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아름다운 길이 많이 있다.
올레길만 해도 22개 코스별로 저마다 특색이 있으며
둘레길과 목장길, 바당길, 오름길 등 모두가 한 번 쯤은 걸어 보고 싶은 길이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길들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길을 꼽으라면 당연 '하논성당순례길'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길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
그리고 역사와 문화는 물론 민초들이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초가집 하논성당 복원도>
제주 산남지역 신앙의 못자리 ‘하논성당’
하논성당은 1900년 6월 12일 김원영(아우구스티노) 신부가
‘한논본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립하였다.
서귀포시 호근동 194번지에 4칸 초가집을 구입하여 성당으로 사용하였는데
설립 당시 신자는 20명(예비자 34명)이었다.
하논성당은 제주도 한라산 남쪽에 설립된 최초의 성당으로서
홍로성당과 서귀포성당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제주 산남지역 신앙의 못자리가 되었다.
하논성당 설립자 김원영 신부는 한국인 사제 중 7번째 서품을 받았는데
당시 31세의 젊은 신부로 ‘수신영약(修身靈藥)’을 저술하는 등 의욕적인 선교활동으로
하논성당 설립 1년 만에 신자 138명(예비신자 600여명)을 기록할 정도로
제주 산남 지역 천주교회 정착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하논성당의 급격한 교세확장 과정에서
천주교인과 지역 토착 세력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1901년 5월 천주교인 309명(교회측 추정 500~700여명)이 살해당하는
제주신축교안(이재수의 난)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하논성당은 신축교안 당시 많은 신자들이 희생되었으며
제3대 타케 신부가 부임했을 때는 신자 35명뿐 선교활동이 곤란해
1902년 6월 17일 서귀포 홍로지역으로 이전
‘홍로본당(현 서홍동 면형의 집)’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가,
1937년 8월 15일 제10대 라(羅)(라이언 토마스) 신부에 의해
현재 ‘서귀포성당’으로 이전하고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후 서귀포성당은
1941년 일본군 주둔으로 미사가 거행되지 못하고 사제와 신자들이 투옥되는 수난기를 거쳤으며
6.25전쟁 당시 피난민 구제와 해성유치원을 설립 등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면서,
1957년 모슬포성당 분리를 시작으로 서귀복자성당(1970년) 및 성산포본당(1973년)과 효돈성당(1988년)을
자(子) 본당으로 분리시키는 등 한라산 남쪽지역 8개 본당의 모태(母胎)성당이 되었다.
하논성당 이전 후 하논마을은 쇠락을 거듭하다가
4.3사건 당시 토벌군에 의해 주민 100여 명(가옥 16채)이 소개(疏開)되면서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 버렸다.
그 후 60여년이 지난 2010년 ‘서귀포성당 설립 110주년’ 뿌리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하논성당터 발굴과 초가성당 복원 추진 및 하논성당순례길을 조성하였으며
2013년 4월 20일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제주교구순례길 중에서 두 번째로 ‘하논성당순례길’을 공식 선포하였다.
하논성당순례길은
서귀포성당에서 출발하여 칠십리시공원 - 예술의 전당 - 하논돌담길 - 하논성당터 -
하논분화구 - 담쟁이길 - 선반내 - 흙담소나무길 - 후박나무길 - 홍로마을길 - 면형의집 - 서홍과수원길 -
복자성당 - 1호광장 - 복자성당터 - 매일올레시장 - 이중섭문화거리 - 서귀포성당까지 돌아오는 길이다.
이 순례길(10.8km)을 걸으면서 만나는 곳곳마다
뜻과 사연이 없는 곳이 없어 그냥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
하논성당순례길은
제주지역 종교계 순례길의 시초가 되기도 하였다.
2010년 제주도의 예산을 지원 받아
제주역사문화연구원에 하논성당터 발굴과 순례길 조성 용역을 의뢰하여
역사와 자연과 생태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순례길을 조성하게 되었으며
제주도청에서는 이 순례길 용역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후
천주교는 물론 불교와 개신교계에도 순례길 사업비를 지원하게 된 단초가 된것이다.
하논성당순례길은
2013년 4월 제주교구 공식 순례길로 선포된 이후 도내외 순례객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으며
지난 2014년의 경우에는 1,650여명이 이 길을 순례하면서 역사와 자연과 문화를 느끼고 갔다.
이와 관련 서귀포성당에서는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순례길을 가꾸고 순례자들을 안내하기 위하여
하논성당길 안내자(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순례길 안내자(해설사)를 모집한바
성당교우들 중에서 지원자가 무려 45명이나 되었으며
1차로 전문가 강의 10시간과 현장 실습 10시간을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이제 하논순례길은
아름다운 사람들 손에서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 자연과 생태를 학습하는 학생들이나
역사의 현장을 공부하는 사람들까지 더 많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하논성당순례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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