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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정지용 詩 '백록담'에 나오는 식물들

by 나그네 길 2016. 6. 11.

우연히 읽은 정지용의 詩 '백록담'에서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이 17종이나 아름다운 시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가장 많은 식물들이 나오는 시(詩)라는 생각이다.

 

 

이 詩에 대한 해설은 많았지만 詩에서 만나는 식물들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정지용 시인과 함께 한라산을 등정을 하는 느낌으로

이 詩에 나오는 식물들을 모두 찾아 정리를 해 보았다.

 

<칠십리시공원에 있는 정지용의 백록담 시비>

 

백록담(: 鄭芝溶)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신)처럼 爛漫(난만)하다.

 

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뻐꾹채꽃>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고란초: 사진 야생화 카페>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白樺(백화, 자작나무) : 한라산에 자작나무는 없기에 구상나무 고사목을 백화로 표현>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도체비꽃 : 산수국, 색깔이 자주 변해서 부르는 별명> 

 

5

바야흐로 海拔(해발) 六千 尺(육천 척)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 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百里(백리)를 돌아 西歸浦(서귀포)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움매-- 울었다.

 

말을 보고도 登山客(등산객)을 보고도 마고 매여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手色(모색)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것을 나는 울었다.

 

 

7

風蘭(풍란)이 풍기는 香氣(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濟州(제주)회파람새 회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때 솨---- 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하지 않는다. 

 

<풍란>

솔(소나무)

 

<물푸레나무>

 

 

 

<동백> 

<떡갈나무> 

<칡넝쿨>

 

8

고비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石茸(석이)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高山植物(고산식물)을 색이며 ()하며 자며 한다.

 

白鹿潭(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山脈(산맥)우에서 짓는 行列(행열)이 구름보다 壯嚴(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고비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나물>

<삿갖나물>

<끈끈이 대풀>

<석이 버섯>

 

9

가재도 긔지 않는 白鹿潭(백록담)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不具(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一抹(일말)에도 白鹿潭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白鹿潭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祈禱(기도)조차 잊었더니라.

 

<2016년 11월 마지막으로 백록담 등정하였다.>

 

원문 파일 : 시, 백록담(정지용).hwp

 

제주의 한라산에는 1,800여종의 관속식물들이 살고 있다.

 

비록 시인이 백록담을 오르면서 만난 식물들은 17종으로 얼마 안되지만

그냥은 평범한 야생화 풀꽃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그리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시, 백록담(정지용).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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