 창작 음식에서 예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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