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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제주의 초가집을 만들다

by 나그네 길 2015. 12. 17.

 최근 정통 목수의 장인 정신을 보았다.

 

평소 '하논성당 복원도' 초가집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고 싶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초가집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무려 열 흘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제작해 주셨다.

 

 

1900년도 제주에는 전통적인 초가집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제주도 산남 지역 최초의 '하논성당' 설립 당시에

제주 서귀포 하논지역에 4칸 초가집을 구입하여 성당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110년이 지난 2010년,

옛 하논성당 초가집을 복원하기로 하였다.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 하논성당 용역조사를 의뢰하여

제주대 건축학 전공 김태일 교수팀이 초가성당 복원 설계도를 그렸다.

 

 

이 초가집 설계도면을 400분지 1로 축소하여 모형을 만들기로 했다.

 

제작자는 서귀포지역 최고의 목장(목수)라고 인정을 받는 분,

그러나 제주의 초가집은 처음 만들어 본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목장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초가집을 만들어 봉헌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많은 시간과 인력과 노력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오롯이 이 초가복원도 제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봉헌하기로 했다.  

기간 중에 별장 주택 신축건을 취소하면서 금적인 손해도 감수하였다.

 

 

모형도 제작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공정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나무서리, 기둥, 방문, 창호지 등 등

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초가 벽에 제주의 돌을 붙이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지붕은 판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제주의 초가집은 지붕에 흙을 붙이고 그 위에 새(띠)를 덮었다.

초가는 벽에도 흙은 붙였는데 모형에는 판자로 벽을 만들었다.

 

 

목장 현순백(요셉) 형제님이다.

이 분이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만들어 주셨다.

 

 

이제 지붕에 새(띠)를 얻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공정 역시 간단하지 않다.

 

벌써 10일 째 이 초가집 제작에만 매달렸다.

 

 

그만하면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쉬지 않고 콧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제작을 하다가 막히때 마다 묵주의 기도 5단을 바쳤다고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신앙인이다.

 

 

작은 돌들을 이렇게 모두 하나 하나 잘라내었으니

얼마나 공정이 복잡하고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돌들도 아기자기하다.

이렇게 모양을 맞추면서 붙이는 작업은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되었다. 

 

 

내일은 서귀포성당 역사관 '하논갤러리' 오픈하는 축복식을 한다.

그 축복식에 맞추려 오늘 밤을 새야겠단다.

밤새 지붕을 새로 이어야 한다.

 

 

축복식날 아침 7시 40분!

문자로 아름답게 제작한 초가집 사진을 보내왔다.

아마도 밤을 꼬박 새었으리라!!!

 

 

드디어 역사관 하논 갤러리에

1900년 6월 12일 초가집 하논성당이 모형으로나마 복원되었다.

 

 

역사관 갤러리 중앙에

복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시복 축하 현양대회에 사용하였던 모형배를 놓았다. 

그 배 위에 하논성당 복원 초가집을 배치하였다.

 

 

대단한 장인정신이다.

그리고 깊은 신앙인이다.

 

 

이 초가집을 보면서 옛 신앙선조들이 고난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초가집 하논성당 제작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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