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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제주인의 뱀신앙

by 나그네 길 2017. 9. 13.

섬나라 제주는 신들이 나라였다.


제주의 18,000여 토속신들은 산과 바다와 나무와 바위 곳곳에 스며들어

오래전부터 제주민들과 함께 살아오고 있다.

 


그러한 제주의 신들 중에서도 뱀 신앙은 좀 독특한 면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김녕사굴의 뱀 전설은

구부러진 동굴에 커다란 뱀이 살고 있어 사(蛇)굴이라 불리었고

처녀 공물을 요구하는 뱀과 싸워 이긴 장수이야기로 육지부 지방과 유사하다. 

 


유네스코 무형 문화제 제주 칠머리당굿을 비롯한

제주 마을 곳곳에는 뱀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전해 오고 있으며,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삼다(三多)에서 뱀을 추가하여 4다의 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제주에는 뱀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다른 지방에서는 뱀을 기피하였지만 제주에서는 뱀과 함께 하려고 했으며 

그래서 제주에서 뱀은 쫒아내거나 죽여서는 안되는 토템 신앙적인 개체였다.

 


순례길 해설사들이 만장굴에 함께 했을때, 

용암동굴과 뱀이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던 기억을 떠 올려진다.


제주 토산리 마을에서는 한지역 전체의 세습적이고 숙명적인 특이한 뱀신앙을 찾아 볼 수 있다.

토산리 여자가 시집을 갈때에는 반드시 뱀신을 모시고 가여한다는 설화로 인하여

이 지역 여성들이 이질화가 심화되어 결혼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예전에 제주에는 정말로 뱀이 많았다.


제주에는 독수리, 족제비와 같은 뱀의 천적이 거이 없었으며

사람들도 뱀을 잡지 못하게 하였기에 개체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제주의 초가집 집담 구멍에는

대부분 커다란 구렁이가 한마리씩 살고 있었으며

하루에도 몇 번 마당에서 뱀을 마주쳐 깜짝 놀라곤하였다.


어떤 때는 뱀이 초가집 천정 서까래를 기어가다 마루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어느 마을 사람이 뱀을 죽였다가 피부가 뱀처럼 비늘로 변해버린 설화가 있는 등

제주의 초가집에 사는 뱀들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거이 신격화되어 있었다.


지금도 농촌 마을에서는 집에 사는 뱀을 죽이면 동티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아무도 뱀을 직접 죽이지 못했는데

그래도 가끔씩 뱀을 잡는 당꾼(뱀꾼)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 때 땅꾼은 얼마나 뱀을 많이 잡았던지 커다란 쌀포대 여러개에

뱀들을 잡아 가득 집어넣은 것을 보기도 했다. 


 

집에 가서 뱀을 잡아가는 사람을 보았다고 말하면

할머니들은 뱀 귀신이 붙는다고 하면서 마당에 가서 침을 크게 세번 뱉으라고 말했다

 


이렇게 제주에서는 뱀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고

마당에 뱀이 누워 있으면 쫒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도록 빌어주었다.


"물 할망이로구나, 날 우치젠 호난 나누었구나.

팡돌 알더레 기여들어붑서. 아히덜 놀램수다."


(물을 지키는 할머니께서 비가 오려니까 나와서 누워 있구나.

디딤돌 아래로 들어가 주십시오. 아이들이 보면 놀랩니다.) 



제주에는 뱀뿐만아니라 많은 잡신이 있어 동티날 일도 너무 많다.


마음대로 나무 한그루도 베지 못하고 마당의 돌담 하나도 맘대로 건드리지 못한다.

오죽하면 화장실에도 '도통신'이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곳곳에 18,000여 잡신들이 가득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뱀들이 천국이었던 제주에서도 뱀들이 사라져갔다.


1970년대부터

감귤과수원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과수원에 농약을 살포되기 시작하였고,

제주의 초가집이 스레트집으로 바뀌면서 뱀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뱀들의 천국이었던 제주에서도

이제는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는 뱀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동티 걱정없이 신구간이 아니라도 마음놓고 이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많은 잡신을 모시느니 아주 크고 힘센 유일신을 모시겠다면서

그리스도교 가톨릭에 귀의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일까 제주의 천주교신자는 75,000여명,

제주도민 전체 인구의 12%상당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최근에 무당굿과 같은 살풀이들이 토속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뱀신앙과 같은 무분별한 잡신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생각해 봐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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