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서귀포시 보목동에는 자리가 많이 잡혔다.
지귀도와 섭섬 사이에 있는 보목 앞바다는
바닷물의 적정한 수온과 해저가 깊지 않아 자리들이 정착하여 살았기 때문이다.
보목동은 예전에 볼목리 또는 벌래낭개라고 불렀고
자리돔이 많이 나기에 '자리가시'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예전부터 자리돔은 제주인의 여름 별미였다.
보리 수확철이 되면 된장과 제피(초피잎), 식초만으로 간단히 만들어 먹었던 자리물회는
물외(오이)와 다마냉이(양파) 그리고 고추, 마늘, 참깨 등 양념이 첨가되면서 점점 고급음식으로 변하였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보목동 포구에서는 자리돔을 1kg당 5천원 정도에 살 수 있었는데
올 해는 17,000원으로 올랐으며 손질을 포함 2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가격에도 쉽게 살 수가 없기에 자리돔은 귀하신 대우를 받는다.
자리는 횟감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생명이다.
보목항 자리잡이 어선은 지귀도 근방에서 그물로 자리를 잡아 올리면
즉시 작은 쾌속선을 이용하여 보목포구로 수송해 간다.
보통은 한 번 그물을 던지면 밀감 콘테나 3개(약 50kg) 정도 잡히는데,
보목포구에 오면 자리돔을 큰거와 작은거로 분류하고
자리돔을 취급하는 식당에 필요한 주문량을 먼저 챙겨야 한다.
남은 자리돔 10여키로를 일반 판매하는데
이미 보목포구에는 자리돔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먼저와 기다린 사람부터 골고루 판매해주기 위해서는
개인당 겨우 1kg 상당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즉석에서 자리돔의 비늘과 가시 지느러미와 머리를 제거하는데
전문가 아주머니들이 손길이 무척 빠르다.
서귀포시 보목동은 앞 바다에는 섭섬, 마을 뒤에는 재지기오름이 있는 아늑한 마을이다.
풍수지리에서 붓을 닮았다하여 '문필봉'으로 부르는 섭섬이 있어
보목마을에는 제주도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와 고위직 공무원들이 아주 많이 있다.
최근들어 보목항에도 자리돔이 점점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수온변화로 자리돔의 서식처가 완도와 거제도 해역으로 옮겨가고 있어
제주인의 여름철 별미 자리물회를 먹어 보기도 힘들겠다.
자리돔의 본향이라고 불리는 보목항에는 오래전에 세워진 도대불이 있다.
등대가 없을때 솔콱(송진)으로 불을 밝혀 자리잡이 배들을 안내해 주었던 시설이다.
이러한 시설들과 함께 보목항은 예나 지금이나 자리잡이가 전통인 어항이다.
우리 아이들과 요즘 세대들은 자리돔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리물회'와 자리강회' 그리고 '자리구이' 등 자리돔 요리가
여름철 별미로 즐기는 제주인들은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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