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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눈오는 날의 추억 - 생이(참새) 잡기

by 나그네 길 2016. 2. 7.

지난 주, 오랜 만에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눈이 3일 동안 내렸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날 생이(생이)잡기였던것 같다.

 

 

제주에서는 참새를 '생이'라고 불렀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생이들이 먹을것이 없어 여기 저기 몰려 다니게 되는데,

보리 밭에 땅이 보이도록 눈을 쓸어내면 생이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든다.

 

를 이용하여 그물 망사로 였은 생이첫(참새잡이 용구)으로 참새를 잡는 것이다. 

 

<사진 : 아름다운 강산>

 

인터넷의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제주에서 우리가 어린 날에 생이 잡는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찾지 못했다.

 

위와 아래의 그림들은 바구니를 이용하여 참새가 들어 오면 당기는 방식인데

이런 형태로 참새를 잡지는 못할 것 같다.

 

당기는 순간에 참새는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진이 제주의 옛날 방식과 가장 근접한 모형이다.

그런데, 이 모형은 보여주기 위한 방식인것 같다.

 

나의 어릴적 경험으로는 보면,

저렇게 구멍이 숭숭하게 짚으로 얽은 모형으로는 참새를 잡을 수 없다. 

저 작게 보이는 구멍으로도 참새는 모두 빠져 나가 버릴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예지원 새탑시기>

 

제주에서는 위처럼 저렇게 짚으로 얽기 설기 만들지 않고 그물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촘촘한 그물에서도 참새가 구멍으로 머리만 나오면 빠져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다.

 

 

제주에서는 미끼로 벼 낱알 대신에 조 이삭을 사용했다.

 

참새가 날아와서 조 이삭을 톡톡 쪼아 먹게되면 

지지대가 빠지면서 반원형 그물이 덮쳐 생이가 그물에 갇히게 되는 방식이었다.

 

<사진 : 아빠농원>

 

이러한 '생이첫'을 만들기 위하여

가을에 미리 조이삭을 10여개 따로 준비하고 폐그물도 수집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둥굴게 반원형으로 구부리기 쉬운 나무를 찾아 오름으로 돌아다니면서

보통은 대여섯개의 생이첫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무엇을 준비하는 데에는 간단히 되는 것은 없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동네 아이들이 저절로 모인다.

덮힌 보리 밭에 눈쓸어 내고 각자의 생이첫을 설치하게 된다.

 

그리고 돌담에 숨어서 기다리다보면

날아가던 참새떼들이 땅에 내려 앉아 미끼를 쪼다가 잡히게 된다.

 

그러다가 우르르 달려나가 각자의 생이첫에 잡힌 참새를 잡는다 

 

<사진 : 시인의 파라다이스>

 

오는 날 아이들은 이런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 돌아올때 쯤에는 손과 발이 얼음장이 되어 붉게 달아오르면서 동상에 걸릴 정도이다.

그래도 어릴적 눈오는 날이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또 하나 참새를 생각하면 새총이 생각난다.

제주에서는 새총을 '누래기'라고 했다.

 

누래기 총을 만들기 위해서는 'Y' 처럼 생긴 나무가 필수이다.

그래서 평소에 이런 형태의 나무를 보면 잘라서 잘 말려 두어야 한다.

 

 

누래기 총을 만들기 위해서는

'Y'형태의 나무와 고무줄 그리고 약간의 가죽이 필요하다.

누래기총은 나무가지 양쪽에 고무줄과 가죽을 묶으면 간단하게 완성된다.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가죽을 이용하여 단단한 돌이나 구슬 총알을 잡고 힘껐당겼다가 놓게되면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하여 구슬총알이 날아가게 되는 원리이다.

 

<사진 :서리태 이민우>

 

그러나 생각해보자.

내가 경찰관 재직시에 권총으로 15m 거리에서 10점을 맞추기도 힘이 들었는데

그냥 새총의 고무줄과 구슬로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참새를 잡을 확율이 얼마나 될까?

 

어린 날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래기총을 만들고 다녔지만

그 새총으로 참새를 직접 잡았다는 말은 거이 들어보지 못했던것 같다.

 

 

어릴 눈이 내리는 날이면 추운 줄도 모르고 마냥 즐겁기만 했다.

온 동네 꼬마 아이들 모두 "생이첫"과 "누래기 총"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생이(참새)잡이를 나섰다.  

비록 참새 한 마리도 못 잡고 손발이 꽁꽁 얼었을 지라도 좋았다.

 

요즘 아이들은 눈오는 날이 되면 엄마 아빠와 함께 눈 썰매 타러 나간다. 

그 시절이나 이제나 어린이들에게 눈오는 날 즐거운 것은 마찬가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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