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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의 시께떡(제사 음식)

by 나그네 길 2015. 2. 4.

우리 집안의 제사는 대부분 겨울에 있다.

 

제사는 1년 동안 10번의 제사가 있는데 

6월달 한번 외에는 모두 11월과 1월 사이 겨울에 제사를 지낸다.  

 

 

제사가 이렇게 추운 겨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면

사람도 모든 성장이 정지하고 있는 겨울철에 돌아가실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식물들은 낙엽을 지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는가 보다.  

 

 

올 해부터는 부친의 제사를 큰 조카가 맡아서 서울에서 지낸다.  

 

엊그제 1월의 마지막 날에 아버님 제사를 처음으로 서울에서 지냈는데

형님과 동생은 비행기 타고 갔으나 나는 제사에 참례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인가 갑자기 어린날 맛있었던 시께떡(제사떡)이 먹고 싶어졌다.

 

 

제주속담에

"시께집 아이 놀쓴다." 라는 말이 있다.

"제사집 아이는 거칠다"는 말로 풀이 될까?  

 

집에 제사가 있는 아이들은 떡을 가지고 나와 동네에서 자랑하며 먹을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로 부터 부러움을 받으면서 우쭐거렸던 기억이 떠 올려지는 속담이다.

 

 

제주의 시께떡은 다른 지방에 비하여 단순하다.

 

쌀이 없기에 '곤떡'(쌀로 만든 떡) 그리고 '모물정기'(메밀로 만든 빙떡)가 주였다.

그리고 '곤밥'(쌀밥), '겡'(고깃국), '솔나니구이'(옥돔구이), 고사리와 묵은 반드시 제사상에 올라간다.   

 

 

예부터 제주에는 논이 없어 쌀이 귀했기 때문에

쌀로 만든 것은 대부분 '곱다'는 의미로 '곤'을 붙여서

'곤밥' '곤떡'이라고 부르게 되었던것 같다.

 

아래는 곤쌀로 만든 떡이다.

둥그런 것은 '절변' 이고 반원형은 '솔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팥고물이 있는 떡은 오메기떡이다.

 

 

아래의 사각형 떡은 '은절미'라고 부른다.

사각형은 땅의 모양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는 '우찍'이라고도 하고 '지름떡'이라고도 한다.

모양은 둥근 모양과 별 모양이 있으나 주로 별을 상징하고 있다.

 

 

아래는 '정기떡'(빙떡)이다.

 

모밀을 얇게 반죽하여 솥뚜껑에서 둥굴게 익혀내고

가운데 고명으로 무우채를 넣고 말아 놓은 떡이다.

 

제주에서는 고려 말때 몽고에서 전해온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는 '문침떡'(시루떡)아러고 부른다.

 

팥고물을 묻혀서 문친떡인지는 모르겠으나

예로부터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아래는 상애떡이라고 한다

밀가루에 약간의 설탕과 막걸리로 발효시켜서 쪄낸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외떡'으로 부르면서 제사상에는 올리지 않는다고 했으나

우리 동네 남원읍 지역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린다.

 

 

아래에 둥그런 떡은 '송편'이라고 한다.

제주의 송편은 투박하고 고명으로 팥을 넣어 크게 만든다.

 

이렇게 제주의 시께떡들은 단순하지만

하늘과 땅 그리고 둥그런 태양과 반달 모양의 달과 별들을 상징하고 있어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었던것 같다.

 

 

아래는 묵이다.

 

밀가루나 모밀가루를 만죽하여 만들고

자그마하게 짤라내서 꼬지에 끼우고 제사상에 올린다.

 

 

그리고 적깔은 다른 지역과 대부분 비슷하게

쇠고기적과 돼지고기 적을 두개 만든다.

 

적의 크기는 지역과 집안마다 약간씩 다른데,

우리 집안에서는 작게 만들어서 숯불에 구어서 상에 올렸다.

 

 

그리고 조금 더 정성을 들여 '과질'을 만들기도 하는데,

우리 집안에서는 오래 전부터 과질를 만들어 제사상에 올렸다.

 

아래 과질 옆에 생선은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옥돔'이다.

제주에서는 옥돔에게만 '생선'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다른 어종은 고유한 이름만 불렀다.

 

우리 동네에서는 옥돔을 '솔라니'이라고 부르며

제사상에는 반드시 '솔라니구이'가 올라가야한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시께집 나물은 육지부와 대동소이하다.

 

고사리아 콩나물 그리고 시금치는 기본으로 나온다

그 외에는 계절별 나오는데 아래 사진에는 양애꽃(양하)도 있다.

 

 

이렇게 제주의 시께떡은 단순하지만

그 뜻은 어디 못지 않게 잘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제사를 지내러 가지 않고

"시께 먹으래 간다" 고 한다.

 

음식이 귀해서 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주에서는 오로지 제사 먹으래 가서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즐거워 한다.

 

 

이제야 제사를 알 만한 나이가 되었는데

제사는 벌써 조카들이 주관하고 있다.

 

내 어린날 제사를 기다렸던 것은 단순히 '시께떡'을 먹기 위함이었다.

가난에 찌들린 제주의 농촌에서 제사날이나 명절이 아니면 곤밥(쌀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특히 쇠고기나 돼지고기적은 제사가 아니면 맛 볼수 없었던 고귀한 음식이었다.

 

 

이러한 제주의 제사 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안도 이제는 제사 시간을 밤 12시에서 밤 9시로 변경하여 지내고 있다.

 

한동안 종교적인 의미에서 제사 무용론이 득세를 하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의 '생일'을 챙기듯이 조상들의 '기일'도 기억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조상의 제사를 정성들여 준비하고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최근 기일을 맞이한 아버님 요셉과 연옥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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