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제주에는 물이 귀했다..
그러므로 제주의 마을은 봉천수가 솟아나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생겨났으며,
그 귀한 물을 길어 나르는 물동이를 '물허벅'이라고 불렀다.
물허벅은 둥그런 항아리로 주둥이가 좁아 물이 출렁거려도 넘치지 않는다.
그리고 물허벅을 지고 다닐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를 '물구덕'이라고 하는데
물구덕 밑바닥에 대나무를 대었고 짊어지는 밧줄은 '물배'라고 부른다.
제주에서 물허벅으로 물을 길어 나르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어 나르는 내륙지방의 부녀자들과 달리
제주여성들은 등에 물을 지고 나른다.
이는 바람과 돌이 많기 때문에 돌에 채이거나 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풍습으로 보인다.
한편 물허벅은 제주도 특유의 민속 타악기 노릇을 하기도 했다.
예전에 동네에서 잔치가 있어 노래를 부를때면
물허벅의 배와 주둥이를 손으로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허벅장단'으로 사용했는데
은은하게 울리는 장단 소리는 허벅장단만이 가지고 있는 민속음일 것이다.
제주에는 강이 하나도 없으며 한라산에도 비가 올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 있을 뿐인데
이는 제주도 자체가 화산암 지역으로 빗물이 잘 스며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을 구하는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결혼이나 장례 같은 일이 있을 때면 물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 동네 여인네들이 어른 아이할것 없이 모두 물구덕을 지고
물을 길어다 물항(커다란 항아리)에 담아두는 '물부조'를 하기도 한다.
우리동네 위미리에는 깊이가 무려 10m나 되는 우물이 있었는데
밧줄에 커다란 깡통을 달아 우물 속에서 물을 길어내 물허벅에 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빨래를 하기에는 물이 너무 부족하였기에
천연섬유로 땀을 잘 흡수하는 갈 옷을 주로 입게 되었고
빨래는 모았다가 바닷가의 봉천수에서 빨아 돌자갈 위에 널어 말리곤 했다.
제주의 초가 부엌에는 물허벅으로 길어온 물을 담아두는 물항이 있었다.
이 물항의 물은 음식을 만들고 음용수로만 사용되었는데
물을 마실때에는 박을 반으로 나누어 만든 바가지 '물박'을 사용했다.
그리고 물항에는 '고노리'라고 불렀던 모기의 유충이 살기도 하는 등
위생상태가 극히 불량하였는데도 그런대로 잘 살아왔으니 이 또한 신기하지 않은가?
제주도에는1960년대 말에야 전기와 수도가 들어와 '물허벅'이 사라졌다.
그러나 당시 제주 사람들에게 물과 전기를 이용하는 삶,
기초적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국가의 예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본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던 고향 출신 재일교포들의 성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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