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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국제실험예술제(신부님은 북치고 스님은 춤추고)

by 나그네 길 2014. 11. 4.

2014. 10. 24일 ~ 10. 29일까지 서귀포시일원에서

제주국제실험예술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 제주국제실험예술제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퍼포먼스 아트'라는 예술장르였지만

 

그 곳에서 풍기는 진한 예술의 향기는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었던것 같다.

 

 

특히, 신들이 만찬이라는 주제로 자구리공원에서 열렸던 개막공연에서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화합의 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신들의 만찬 무대 위에서 우리는,

'신부님은 북을 치고 스님은 춤을 추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았던 것이다.

 

개막공연 중에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무대에서 공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서 서귀포성당 주임 현요안 신부님과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을 초대했는데,

성원 스님은 자작 시를 써서 낭독하기로 하였고

현요안 신부는 난타를 공연하기로 준비했다고 한다.

 

개막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에서

현요안 신부의 난타를 비롯 여러 출연진들이 함께 등장하여 합동 공연을 하였고

그 자리에서 성원스님의 자작시도 낭송되었다.

 

그리고 난타의 북과 기타와 대금과 관악들이 어우러지는 피날레의 절정에서

어느 스님이 바라를 들고 등장하더니 한바탕 바라춤을 추면서 막을 내렸다.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은 그 장면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던것 같다.

 

붉은색 제의를 입고 난타를 공연하는 가톨릭 신부의 장단에 맞추어

하얀 모시 가사를 입고 바라춤을 추는 스님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상상해 보자.

 

다른 축제에서라면 개막식 공연에 상상이나 될 법한 이야기였던가?

 

 

우리는 그 자리에서 실험예술적인 화합의 장을 보았다.

신부님은 북치고 스님은 춤을 추는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여기에서 어느 누가 그리고 어느 종교가 잘나고 못남을 떠나 

서로가 서로에게 호흡을 맞추며 모두를 위하여 한마음이 되는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보았다.

 

 

나는 그 피날레 장면에서 한동안 감동을 맛보았다.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되립되고 있는 시기에

우리나라 최대의 양대 종교 지도자들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키는것은

제주국제실험예술제가 아니었다면 감히 시도하지 못할 영역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날 개막공연은

과연 실험예술제답게 포크레인과 지게차 등 다양한 소품들도 등장했는데

여러 형태의 소품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아트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던것 같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개최하고 있는 제주국제실험예술제는

세계16개국에서 100여명이 퍼포먼스 대가들이 참여했으며,

 

"Life is Art"를 슬로건으로 삶에게 예술을 묻고 있다.

 

 

그래서  개막행사에 신들이 '맨발 나드리'라는 제목으로

서귀포시내 시청앞에서 자구리까지 2.4km의 거리를

맨발로 길을 걷는 맨발퍼레이드가 진행되었으며

 

올레시장과 거리에서 만나는 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모았다.

 

 

이제 제주도의 아름다운 서귀포는

제주 올레의 탄생지인 동시에 문화 예술의 이중섭거리에 이어

'퍼포먼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의 본고장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감동의 개막공연을 보면서

제주국제실험예술제를 기획한 이정희(아녜스)와 총감독 김백기 부부의 연출에 놀라움과 함께

새삼 퍼포머스 아트라는 장르에 깊이를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날 현요안 신부는 강론 중에 말했다.

 

"이 국제실험예술제 출연 제의를 받고 서울에서 난타 선생님을 초청하여 일주일간 연습을 했었는데,

막상 무대에서는 나의 난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아 속으로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합동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 나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나 혼자만의 공연을 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잘했다하여도

그 개막공연장의 많은 청중들에게 그 만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햇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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