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누님이 '상애떡'을 한 광주리 만들어 보내왔다.
우리집 식구들이 상애떡을 좋아한다며 일부러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제주인들이 먹어 왔던 '상애떡'은
보릿가루에 탁주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 떡인데 보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주로 목장이나 밭에 일하러 갈 때 먹었던 떡이다.
상애떡은 고려 때 몽골인이 탐라에 목장을 운영하면서
휴대용 음식으로 곡식가루를 부풀려 만든 상화(霜花) 먹던 것이 제주인들에게 전래된 것으로
상화-〉상애(상외)’로 명칭이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제주 일부 지방에서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떡이라 하여 '상외떡'이라 부른다는 말이 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올리기 위하여 상애떡을 만들었으니 다른 이야기이다.
해방이후 보릿가루 대신 밀가루를 사용해 만들어 왔던 상애떡은
1970년대 동네 빵집들이 생겨나면서 사라져 버렸다가
최근 웰빙바람에 다시 돌아와 '오메기떡'과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떡이되었다.
상애떡은 아주 단순하다
밀가루에 막걸리와 약간의 이스트 그리고 우유와 계란을 넣고 발효시켜서 찌면 된다.
최근에는 단팥과 갈은 앙꼬(소)를 넣기도 하는데 이것은 찐빵이지 상애떡이 아니다.
상애떡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맞다.
그래야 더운 여름 날에도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상애떡의 모양은 아래처럼 직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제사상에 올리기 쉽고 대나무로 만든 차롱(바구니)에 보관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차롱에 상애떡을 넣고 나무가지에 메달아 두면 땡볕 여름날에도 잘 변하지 않는다.
앙꼬도 없고 양념도 없는 무맛이니 천천히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상한 상애떡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찾아보았다.
대부분이 둥근 모형으로 찐방처럼 만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판매하기 쉽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국적불명의 이상한 모형과
단팥으로 소를 넣고 설탕으로 달고 맛있게 만든 떡들을 상애떡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상애떡이 웰빙 음식인 것은 특별한 양념이 없어서일게다.
설탕과 치즈로 만들어진 아주 맛있는 베이커리점은 어디에나 있는데
상애떡을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겠나
상애떡은 상애떡만이 가지는 특별한 맛이 또 하나있다.
상애떡을 만들어서 직접 먹는 것보다 보관하였다가 다시 쪄서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찐 상애떡이 더 맛있는 이유는 알 수가 없으나
냉동했던 상애떡을 약한 불에 쪄 주기만 하면 부드러운 맛이 다시 살아난다.
제주에서 감귤을 따는 시기에는 과수원 간식으로 상애떡을 최고로 친다.
찜통에서 간단하게 쪄낼 수 있고 특별한 차림이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농촌 아줌마들에게도 인기있는 떡이다.
이러한 상애떡은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각종 유기산과 알콜이 생성되어 잘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여름철 제사나 추석 명절 음식으로도 널리 쓰였던것 같다
예전에 제주에서는 상가집에 갈 때 팥죽과 상애떡을 부조음식으로 가져갔다.
서로가 가난하고 힘들기 살기 때문에 상애떡을 밥 대신에 식사대용으로 대접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었던 제주의 상애떡이
이제는 관광객들까지도 찾는 웰빙떡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의 모듬벌초 (0) | 2015.09.16 |
---|---|
제주의 수도물 - 지하수 유수율 조작을 보며 (0) | 2015.09.04 |
미국 '센타로사'에 있는 제주 물허벅 여인상 (0) | 2015.08.14 |
어린 날 여름방학 (0) | 2015.08.12 |
제주의 물허벅 (0) | 2015.07.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