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의 자연

이방인 사제 타케신부와 겨울딸기

by 나그네 길 2019. 4. 23.

4월을 앞두고

한라산 기슭의 4.3 유적지 수악주둔소를 찾아가는 길에서

지천으로 널린 겨울딸기 군락지를 보았다.

 

 지금까지도 겨울에 산에 사는 딸기가 익은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겨울딸기의 잎파리만 살펴보면서 내년을 기약하였다.

  

 

옛날 동화에서 들었다.

 

오랬동안 아파누웠던 어머니가 한 겨울에 딸기가 먹고 싶다는 소원에 따라

산에서 기도를 드리자 눈 속에서 딸기를 따왔다는 효녀 이야기를...

 

그 겨울 딸기가 지난 겨울 여기에 가득 열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제주의 가치를 빛낸 프랑스 출신의 식물학자 타케신부의 편지를 읽다가

오래된 서한 중에서 겨울딸기에 대한 소중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불어로 쓰여진 편지의 해석본이었다.

 

"산속에 딸기(Rubus) 열매가 있다는 말을 듣고

12월 26일 그 곳을 찾았는데 정말이었습니다.

눈속에 열매가 있다는 것은 아주 드문일입니다."

 

<1908.1.6 타케신부가 뮈텔주교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에밀타케 신부는

이 편지가 쓰여진 1908년에 서귀포에 있는 홍로성당에서 선교를 할 때였다.

 

지금으로부터 110년전의 사연이다.

 

<사진 다음백과>

 

나는 이 편지를 읽으면서 스쳐가는 하나의 스토리가 떠 올랐다.

 

타케신부가 겨울딸기를 만났던 곳이

내가 보았던 수악주둔소 가는 길에 있는 겨울딸기 자생지가 아니었을까?

 

<이하 겨울딸기는 사진은 유유님 사진입니다>

 

그래서 겨울딸기 자료를 찾아보고 사진을 복사해 인용하면서

100년의 시공을 넘어 타케신부와 인연이 이어지고 있기를 소망했다. 

 

 

당시 타케신부의 선교지였던 홍로성당에서 

겨울딸기 군락지 물오름(수악)까지는 거리는 약 10km 상당 걸어서 3시간 정도이다.

 

그 당시는 물오름까지는 대부분 초지였으며

나무가 많은 숲에서 사는 겨울딸기의 서식처가 없었을 것이다.

 

 

무려 7000여종의 식물을 채집하면서

우리나라 식물학 발전과 제주의 자연가치를 빛 낸 이방인 사제 에밀 타케신부는

 

이제 생태환경 보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대에 와서 그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이렇게 100년이 넘어가는 시간을 지나

겨울딸기 자생지 군락지가 우리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식물을 사랑하였던 타케신부의 생태영성을 기억하면서

타케신부에 대한 기념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고무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