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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스타일

갤러리 '버금'을 생각하며,

by 나그네 길 2021. 6. 28.

서귀포 동쪽에 있는 작은 마을 하효동에는 아담하고 예쁜 전시공간 버금 갤러리가 있다.

현대식으로 모던하게 지은 목조식 2층 건물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차도 마실 수 있도록 안락의자를 배치하여 카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갤러리는 '삼다감귤'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삼다뚝배기'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카페에서 무료로 차를 제공하고 있으며, 갤러리에서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난 토요일 우리 부부는 식물을 사랑하는 화가 '허정숙 미술전'을 보기 위하여 버금 갤러리를 찾았다.

지난해 전시회에 이어 다시 찾은 화가의 작품은 기후위기에 알맞는 제주의 식물을 주제로 우리에게 어린 날의 순수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찾아오는 화가 남편의 짙은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전시 공간인 버금 갤러리에 올 때마다 버금이라는 명칭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버금 갤러리 소유주와는 작은 인연으로 알고 있는 사이였지만, 아직도 갤러리 명칭을 버금으로 정한 사유에 대하여는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다

 

우리는 어떤 명칭을 정함에 있어 미래, 발전, 신념, 자연현상 등 최고와 최선을 의미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버금 갤러리는 으뜸이 아닌 버금을 이름으로 선택했다. ‘버금은 최고인 으뜸보다 낮은 단계를 뜻한다.

 

'버금'은 현대인 누구나 추구하고 있는 1등이 아닌 2등을 말한다. 즉 버금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유명함보다는 실속형이고 경쟁에 허우적거리기보다는 안정과 여유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버금 갤러리 설립자가 어떤 이유에서 최고가 아닌 버금을 택했는지는 모르지만, 크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전시 공간 갤러리를 무료로 운영한다는 자체가 놀라움이고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예술의 세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버금 갤러리 옆에는 제주 토속음식점 '삼다뚝배기' 식당이 있다.

우리 부부는 버금 갤러리보다는 삼다뚝배기 식당을 더 자주 이용한다. 지난해 영국에서 오신 사돈 내외를 모시고 갔을 정도로 영국인 사위 리암과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제주 토속음식점이기도 하다.

 

삼다식당에는 우리 부부가 자주 찾는 음식인 '전복성게비빔밥'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이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특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식전 요리로 제공하는 호박전과 돼지고기 적갈구이는 물론 여러 가지 반찬들이 모두 깔끔하고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 소위 지역민들이 선호하는 맛집이다.

 

삼다식당 이용하는 고객은 대부분 버금 갤러리 카페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차를 마시며 전시품을 감상하게 된다. 그래서 버금갤러리에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전시회보다도 관람객들이 더 많이 드나들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제주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실태를 보면 개막식 날에는 작가의 지인 등 다수가 참석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며 다과를 하는데, 그 외의 전시회 기간에는 관람객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삼다식당 이용 고객에서 차를 무료로 제공하며 갤러리 전시품을 관람하도록 하는 버금 갤러리의 운영 방식은 예술계의 저변 확대는 물론 작가나 작품 홍보를 위해서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버금 갤러리에는 미술품과 조각작품 그리고 설치미술은 물론 꽃꽂이까지 작가의 창작품들을 무료로 2개월 정도 사시사철 전시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2층 건물 전시공간을 요즘 유행하는 카페로 임대하였을 경우 아마도 수천만 원 이상 수입을 볼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공간을 작가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주고, 차를 제공하면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버금 갤러리 운영은 진정 '으뜸'이라 자랑할 수 있음인데, 스스로 '버금'이라고 낮추고 있으니 대단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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