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주도의 단풍은 육지부에 비하여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도로는
지형과 위치에 따라 단풍 시기가 서로 달라 가을의 정취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단풍은 기온이 급격히 차가워져야 더 짙어 지는데
5.16도로의 나무들은 위치에 따라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
성판악 북쪽은 남쪽 도로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단풍이 익고 지기 때문이다.
한라산 5.16도로의 가을은 숲터널 주변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성판악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 서중천 동수교 다리에서 1,2km 구간은
나무들이 도로를 덮어 숲속의 터널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 5.16도로를 2차선 도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현재의 도로에서 8m를 더 넓히게 되면 이렇게 아름다운 숲터널은 사라져 버린다.
결국 환경단체와 많은 도민들이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되었지만
그 때도 찬성을 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기억한다.
일부 뜻있는 도민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5,16도로의 가을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제주도민들이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비자림로 삼나무숲 확장공사도 그렇다.
비자림로의 보전과 확장에 대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시 5,16도로 확장공사의 이유도 지금 비자림로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할 수 있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성판악 남쪽의 5.16도로를 운전할 때에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1차로 뿐으로 추월운행은 꿈도 꿀 수 없기에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면서 20분 정도 앞차를 따라가다보면 지나간다.
따지고 보면 성판악 남쪽구간 운행시간 20여분 걸리는데,
5.16도로를 확장한다고 하여 몇 분이나 단축할 수 있었을까?
지금 비자림로 확장공사도 같은 이유이다.
지금 제주도의 도로망은 아주 잘 갖추어져 있기에
그렇게 바쁜 일이 있는 사람은 다른 도로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5.16도로 숲터널 입구 동수교 다리옆에는 주차공간이 있다.
이렇게 가을이 가득할 때면 그냥 지나가기보다
다리 옆 돌계단으로 '서중천'에 내려가면 잠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으로 아름다운 5.16도로의 가을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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