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이시돌목장에 있는 성 클라라수도원은 '봉쇄수녀원'이다.
봉쇄수녀원이란,
수녀로 종신서원을 하게 되면
수도원 내에서 순명과 희생의 기도 생활하는 수녀원을 말한다.
제주 클라라 수도원은
1972년 미국인 수녀 3명과 한국인 수녀 3명에 의하여
한림읍 금악리 현재의 자리에서 창설되었으며
1974년에 지어진 수녀원 건물이 낡아
여기 저기 비가 새는 등 수도생활에 불편을 주게되자
3년여의 공사를 거쳐 새 성전과 수도원을 지어 축복식을 하게되었다.
수녀님들은 무려 10년의 기간을 거쳐 수련을 받은 후
자신들이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게 되는데,
정결과 청빈 그리고 순명의 3대 서원을 하고 수도생활을 하게 된다.
그 후에는 본당이나 성서사도직 또는 병원 등 여러 분야에서 복음전파를 하거나,
클라라수녀원과 같이 봉쇄 수녀원에서 평생을 기도와 희생의 봉헌생활을 하기도 한다.
우리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수녀님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드리는 것은
바로 이렇게 자신의 삶을 버리고 희생과 사랑으로 기도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클라라수녀원 성전 봉헌식에는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교구사제단과
각급 수도회 장상을 비롯한 수도자들은 물론 교구내 신자들이 가득 참석하였다.
성클라라수도회는
1212년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에 의하여 창립되었다.
'가난한 자매들이 수도회'라고도 불리우는 클라라수녀회는
수도회의 어머니요 창립자인 성녀 클라라가 친히 작성한 회칙에 따라
관상 봉쇄 수도생활을 위해 봉헌된 수도회이다.
성전봉헌식은
시작예식과 말씀전례 및 축성기도와 도유예식 그리고 성찬의 전례로 이어지는데
시작예식은 성전 마당에서 교구사제단과 신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주교님 입당으로 시작된다.
봉헌식은 제일 먼저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원장 수녀님,
그리고 내빈들이 함께하여 테이프를 커팅하면서 축하를 한다.
시작예식에서 가톨릭교회만이 가지는 봉헌식이 특징이 잘 나타나게 된다.
이 성전과 수녀원은
원장수녀님을 비롯한 수많은 은인들의 기도와 봉헌으로 3년여에 걸쳐 지어졌음에도
축복식 시작과 동시에 가장 처음으로 하는 예식은
원장수녀가 성전의 열쇠를 교구장 주교에게 바치는 '열쇠증정'인 것이다.
이는 누가 무엇으로 얼마를 들여 어떻게 성전을 지었던간에
이 모든 것은 신부나 수녀 또는 돈을 낸 신자들 재산이 아니고
이 성전을 교구장 주교를 통하여 하느님에게 봉헌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톨릭교회의 모든 재산과 재물은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만들었던간에 교구재단의 소유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교회 재산을 두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다툼이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신자대표로 부터 열쇠를 받은 주교님은
다시 열쇠를 원장 수녀에게 건네며 명령한다.
"성전의 문을 여시오"
그리고 성전문이 활짝 열리게 되면 주교님이 말한다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주님의 집으로 들어 갑시다."
그리고 장엄한 성가를 부르며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은 차례로 성전에 입장한다.
새 성전의 제대에는 제대보도 초도 꽃도 없이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다.
주교님은 새 성전을 축성하기 위하여
물에 축성을 하고 성수를 성전의 여기 저기와 신자들에게 뿌리며 축복한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았노라
그 물이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구원되어 노래하리라
알렐루야!"
이 성전 안에는 아름다운 성모상이,
그리고 입구 마당에는 십자가를 손에 든 그리스도 예수상이
성전안 정원에는 성모자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 있다.
클라라수녀원은
이시돌목장에 세워진지 반백년이 되었는데도
한번도 이 경내에 들어와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성전봉헌식을 맞아 한 바퀴 둘러 볼 수 있어 신기하다.
