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당사람들

날씨와 사람(탈출기 캠프를 준비하며)

by 나그네 길 2015. 7. 22.

모든 야외 행사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 참석 인원이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멋있는 행사를 준비한다고 하여도

비바람이 치거나 참석 인원이 몇명 안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서귀포성당 설립 115주년 기념 축제, "엑소더스 115! 전 신자 캠프"를 추진하였다.

 

한라산 아래 넓은 초원에 있는 모구리야영장에서

신자 300여명이 참가하여 텐트를 치고 2박3일 동안 숙식을 하는 야영 캠프였다.

 

 

본당 현요안 주임신부님에게서 이런 캠프에 대한 계획을 처음 들었을때 크게 놀랐다. 

 

세례신자가 1,600명인 1개의 성당에서

총 신자의 20% 상당인 300명을 2박3일 텐트 야영에 참가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본당 주일미사 참례 인원이 총신자의 25% 상당인 400여명임을 감안 할 때

도저히 정답이 나올 수 없는 참가인원이었다. 

 

 

왜 300명이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뜻이 있었다.

 

성경 구약의 12개 지파와 신약의 12사도를 뜻하는 24개의 지파를 만들고

지파별로 12명씩 인원을 배정하면 총 288명이 있어야 탈출기 캠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스텝 등 진행요원도 20명 이상이 있으니 300명이 넘는 인원되어 버렸다.

 

 

당시 메르스가 한창이던 6월 중순이었는데,

6월말까지 참가인원 신청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러나 신자 개개인이 전하는 '엑소더스 캠프'에 참가하지 못할 이유는 수십개도 넘었다.

직장, 교육, 교통, 건강, 진드기, 식사, 텐트, 식기, 잠자리, 벌래, 거리, 돈 등 등...

 

특히 어디에나 존재하는 매사에 비협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

 

"별로 필요도 없는 캠프에 200명 이상은 참가하지 않을 것." 부정적인 언동 등으로

축제를 함께 즐기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캠프 신청 마감일인 6.28일까지 184명이 신청을 했을 뿐이다.

 

 

다음날 사목회 임원들을 비상소집하였다.

 

무려 1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서귀포성당에서

신자 300명을 캠프에 참가 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다는 합의를 하였다.

 

그리고 저녁부터 신자들을 상대로 전화를 걸고

탈출기 캠프에 대한 의미와 참여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참가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참가 권유 전화를 시작한지 2시간 여만에 무려 59명의 인원을 추가로 받아

캠프신청 총 인원이 230명이 넘어 본당 주일미사 신자의 50% 이상이 되었다.

 

 

세상사와는 달리 교회의 일은 참으로 묘하게 진행되는 것을 본다.

 

캠프 인원이 과반수를 넘어가자 이제는 캠프에 참여하자는 분위기로 변하면서

최종적으로 엑소더스 탈출기 캠프에 참가 신청자는 334명이나 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를 신비를 경험하였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탈출기 캠프를 위하여 차고 넘치도록 도와 주셨다.

 

 

물론 이러한 뒤안길에는 

본당 현요안 주임신부님이 '9일 기도와 미사 강론'을 통한 강력한 메시지 전달

 

그리고 신자들의 의견을 들어

프장까지 버스를 운행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들이 있었던 것도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렇게 본당 사상 유래없이 많은 신자들이 참가하였는데

탈출기 캠프에서 복음 말씀을 체험하는 신앙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캠프의 주제가 <가라 모세>를 매일 부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몽골천막 15개, 자바라 천막 5개, 스티로플 깔개 150개 숙박 준비를 하였고

버스 3대, 화물차 5대, 봉고차 3대로 수송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24개 지파별로 식사준비를 하면서 츄라이판 식기 300개를 준비했고,

 침낭과 세면도구 등은 개인별로 지참하도록 했다. 

 

 

특히 아래 스티로폴 깔개를 야영천막에 깔아 크게 히트를 쳤다.

 

건축공사용 이 스티로폴은 현요안 신부님이 지인을 통해 빌려왔는데,

사제가 7월 땡볕에 땀을 흘리면서 스티로폴을 나르고 있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된 한 신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캠프를 위한 특별 봉헌금을 냈다고 전해진다.

   

 

캠프 진행을 위한 IMD공연팀 및 스텝과 봉사자만도 27명이나 되었다.

 

3일 동안 이들이 먹고 마실 음식과 물과 숙박용 이불, 그리고 공연 장비 준비가 만만치 않다

마치 성당 마당이 피난민촌 처럼 변해 버렸다.

 

그 중에서 나의 준비물도 있었는데, 바로 "모세의 지팡이" 였다.

 

탈출기를 재현하면서 내가 모세가 되어

이 지팡이로 광야의 바다를 가르면서 신자들과 함께 행진을 하게 될 것이다.

 

또 한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이다.

날씨에 따라 모든 행사의 성패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엑소더스 캠프에 우리 성당 사상 최대 인원인 334명이 신청을 하였다고 해도

캠프 기간 7.17일(금) ~ 19(주일)에 태풍이 온다면 이 캠프는 당연히 취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15일 전부터 매일 기상청 싸이트를 확인 했는데,

 

캠프 기간 3일 동안은 계속해서 비 날씨로 예보되고 있었으며,

11호 태풍 '낭카' 진로가 일본 열도를 통해 제주도까지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 일어 났다.

엑소더스 캠프 3일전에는 흐림으로 예보가 변경되더니

캠프 2일전이 되자 캠프기간 동안의 날씨가 맑음이 되어 버렸다.  

 

제11호 태풍 낭카의 진로가 거이 90도로 꺽이면서

제주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버렸던 것이다.

 

수요일 아침 이 예보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환호를 지르며 사목임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엑소더스 115!!! 우리 모두의 성원과 기도로 기적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는 또 한 번의 신비를 보여주었다.

캠프 2박3일째 마지막날 아침에 예보에도 없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당초 오후 5시까지 예정되었던 캠프를

감사의 파견 미사를 마지막으로 오전 중에 마무리 하였다. 

 

알고보니 그 비는 모구리야영장 주변 지역에만 살짝내리다가 그쳤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그만 가정으로 돌아가 쉬면서 내일을 준비하라는 말씀으로 들렸다.

 

이렇게 인간이 게획을 아무리 잘 세운다 하여도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