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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눈 덮힌 하논순례길을 가다.

by 나그네 길 2016. 1. 29.

제주는 지난 주말 3일간 눈폭탄을 맞았다.

 

90년만에 처음이라는 발표처럼 공항과 항만, 한라산 횡단도로가 폐쇄되면서

8만여명 관광객들이 발이 묶여 제주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고립된 섬이되어 버렸다.

 

서귀포지역에 이렇게 눈이 내린 것은 처음 보았다.

 

 

제주에서는 눈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한라산 고지대를 제외하고는 눈이 바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새 눈이 내려 도로가 빙판이 될지라도

오전 10시쯤 질척거리며 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한파에 내린 눈은 낮에 내리는 눈도 녹지 않고 쌓였다.

 

서귀포 지역 기온이 최저 -6도 영하의 날씨였기에

온 섬이 꽁꽁 얼어 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눈이 내린 날 하논순례길을 걷기로 하였다.

 

눈이 쌓인 하논성당터와 하논분화구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하논의 4계절을 포스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서귀포지역에 눈이 없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하논분화구에 눈 덮힌 사진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예전에 하논의 사계를 포스팅하려고 하논분화구를 수시로 찾았지만

내린 눈이 빨리 녹아 버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비록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눈 내린 하논분화구 사진은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온라인에 하논분화구에 대한 사진은 많이 볼 수 있는데,

눈 덮힌 하논 사진은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컷외에는 찾아 보기가 힘들다.

 

오래 전부터 서귀포에서 사진업을 이어 온 라이카사에 문의 했는데 

눈 내린 하논의 사진은 못 찍었다는 말을 들었다.

 

 

116년전 하논성당터를 찾아내어 하논순례길을 만든지도 어언 6년째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 내린 하논성당터는 나도 처음 보았다.

 

 

 

 

가지만 앙상히 남은 은행나무가 하논성당터를 지키고 있을 뿐,

돌 제대도 안내판도 확인 스템프도 모두 하얀 눈으로 덮혀 있다.

 

 

 

제주의 전통적인 올레길에도 눈이 내렸다.

돌담과 감귤과수원 그리고 미처 따지 못한 감귤까지 하얗게 변했다.

 

이렇게 눈 내린 하논순례길은 또 다른 정취가 풍겨난다.

 

 

아무도 걸어 가지 않은 눈길에 내 발자욱을 남긴다.

 

그리고 아무도 알리지 못했던 눈 덮힌 하논분화구 사진을

처음으로 포스팅한다. 

 

 

 

혹시 모르겠다.

눈 덮힌 하논분화구의 멋있는 사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집안에서 혼자서만 들쳐 보는 사진은 무슨 소용이 있겠.

 

어차피 이 모든 아름다운 풍경도 내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준 것임을

 

 

이 눈 내린 하논분화구의 풍경은 내 것이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아름다움을 스마트폰으로 찍었을 뿐,

이 사진 역시 내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 

 

 

오늘 90여년 만에 하논순례길에 내린 눈은

역사와 자연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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