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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지붕없는 공연장 - 서귀포 관광극장

by 나그네 길 2016. 5. 23.

서귀포에는 아주 멋진 극장이 하나 있.

그런데 이 극장에는 지붕이 없다.

 

1963년도 지어진 낡은 관광극장 건물이었는데 허물어 버리지 않고

이렇게 공연장으로 새로 태어나 아름다움을 전달해 주고 있다.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기억해 왔던 서귀포 관광극장

우리 시대 서귀포 사람들은 모두 이 극장에 대한 추억을 한 두가지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어느 겨울 밤 해병대 휴가 중에

'닥터 지바고' 관람을 마치고 얼어붙은 눈길 오르막을 기다시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이 관광극장은 1999년까지 영업을 해 오다가 문을 닫았다.

 

그 후 오랬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건축물의 안전을 고려하여  철거를 검토하기도 했다.

  

 

한 동안 이 관광극장 건물은 쓸모를 잃은 채

이중섭미술관 입구에 오래도록 흉물처럼 자리했던 공간이었지만

서귀포시가 임대해 새로운 문화공연장으로 부활시켰다.

 

 

지붕을 헐어버리고 옛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극장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타나는 그 질감에 모두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스크린과 무대를 설치하였던 극장의 전면에는

제주 돌을 이용한 투박한 벽체과 시멘트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극장의 무대를 지나 눈을 들면 시원한 하늘이 열리며 반겨준다. 

 

 

 

뒤를 돌아보자.

 

영사기가 돌아갔던 작은 2층 공간과 

나무 깔개의자로 변신한 관람석들이 얼마나 아기자기한가?

 

우리는 언제부터 옛것을 무시해 오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서귀포에는 오래된 건축물들이 거의 없다.

 

설립 116년이 되는 서귀포성당 역시 1999년에 새 성전을 신축하면서

오래된 돌벽 성당을 철거해 버려 이제와 아쉬움이 짙게 남아있다.

 

만약 오래된 성당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유명한 성지순례지가 되었으리라.

 

 

이런 단순한 시멘트 건축물이라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면 문화가 된다.

 

이 관광극장은 서귀포 최초의 극장이었기에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관광극장도 철거해 버리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지었다면

 술을 파는 음식점과 카페와 단란주점이 생겼으리라.

 

 

그러나 하늘이 보이는 지붕없는 공연장으로 생명을 부여한 순간

스토리가 있는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의 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미래 문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줄것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 관광극장이 있는 서귀포 솔동산 주변은 아주 낙후되어 있었는데,  

그 지역에 이중섭거리를 만들고 난 후 도시가 달라졌다.

 

 

저녁이 되면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웠던 그 거리가

지금은 서귀포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들이 밤 늦도록 활보하는 지역이 되었으며,

 

이전까지 검토하였던 올레매일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제주의 새로운 문화 올레길과 화가 이중섭거리가 여기에서 만나

지역경제를 새롭게 바꿔주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의 새로운 문화공간 지붕없는 공연장 관광극장,

이렇게 멋들어진 담쟁이 벽에 앉아 예술공연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오래된 것은 소중하다. 

그리고 정신적인 풍요를 주는 문화는 다른 것들보다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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