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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오일장에서 참기름 짜기

by 나그네 길 2021. 8. 4.

오일장에서는 관례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들이 약간있다.

그 중에서 참기름을 짜는 것에 대하여는 기름집에서 작업하는 전 과정을 고객이 꼭 지켜보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참기름을 짜는 날, 고객이 많을 때는 세~네 시간 이상을 꼬박 기다려야 하는 것이  경우도 많다. 

 

이것은 제주산 참깨와 중국산 참깨의 비교 불가한 품질 탓으로 생겨난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산은 제주산 참깨의 맛과 영양은 따라 올 수 없고, 참기름 짜는 양도 제주산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하니 그만큼 참깨의 품질이 떨어진다. 또한 중국에서의 각종 농약 사용 등 수확 과정을 믿지 못하니 참기름 가격도 제주산에 비하여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어쩌면 참기름을 짜는 작업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중국산 참기름과 바꿔치기 당할 수도 있는 것을 우려하여 내내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중국산으로 인하여 기름집을 믿지 못하는 풍습이 생겨났으니 서로가 고통스러운 일이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서귀포오일장에서 참기름 짜는 전 작업 과정을 지켜 보았다.

먼저 참깨의 무게를 측정하고 물에 씻어야 한다. 수도관과 연결 된 통에 참깨를 부어 기계가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씻어 주게 되어 있다. 깨끗한 물을 갈아 넣으며 두번을 씻고 나서 물을 완전히 빼준다.

 

그다음은 참깨를 볶아주는 과정이다.

물기가 있는 참깨를 볶아 주는 기계 통에 그대로 집어 넣으면 자동으로 돌아가며 볶아 준다.

참깨를 볶는 과정은 중요하다. 대략 20여분 정도 걸려 어느 정도 볶아지면, 김이 솟아나 찌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 지게 된다. 이때부터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참깨가 덜 볶거나 타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손으로 참깨의 볶아지고 스팀으로 찌는 상태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

 

참깨가 잘 볶아지면 기계에서 꺼내어 살짝 식혀 준다.

왜 기름을 짜기 위해서 참깨를 볶아야 하는지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생 참깨로도  기름을 뺄 수는 있으나, 볶은 참깨에 비하여 기름양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맛도 없다. 하지만 약으로 쓰기 위해서 생으로 기름을 빼는 경우도 있다."

 

참기름을 짜는 과정은 완전 자동화 기계화이다.

적당히 잘 볶아진 참깨를 기름짜는 기계의 통에 부어 넣고 기계를 돌리면 천천히 기름을 짜내게 된다.

아마도 참깨를 압착하여 기름을 짜는 형식인데 참기름이 졸졸졸 귀하게 내리는 양이 매우 적다. 

 

 

기름을 짜내면서 남은 찌꺼기는 '참깨묵'으로 부르는데 예전에는 동물의 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참깨 5kg을 짜는데 거이 30여분이 걸릴 정도로 천천히 기계로 압착하면서 기름을 짜냈다. 그렇게 다 짜낸 참기름은 보통은 플라스틱 생수병에 담는다. 직접 짜낸 참기름은 생수병에 한달정도 보관하게 되면 찌거기가 밑으로 갈아 앉는다.

그러면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반드시 유리병에 옮겨 담아야 한다.

 

참기름은 참으로 고소하고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는 참기름을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참기름을 짜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기계가 없었던 예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기름을 짜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우리 어렸을 적에도 집에서 참기름을 빼는 것을 보지는 못했던것 같다. 

 

참깨는 여름 식물이다. 더운 8월에 하얀 꽃이 피면서 열매를 맺고 9월이면 익어 깨를 털어 낸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참깨의 수확은  태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참깨가 익을 때쯤 태풍이 오면 참깨 농사는 건질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태풍이 없는 올해는 참깨가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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