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주의 8월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20여년 이상을 이어져오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가 무더운 여름에 열리면서
제주의 온섬을 관악의 선율로 시원하게 달래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실내 공연장 뿐만아니라
천지연야외공연장, 이중섭거리, 해변공연장 등 도내 곳곳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자연과 함께 벗하며 함께 여름 밤에 관악을 즐길 수가 있다.
올해 2016 제주국제관악제 개막을 알리는
서귀포예술의전당 개막공연에서는 특별한 음악이 공연되었다.
세계적인 관악작곡가 야곱 드 한(Jacb de Hann, 네덜란드)이 작곡한
‘제주의 여신(Goddess of Jeju Island)’이 제주관악단 합동으로 연주되었다.
제주의 여신은 설문대할망을 말한다.
설문대할망 설화는 제주의 생성 내력을 알려주는 천지창조의 이야기이다.
설문대할망은 치마에 흙을 담아와 제주섬을 만들고, 다시 흙을 일곱 번 떠놓아 한라산을 만들었으며,
한라산을 쌓기 위해 흙을 옮기던 중 치마의 터진 부분으로 새어나온 흙이 360여 개의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설문대할망의 이야기에는 백롬담과 산방산, 영실기암 오백장군의 생성은 물론,
성산일출봉을 등잔으로 삼아 바느질하며 한쪽 발로 마라도를 밟았다는 거인 설화이기도 하다.
( 설문대할망 설화.hwp)
야곱 드 한은 2008년도 관악제 연주회 초청으로 제주를 방문하였을 때
제주의 민요와 설화에 깊은 인상을 받아 3년여에 걸쳐 '제주의 여신'을 작곡을 하였으며,
2011년도 제주국제관악제 폐막공연에서 초연으로 올렸던 작품이었다.
내가 음악에 대하여 무엇을 알까만은
'제주의 여신' 공연에서 음악의 전반에 흐르는 제주도적인 선율을 들을 수는 있었다.
어쩌면 어릴적에 할머니들의 흥얼거림으로 들었던 제주민요의 오래된 가락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연주 내내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음악은
인종과 지리와 종교를 뛰어 넘는다고 했다.
천지연 입구에 있는 전복껍질을 닮은 야외공연장,
졸졸 물소리가 들리는 야외 시멘트 의자에 앉아 들어도 좋은
이제는 유명해진 서귀포 다문화합창단의 "제주도 푸른밤" 가락도 아름답다.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 환타지" 전 곡을 들어볼 수 도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브라스'의 관악 연주 중에서
호른의 선율이 더욱 아름답다고 느낄 볼수도 있었다.
가마솥 더위가 제주섬을 덥히고 있는 여름 밤,
관악제 출연 유니폼을 입은 다문화합창단원들은 즐겁기만 하다.
고국을 떠나 먼 나라에 결혼 이주하신 착한 며느리들,
이 분들은 출신나라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제주국제관악제 '코리아 환타지'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이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에도 관현악단과 합창단이 있다.
그리고 문화의 거리와 공연전문 카페 '문화밧떼리 충전소'도 있는 등
주말에는 예술공연이 너무 많아 선택에 어려움 주고 있을 정도이다.
제주의 여름에는 관악제가 있어 좋다.
더위와 모기에 시달리지 않고 반바지 차림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제주의 창조설화 '설문대할망'이 만들었다는 섬
오랫동안 변방의 섬 유배지로만 존재하여 왔던 땅 제주도.
이제 제주의 자연가치가 널리 알려지면서 순유입인구가 연간 1만2천명이 넘어가고
제주의 여신 설문대할망의 신화도 이렇게 음악으로 공연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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