봉쇄 수녀원에는
특별한 경우에만 교구장 주교가 방문할 수 있을 뿐인데,
이 성전 봉헌식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언제 봉쇄수녀원에 들어 올 수가 있을 것인가
그래서 봉헌식날 유언비어가 돌았는데,
"오늘 봉헌식 미사가 끝나면 수녀원을 공개 할지도 모른다는"~ㅎ
클라라수녀원의 성전과 수도원은
가운데 네모난 정원을 두고 서로 연결이 되어 있었으며
남쪽 양지바른 2층에는 수녀님들의 숙소가 아파트처럼 나란히 있었다 .
공동으로 수도생할을 하는 수녀님들은
평생을 이 수도원의 경내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데,
우리는 자그마한 희생도 제대로 못하면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으니
내가 신자라는 사실이 어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의 전래에서 주교님은 강론을 통해
"하느님은 성전을 지어 달라고 말한적이 없지만
우리 인간들이 필요에 의해서 성전을 지어 봉헌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성전의 주인이 아니고 관리자일 뿐이므로
기도와 사랑으로 봉사해야한다."
말씀의 전레가 끝나면
축성기도로 성인호칭기도가 장엄하게 이어진다.
성모님과 천사와 성인들이 전구로 새 성전이 축복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 겸손되이 간구하오니
천상으로부터 이 성당과 제단을 거룩하게 하시어
영원한 그리스도의 식탁이 되게 하소서."
이어지는 도유예식에서 주교님은
제대 가운데와 양쪽 모서리, 성당의 양쪽 벽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르게 된다.
그리고 분향을 드리며 기원한다.
"주님, 유향 연기 같이 저희의 기도가 당신 어전에 오르게 하시고
이 성당이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차 있듯이,
당신 교회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발산케 하소서"
분향이 끝나면 제대를 꾸민다.
제대에 하얀 제대포를 깔고 제대 앞에는 아름다운 꽃을 바친다.
그리고 촛대와 초를 장식한다.
이제 주교님은 본당신부에게 초에 불을 켜서 주면서 말한다.
"그리스도의 광명이 교회안에 찬란하여
만백성이 진리를 충분히 깨닫게 되도록 촛불을 밝히십시오."
본당신부가 촛불을 높이 들어 밝히는 순간에
모든 신자들은 환희의 박수를 치면서 기뻐하며 성전에 불을 모두 켠다.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어둠속을 걷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
봉헌예식이 시작된다.
원장수녀님이 성전 신축에 봉헌자 명단을 책자로 만들었으며
이 은인들을 주교님에게 봉헌하고 영구히 보관토록한다.
"여기 우리 작은 정성 주 대전에 바치니
너그러히 받으소서 미약하온 이 제물"
봉헌 예식 중에 성클라라 수녀님들이 특송이 있었다.
오늘 이 성전 봉헌을 축하하는 수녀님들은
2층 성가대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면서도
노래 소리만 들릴 뿐 끝내 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 봉쇄수녀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찬의 전레가 시작되면 주교님은 성전 축성 감사송을 바친다.
"사도들을 기초로 삼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모퉁이의 머릿돌로 삼으시어
한 국가처럼 당신의 거룩한 교회를 세우셨으니,
이 교회 안에서 주님은 영원 무궁히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실 것이며
영원히 그리스도의 빛이 찬란하리이다."
성찬의 전례에서부터 영성체까지는 일반 미사와 같이 진행되고
간단한 축하식이 이어진다.
건축회사와 관계자들에게 감사패를 주기도 하고
원장수녀님이 감사의 말씀과 축사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성전을 자기가 지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성전은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성전봉헌식은 주교님의 장엄 강복으로 모두 마치게 된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오늘 이 성당 축성을 위하여 우리를 모아 주셨으니,
풍부한 천상 축복을 우리에게 내려 주소서."
미사가 끝나면 성전 마당에서 축하연이 이어지는데
오늘은 승무공연이 있었다.
가톨릭교회 수녀원 축성식에
불교의 전래무용 승무가 공연되는 것도 이색적이다.
오늘 성전축하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녀원에서 준비한 도시락이 많이 모자랐으나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 30여분을 기다려 반쪽짜리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으며
기념 손수건까지 받았으니 아주 행운이었다고나 할까 ~ ㅎ
오늘 성전 봉헌식을 맞아
처음으로 얼굴을 보여 주신 성 클라라수녀원 원장 수녀님!
아름다운 이 성전을 지으시고 봉헌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성녀 클라라의 관상의 삶을 봉헌하시는 클라라수도원 수녀님 모두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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