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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미사와 제사

by 나그네 길 2015. 12. 2.

천주교의 미사와 유교의 제사는

서로 다른 종교적인 의식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러한 미사와 제사가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성당에서 한꺼번에 이루어졌다.

 

제사 문제는 천주교 전례초기 교리에 어긋나는 큰 걸림돌이었다.

 

1791년 조상의 제사를 거부하였던 '윤지충 바오로'가 처형되는 등

조선 조정의 천주교 박해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가톨릭교회의 미사는

예수그리스도가 인류를 위하여 자신을 하느님에게 십자가의 제물로 바친 것을 기념하는 예식이며,

 

유교의 제사는 우리의 조상에게 공경을 드리는 의식인데,

제사상에 신위를 모시고 절을 하는 것이 문제였다. 

   

 

17세기 중국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 올 당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낼 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것이 우상숭배로 해석하고 이를 금지했었다.

 

 

하지만 점차 제사의 모습이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예를 표현하는 방식임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결국 1939년 교황 비오 13세는 '중국의례에 관한 훈령'을 통해

조상 제사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여 천주교 신자들은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위령성월 2015년 11월의 마지막 목요일,

서귀포성당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미사를 드렸다.

 

미사 중에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예식을 한 것이다.

 

 

신자들은 돌아가신 분들의 영사진을 성당 제대 옆에 걸어 놓았고,

다른 한 쪽에는 사진이 없는 조상들을 위하여 성명과 세례명을 적어 붙였다.

 

사제는 미사 시작 전에 향을 뿌린 후,

신자들이 정성껏 봉헌한 연령들을 위하여 미사를 기도를  드렸다.  

 

 

이날 미사는 위령성월 세째 미사를 봉헌했는데

강론 시간에 8개 구역별로 신자들이 모여서 창연도를 부르도록 했다.

 

노래로 부르는 창 연도는 사전에 구역별로 단락을 나누었으며

가장 잘 부르는 구역에게 포상을 하기로 했다. 

 

어디에나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있게 마련,

미사 전에 조상들을 위해 바치는 묵주기도에는 참여하지 않고 창연도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먼저 돌아가신 연령들을 위하여 진솔한 기도가 필요한 것이지

창연도를 조금 더 잘 불러서 상품권을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미사에서 성찬의 전례는 미사 예식서대로 진행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감사송'부터 '영성체'까지는 미사 예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연성체 후 기도가 끝나면 제대 앞에 제사상을 차린다. 

 

제사에 사용할 음식들은 8개 구역별로 나누어서 준비하였다.

 

어떤 구역은 소고기적과 같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을 담당하였지만

아무도 싫어 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

 

 

제대 앞의 제사상이 잘 어울린다.

아마 정통 교리를 주장하는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이 이 포스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해진다.

 

가톨릭교회는 1962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종교개혁으로 떨어져 나간 개신교회보다 더 교리적인 유연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조상들에게 예의를 표시하는 제사가 시작되었다.

 

사제부터 먼저 제사상 앞에 연령들을 위하여 기도와 절을 하고 나면

모든 신자들이 차례로 나와 술잔을 드리면서 절을 하였다.

 

제사를 드리는 동안에는 연령성가가 장엄하게 불려진다. 

 

 

이렇게 가톨릭교회의 미사와 유교의 제사가 한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절을 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도 어색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창연도 경연대회에서 잘 부른 구역에 대하여 상품권을 시상하였다.

 

평가의 방법은 노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함께 했느냐 였다. 

 

 

이제 음복의 시간이다

구역별로 충분하게 준비해 온 제사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예수그리스도를 알기 전부터 오랬동안 이어져 내려왔던

선량한 민족적인 전통들은 존중되어야 한다.

 

모든 종교들이 자신의 교리만을 유일하다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미사와 제사가 이렇게 한 장소에서 한 번에 이루어 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날 위령미사에서 연령들을 위로하는 기도와 제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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