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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강정평화미사

by 나그네 길 2015. 10. 3.

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테의 단편 '마지막 수업'을 생각하게 된다.

어릴적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일게다.

 

그래서 10월 1일 서귀포성당에서 주관하는 마지막 강정 길거리 미사에서

지나간 강정의 여러 문제들을 떠 올려 보게 되었다.

<강정평화센터에서 주관하는 강정미사는 매일 봉헌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전국적인 이슈를 가져왔던 '강정 해군기지' 반대 문제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생명 평화에 대한 확고한 교리적 믿음으로

평화운동의 지주가 되어 이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제주교구에서는 지난 8년동안

27개 본당별로 날자를 정하여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이러한 천주교 제주교구의 생명 평화운동은

일부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많은 비판을 당하기도 했다.

 

"신부들은 성당에서 미사나 드리지 무슨 정치문제에 간섭하느냐?"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강정의 길거리 천막미사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했다.

"자기 안위만 신경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렵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과연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 제주에 오신다면

사회의 모든 불의를 못본체 성당에서 우리끼리만 드리는 미사에 오실까

아니면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강정의 길거리 천막미사에 오실까?

 

예수님은 사랑입니다.

 

 

강정의 생명평화 미사에 처음 참례한 날은

 2007년도 저물어가는 겨울,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구럼비 바위 미사이다. 

 

당시에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살아있는 바위였다.

그리고 그 바위희귀한 붉은발말똥게와 청개구리들이 노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강정의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면서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었고,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아 '일강정'이라고 불렀던 강정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 80%상당이 반대하는 공사가 강행되면서

경찰력이 투입되었고 반대 활동가들과 충돌 될 수 밖에 없었다.

 

강정으로 인하여 6개월 사이에 서귀포경찰서장이 4번이나 바뀌기도 했으며,

주민과 활동가 100여명이 사법처리 되는 불상사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해군기지 공사는 올해 말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해군기지에는 '세종대왕함' 등 해군 함정들이 시범 입항을 하는 단계에 왔다.

 

이제 더 이상 공사를 반대하는 할동은 의미가 없기에

제주교구에서는 강정마을에 평화센터를 건립하고 새로운 생명 평화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8년여 동안 이어왔던

강정의 생명평화 길거리 천막미사도 그만 두기로 했으며,

 

10월 1일자로 서귀포성당의 마지막 강정평화미사를 드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제주교구의 강정 셍명평화미사는 길거리 천막에서 집전되었으며

 

해군기지공사장 입구에는

 예수회 사제와 활동가들이 의자에 앉아 공사차량 출입을 못하도록 하였다. 

 

 

오랜 시간을 이어오는 미사이고 평일 낮 11시에 진행되는 미사이기에

본당 신자들은 20여명이 참여할 뿐이다

 

하지만 공사장 입구에서는

활동가들과 순례자 등 언제나 100여명이 함께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에는

모두 길거리로 나와 손을 흔들며 "강정에 평화"를 외친다. 

 

해군기지공사장에서도 미사시간에는 서로를 배려해 준다.

미사시간에는 공사차량들이 출입을 하지 않으면서 소음을 나지 않도록 조심해준다.

 

 

미사시간 중에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는 매일 같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예수회 신부를 비롯한 평화활동가들은

공사장 출입구에 앉아 차량출입을 못하도록 공사를 저지한다. 

 

그러면 현장 경찰관들은

활동가들이 앉아 있는 그대로 의자를 들고 옆으로 가서 통로를 만든다.

그리고 대기 중인 공사차량들이 출입을 하고 나면 다시 활동가들은 출입구에 가서 앉는다.

 

 

여성 활동가들이 앉아 있는 의자는 여경들이 든다.

 

경찰에서는 모든 활동가들을 공사방해로 체포하는 것 보다는

약간의 수고를 통하여 원활히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강정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는

몇 년 째 미사 중에 이런 이상한 광경이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강정의 길거리 천막에서 봉헌하는 우리 본당 주관 생명평화 미사는 마지막이되었다.

 

그러나 공사장 정문에서 예수회 사제들이 주례하는 강정미사는 이어갈 것이며

 평화활동가들에 의한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는 평화운동이 지속될 것이다.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제주도민들이 의견은 천태만상이다.

 

국가 방위사업에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한다는 주장에서 부터

유사시에 군사기지가 있는 강정이 가장 먼저 미사일 폭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과

군사력만으로는 결코 평화가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까지 중구 난방이다.

 

그러나 강정해군기지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길거리 미사도 끝나버렸다.

 

국가 방위사업 차원의 공사에서 반대를 주장하는 소리와

강정주민들이 분열과 희생은 거대한 공권력에 의하여 묻혀버렸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오늘 강정의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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