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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제주의 토속신 - 사찰의 49제 참석하고,

by 나그네 길 2015. 11. 18.

최근에 작은 사찰에서 봉행되는 49제에 두 번 참여하였다.

 

지병으로 돌아가신 나의 형님과 자형의 영혼을 위로하는 49제였는데,

어느 종교에서나 사후의 영면을 위하여 빌어 주는 것은 같다. 

 

'신들의 나라'라고 불려도 좋을 제주에는 오래된 토속신앙이 있다.

 

무려 1만8천여에 달하는 제주의 토속신들은

바다의 영등할망을 비롯하여 산과 들과 나무와 바위 그리고 집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항아리와 돼지 우리에도 살고 있다. 

 

 

제주에는 이렇게 토속신들이 많기 때문에 어떠한 일을 함부로 할 수 가 없었다.

 

이사는 물론이고 집을 고치거나 나무를 자르는 일 조차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잡신들이 화를 내어 소위 동티(재앙)가 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마당에 있는 죽은 나무조차도 없애지 못하였다.

 

 

그래서 제주에는 '신구간(新舊間)'이라는 특이한 풍습이 아직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새해를 맞아 대한(大寒)에서 입춘(立春) 사이 일주일 동안

1만 8천 토속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하여 전부 하늘에 올라간다고 믿는 것이다.

 

 

 

 아직도 제주에는 잡신들이 없는 기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을 하게되면

새로 내려온 토속신은 그대로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도 이사를 할때 신구간에 해야하며

점을 보고 동쪽은 피하고 몇 시에 솥에 불을 때라는 등 뭐가 그리 복잡한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들을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섬 사람들은  

우리의 삶에 토속신앙이 그대로 녹아 있기에 그런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 친구들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아무때나 하면 동티날까봐 이러 저런 걱정을 하는 것을 보고 말한다.

 

재앙을 주는 많은 잡신들을 모시면서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 용서해 주는 하느님처럼 가장 힘있는 유일신만 모시면 된다고,

그래도 개종하는 친구는 없었다.

 

 

사찰에서 봉행되는 먼저 가신 형님의 49제는 불교의 전통적인 예식인것 같았다.

 

중앙에는 석가모니 부처님 등 세 분의 부처가 모셔져 있고,

한 쪽 면에는 여러개의 만장과 병풍 앞에 영정 사진과 함께 제사상을 차려 놓았다.

 

그리고 천정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을 쓴 오색등이 가지런히 걸려있었으며

다른 벽면에 자그마한 부처가 여럿 놓여 있는데 이름을 써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봉헌자인 것 같다. 

 

 

법요집에 있는 법문은 한자를 한글 발음으로 병행하여 써 있었다.

 

 한글만 읽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으며, 

한자를 해석하면서 독경을 따라 가기에는 좀 빠른 음률이었으며, 

네 분 스님이 불경을 봉독하는 낭랑한 목소리에 특이한 음률이 인상적이었다. 

 

 

한 시간 쯤 진행되던 49제 중간에

상주와 가족들이 만장을 들고 부처님 모신 곳을 여러번 도는 예식에도 참여했는데,

이 때에는 독경 음률이 빨라지고 목탁과 함께 징을 쳤다.

 

그 다음에 스님 중에서 한 분이 바라를 들고 승무를 추는 모습이 경건해 보였으며 

마지막으로 상주와 참석자들이 제삿상에 절을 하면서 49제를 마치게 된다.

 

 

불교에 대한 교리가 없는 나는 '49제'에 대하여 검색하여 보았다.

 

불교의 윤회 사상에는 사람은 죽어서 7일마다 다시 생사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49일째는 반드시 출생의 조건을 얻어 다음에 올 삶의 형태가 결정되는데,

그래서 좋은 세계로 재생하도록 최종적으로 결정되길 기원하는 불공 의식이라고 한다.

 

어릴적 기억을 보면

장례를 치르고 1년 후에는 '소상' 그리고 2년 후에는 '대상'을 치르고 나서 

상주들이 두건과 상복을 벗어서 태워버리는 탈상을 했는데,

 

그때까지는 평소에 상을 차려 두었는데 식사 때마다 밥을 올렸었다.

특히 담배를 피웠던 분에게는 담배불도 붙여서 올렸던 것이 기억에 난다.

 

 

이제는 장례는 물론 여러 가지 풍습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대부분 49제로 탈상을 하게 되며 오히려 장지에서 탈상을 해 버리는 경우도 있고,

신구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사를 하거나 집을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섬 나라 제주에서도 차츰 인간들이 잡신들의 동티를 걱정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는가 보다.  

 

 

천주교회에도 49제와 비슷한 탈상을 하고 있는데,

탈출기의 오순절에 대비 50일까지 위령기도를 바치고 탈상을 하기도 한다.

 

전 세계 가톨릭 중 유일하게 한국 교회에만 있는

창 음률로 바치는 위령(慰靈)기도 노래를 연도(煉禱)라고 부른다 

   

가톨릭 교회가 죽은 이를 위해 기도를 바치는 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지상의 삶을 마친 영혼이 하느님 품에서 영복을 누리도록 해 달라고 바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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