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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제주의 돌, 하논성당터 '돌제대'에 얽힌 사연

by 나그네 길 2015. 10. 20.

제주는 화산 섬이라 돌이 많으며돌의 쓰임새도 많다.

 

제주의 돌은 밭담, 집담, 울담, 성담, 원담, 잣담, 산담, 백케 등으로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조경석과 표지석, 조형물 그리고 '돌문화 공원'까지 조성되어 있다.

  

 

115년전 산남지역 최초의 성당이 있었던 하논성당 터,

 

지금은 당시 심었던 은행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뻗어 있고,

조촐한 안내판과 방문자 스템프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잡초만 무성하다.

 

위와 같은 초가 성당의 복원은

부지 개발 제한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에 의하여 지연되고 있기에

 

야외에 제주의 돌 자연석을 이용한 제대를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아무리 돌이 많다는 제주도라고 하여도

자연석 그대로 특별한 모형을 만들 수 있는 돌은 흔지 않다.

 

하지만 좋은 일을 추진하는데는 좋은 사연이 있게 되고

제주시 연동성당에 조성된 자연석 돌 제대를 그대로 옮겨 올 수 있었다. 

 

 

2006년도 연동성당 신축 당시부터 

성당 옆 소나무밭 2천평을 연2백만원에 임대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소나무밭에 자연석 돌제대를 만들었는데

당시 이 자연석 돌들은 도내 곳곳에서 어렵게 구입하였으며

설치미술가에 의해 10여일에 걸쳐 2천만원 상당을 투자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소나무밭 임대가 종료되어 버렸고

제주시청에서는 이 자연석을 철거해 가라는 통보가 오게 되었다.

 

마침 하논성당터에 자연석 제대 설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돌제대를 그대로 보내 주시니 정말로 너무 감사한 일이 었다.

  

그리고 또하나 더 우연한 사연이 있다.

 

2006년 당시 연동성당에 이 돌 제대를 설치하였던 현요안신부가

이제는 서귀포성당 주임신부가 되어 하논성당터에 이 돌제대를 다시 설치하게 된 것이다.

 

주님은 참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시는 분이다.

 

 

예전에 제주에서 돌은 다듬는 사람을 사투리로 '돌챙이'라고 불렀는데,  

서귀포성당 현요안 주임신부는 3일간 '돌챙이'가 되었다.

 

 

이러한 자연석을 옮기고 다시 다듬어 설치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장비만해도 대형크레인 1대, 포크레인 1대, 25톤 트럭 2대 작은 트럭 1대

그리고 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까지 인력도 많이 필요하였다.

 

커다란 돌을 들어내고 서귀포까지 옮기는데만도 하루가 걸렸다.

 

이런 공사는 태양토건(대표 이상호)의 물심양면에 걸친 봉헌이 없었다면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힘든 사업이었다. 

 

연동성당에서 돌을 옮기기 전에 분필로 위치를 표시 하였고

그 번호대로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부지 여건들이 달라 그대로 되지 않았다.

 

땅의 크기에 맞게 다시 돌 제대를 설계하고

돌을 골라 맞추어 가는 작업 만으로 다시 하루가 걸렸다.

 

 

 

서귀포성당 '하상바오로회' 회원 3명이 3일간 봉사자로 나섰다.

돌을 놓고 맞추는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말 없이 해 주었다.

 

 

돌을 맞추고 제대를 꾸미는 일로 다시 하루가 지났다.

이렇게 3일 만에 돌 제대를 옮기고 다시 만들었다.

 

그냥 만들어 놓은 돌 제대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석 하나 하나를 포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있는 그대로 붙이면서

모형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가끔씩 모퉁이 돌은 정을 맞는다.

그러나 최대한 자연석 모형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돌과 돌!

제주의 밭담은 대강 쌓아 놓은 것 같아도 단단하다

태풍에 밭담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리 저리 모양에 따라 돌을 놓으면 희한하게도 맞아든다.

그래서 돌을 만지는 장인이 필요한 것이다.

 

 

돌에도 다 순서가 있었다.

그 순서를 찾아가는 작업은 전문분야인것 같다.

 

3대째 돌을 만지고 있다는 석공은 신자가 아니었지만

제사의 예식인 미사를 드리는 제대를 만들고 있는 것을 알고 정성을 다하였다.  

 

드디어 자연석 돌제대를 다 만들었다.

아니 제주의 돌을 제대처럼 배치하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연석으로 만든 제대와 독서대, 해설대, 돌의자 

그리고 감실과 성수대는 물론 화분 받침 돌까지 있을 건 다 있다. 

115년 하논성당터,

제대 뒤에는 불타는 떨기나무 역할을 하는 감나무까지 갖추었고,

하논성당길 순례자들을 위하여 거룩한 미사가 봉헌될 수 있게 되었다.

 

잃어버렸던 하논성당터를 2010년에 발굴해낸지 5년이 되었다.

 

그동안 '하논성당터 복원 및 순례길 조성 계획'을 수립하였고,

초가성당 복원 설계와 순례길 스토리텔링 작업을 마쳤으며

 

2013년에는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에 의하여'하논성당순례길'이 공식 선포되었다.

 

이제 제주의 돌 자연석을 이용하여

돌 제대를 만들어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씩 차근 차근,

신앙의 못자리 하논성당터를 복원해 가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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