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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중한 당신

참 소중한 당신(2021. 8월호) : 혼인멘토링

by 나그네 길 2021. 8. 12.

우리나라 종교 간행물 중에 가장 많은 발간 부수를 자랑하는 '참 소중한 당신' 8월호의 기고문은 코로나 시대에 혼인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젊은 예비 부부 이야기이다. 이 예비부부의 혼인멘토링을 담당했던 우리 부부는 성스럽게 거행된 혼인성사에 참여하여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참 소중한 당신 청탁원고>

화상회의 줌(ZOOM)으로 이어진 혼인멘토링

 

세상에는 궁하면 통한다.(窮則通)’는 말이 있다. 몹시 어려운 처지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해결할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이어졌던 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도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려는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톨릭교회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잠시나마 성당에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었던 것은 오랜 전통을 가지는 보편 교회의 역사에 남을 만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후 교회는 각종 회의와 교육 등 모임을 자제하면서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하여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걸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웃 소공동체 신자들 사이에 일상적인 소통마저 사라져 버렸으며 우리는 변해버린 세태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것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찾아내었다. 그중에서 성당 교육이나 모임에 도입된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은 교회의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줌(ZOOM)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각종 회의는 물론 초청 강의에도 활용되고 있어 비대면으로나마 성당의 교육 시스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이러한 화상회의는 시간과 공간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가 있어 바쁜 현대인에게는 편리한 기능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었으면 교회에서 생각해보지 못했을 교육 방법이기에 코로나 상황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주일 우리 본당에서는 교중미사 후 혼인예식이 있었는데, 신랑 신부와 혼인 멘토로 인연이 있는 우리 부부는 예식에 참석하여 성스러운 혼인을 축하해 주었다. 신랑과 신부는 우리 부부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3회에 걸쳐 혼인교리를 받았지만 서로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혼인예식을 지켜보면서 신랑과 신부가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서귀포 출신이지만 육지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신랑과 신부는 서로 만나 사귀면서 가족들 앞에서 혼인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주님께 혼인을 확인받는 본당의 혼인성사를 위해 바쁜 직장생활 와중에서도 서울교구에서 혼인강좌를 수료하였다.

 

그러나 제주교구에서는 다른 지역 교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혼인 멘토라는 독특한 혼인교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에 혼인강좌에 이어 추가로 혼인교리 멘토링을 3회 더 받아야 했다. 이 예비부부는 제주교구의 혼인 멘토 교리를 받기 위해 제주도를 세 번이나 왕복해야 할 처지에 놓여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예비 신랑과 신부에 대한 혼인교리를 우리 부부가 담당하게 되었고, 혼인멘토링 교리를 위한 방안으로 줌(ZOOM)을 선택하였다. 멘토와 멘티부부는 제주도와 수도권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 화상을 통하여 마스크를 벗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전혀 모르는 관계였지만 처음 어색함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하는 마음으로 3회차 혼인교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그 당시 멘토링 과정을 돌아보면 이러한 온라인 시스템이 있었기에 혼인교리를 이어갈 수 있었고, 비대면 교육이었기에 서로의 혼인 생활에 대한 내밀한 사연들을 부담 없이 나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전 혼인미사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성가대와 축하객으로 가득한 성당에서 장엄한 예식으로 혼인을 축복해 주었다. 그러나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맞이하는 본당의 혼인예식은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여 간소하게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가장 작은 바이러스가 모든 만물을 다스리는 인간의 일상에 끼어들어 거룩한 혼인예식을 집전하는 사제에게 마스크를 씌웠으며, 가장 아름답게 빛나야 할 신랑과 신부도 얼굴을 가리고 혼인 서약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가톨릭교회의 혼인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하나로 맺어 주시는 거룩한 성사이다. 그렇기에 예비부부들은 세속적 삶의 힘든 환경에서도 혼인교리를 받기 위하여 어렵게 시간을 내고 있으며, 하느님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징표의 반지를 주고받는 성사혼을 원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은 축하객으로 가득한 혼인미사는 아닐지라도 거룩한 교회의 혼인예식으로 축복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혼인강좌를 지속하고 있으며, 소규모 또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멘토와 멘티 부부가 서로 만나야만 하는 제주교구의 혼인멘토링을 비대면으로나마 이어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의 한 방편일 뿐, 눈과 눈을 마주 보며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면 혼인멘토링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COVID-19를 이겨 낼 수 있겠지만, 성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아름다운 성가를 노래하는 혼인성사가 거행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비대면 거리두기라는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2021.8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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