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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의 산담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by 나그네 길 2014. 10. 24.

죽은 자들의 집 '산담'

 

제주에서는 예부터 죽은 사람들을 위해 돌로 무덤에 집을 만들었는데

이를 산담이라고 불린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 제주에서 처럼 죽은 사람을 위하여 이렇게 묘소에 돌을 쌓은 산담은 없을것 같다.

 

제주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땅에 묻어 묘소를 만들었으나,

죽은 영혼들을 위하여 다시 돌을 쌓아 영혼의 거주처 '산담'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제주의 산담은 세계에서 오로지 제주만이 존재하는 장례문화이기에

'산담'을 세계 장례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잘 보존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 산담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돌을 하트모양으로 쌓은 산담(홑담)이 있는가 하면

성곽처럼 넓게 쌓은 산담(겹담)도 있고 둥근모양 장방형 모양 정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산담이 존재한다.

 

 

이러한 산담의 기원에 대하여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나

산담을 쌓기 시작한 것은 조선초였던것 같다고 한다.

 

처음에는 목장에 우마(牛馬)나 들짐승들이

산소를 파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돌로 담을 쌓았다.

 

제주의 돌담들도 밭의 경계와 우마의 침입방지를 위하여 쌓았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담의 형태가 새롭게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산담의 넓이가 1m쯤 되고 네모나게 쌓으면서 모양을 내었는데

이렇게 쌓으려면 많은 인력과 노력이 들었기에 집안의 위세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했다.

 

가세가 곤궁한 집안에서는 외담으로 산담을 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산담’을 포함한 무덤의 면적과 산담폭의 넓이로 그 가문의 위세를 점치기도 하는데

 

이는 ‘산담’을 축조하기 위한 노동력을 부릴 수 있는 재력과 넓은 무덤을 씀으로서

가문의 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담’의 축조 이유 중에는 무덤의 경계, 영역을 확정한다는 해석도 있다.

 

제주에서는 음력 팔월초하루를 벌초하는 날로 지키고 있는데

이 때 벌초는 봉분과 산담 안쪽만을 벌초하는 것이 아니라 산담 바깥에도 풀을 베어 내며

 

이는 무덤의 경계가 산담 바깥으로부터 외곽 1m 정도까지 무덤의 영역이라는 것을 뜻한다.

 

 

제주 ‘산담’의 구조는 단순하다.

봉문 주위로 담을 쌓아올리면 그만인 형태이나 이러한 ‘산담’의 한 귀퉁이로 절개된 곳이 있는데

이를 신(神)의 출입문인 ‘신문(神門)’이 라고 하며 지역에 따라 오래, 올레, 도, 시문이라고도 한다

 

이 ‘신문(神門)’은 무덤의 망자가 바깥(산담 밖)에 외출을 하기 위한 문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봉분은 망자의 집이고 ‘산담’은 집의 울타리, 신문(神門)은 대문으로 그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신문은 산담의 좌측이나 우측에 약 40~50㎝ 가량 길을 트고

그 위에 길쭉하게 다듬은 돌을 1~3개 올려놓는데 이를 정돌이라고 한다.

 

이는 제주의 전통 주택에서 올레에 통한 정낭을 연상케 한다.

시문의 위치는 망자의 머리를 중심으로 왼쪽에 위치하면 남자의 묘, 오른쪽에 있으면 여자의 묘인데,

 

산담에 일정한 격식을 갖추고 시문을 두는 것을 보더라도,

죽은 사람도 산 사람처럼 삶을 살아간다는 내세관이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된 산담은 돌에 마른 이끼가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산담의 돌마다 백화가 일어나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래된 바닷가의 원담의 백화와 

집담이나 울담, 밭담과 성담에 까지 돌이끼가 돋아나고 있어 돌의 멋을 더하게 된다.

 

 

산담’의 축조는

장례 당일에 행하기도 하며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다른 날을 택해서 하기도 하는데

 제주 상례 절차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고역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겹산담은 돌의 모든 면을 짜 맞추어 틈이 없이 축조해야 하는 기술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으로

상주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본다면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가족묘와 공동묘지가 마을별로 조성된 지금은 ‘산담’의 축조를 볼 수가 없다.

 

무덤의 조성이 좁은 국토의 비효율적 사용이라는 지적이 대를 이루고 있는 지금,

 제주의 무덤이 가장 먼저 그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제주의 돌 문화와 생활 문화를 이야기함에는 빼질 수 없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 깊게 살펴보면 참으로 애정 깊은 것들뿐이다. 

 

 

이러한 제주의 산담은

제주민중이 기난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환경에 적응한 풍토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을 들였으며 조상을 모시는

화산섬의 민중들의 삶이 녹아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산담들이 전래의 형태를 잃고,

중산간 지역 개발로 산소가 이장하면서 산담이 소실되거나

 

골프장과 리조트 건축에 밀려 

하루아침에 불필요한 돌덩이로 취급받은면서 사라져가는 산담들을 볼때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제주의 산담을

유네스코 장례문화유산에 등재하여 산담의 가치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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