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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중한 당신

참 소중한 당신(11월호): 제주관광 개발과 오버투어리즘

by 나그네 길 2021. 11. 3.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아 제주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참 소중한 당신 11월호에는 매주 토요일 성 이시돌 목장에서 개최되는 미사와 함께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파괴와 제주민들이 오버투어 리즘(over tourism)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참 소중한 당신 11월호 원고>

제주 관광 개발과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

 

제주의 가을 들녘은 억새꽃으로 가득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철 늦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이면 은빛 억새가 물결치는 오름을 오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미 관광지로 변해 버린 제주의 오름들은 인간의 발길로 점점 훼손되어 가고 있다. 멀리 탐라 시대부터 말을 키워왔던 제주였지만 이제는 넓은 초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을 공동체에서 관리해왔던 목장들은 어느새 외지 자본과 중국인들의 소유가 되어 버렸다. 한라산을 감싸던 중산간 지역의 광활한 초지는 골프장과 리조트, 그리고 펜션이라는 이름으로 철조망이 쳐지면서 제주인들은 들어가 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제주도는 관광 개발이란 프레임(frame)으로 신혼여행, 효도 관광, 수학여행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카지노와 기생관광까지 허용하면서, 오로지 관광 개발만이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인식되어왔다. 이렇게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개발 열풍 속에 제주의 고유한 풍속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훼손되어 가면서 제주는 제주다움을 잃어버렸고 도민들이 삶은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다.

 

무조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 관광객 3,0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비롯해 스페인 바로셀로나, 그리스 산토리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세계적인 관광 도시에서 지나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거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 거주민들이 인간적인 삶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외에도 환경훼손과 같은 여러 사유로 과잉 관광을 거부하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니 여론이 분열되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도는 70만여 명 도민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연 관광객 1,500만 명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마치 그림 동화에서 일곱 난쟁이가 단란하게 살아가던 작은 오두막집에 백설 공주가 아니라 외지인 수백 명이 놀러 오는 것과 비교 할 수 있다. 제주 섬이라는 좁은 공간에 수용의 한계를 넘는 관광객이 몰려오면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쓰레기 발생과 해양오염, 미세먼지와 교통혼잡, 지하수 물 부족과 하수처리 등 제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보다 몇 배가 많은 4,000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하여 우리 제주도민들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이와 관련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생태 환경 보전 차원에서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교구에서는 여러 번에 걸친 반대 성명서와 심포지엄을 한 바 있고,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반대 활동에 동참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하여 처음에는 우호적인 여론으로 시작하였던 제2공항 건설이 지난 2월 제주도가 공식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제주도민들이 제2공항 건설 추진 과정을 통하여 무분별한 관광 개발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오버 투어리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불리는 제주도는 COVID-19 시대에도 불구하고 매달 100만 명 상당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올해도 제주도를 방문한 전체 관광객은 1,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거리 두기 방역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제주민들이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제주도의 최초 확진자가 관광객들로 인하여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외지인들을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민들은 여름휴가나 추석에도 자녀들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자제시키고 있는데도, 관광객들은 한 달 살기와 가을 여행 추캉스족으로 넘쳐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맛집이나 유명 카페 방문을 기피하고 있으며, 성당에서조차 타 교구 신자들의 미사참례에 대해 자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공포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제주의 자연과 함께 힐링을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마냥 싫어할 수만도 없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성이시돌목장에서 관광객을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 미사는 매주 토요일 낮과 밤 2회 봉헌하는데, 오후 430십자가의 길 미사에서는 치유 기도와 안수를 받을 수 있으며, 소나무 숲 자연의 품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는 미사이다. 그리고 낮 미사에 일정이 맞지 않는 순례자들은 밤 8시 성모 동굴 앞에서 드리는 별별 미사에 참례하면 좋다. ‘별을 보며 봉헌하는 특별한 추억을 담는 미사의 줄임말인데, 삼뫼소 연못 속에 떨어져 가득 담긴 별들을 세어보며 제주의 푸른 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미사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가을은 과잉 관광에 따른 코로나 방역을 걱정하는 분위기지만, 올해 처음 시작하는 관광객을 위한 미사는 힘들고 어려운 삶의 여정에서 추억을 제공해 주려는 제주인들이 순박한 마음과 같다.

 

제주의 관광 개발과 관련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부활 대축일 사목 서한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 환경자원의 보존 가치를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 없이 오직 단기적인 경제성과 일자리에만 매몰된 채,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개발이란 이름의 파괴로 인하여 아름다운 중산간 지역과 해안 보존 지역이 훼손되어 가고 있다.”라고 경제적 가치만을 생각하는 무분별한 개발 유혹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 바 있으며, 이는 우리 제주도민들에게 제주 관광의 미래와 새롭게 떠오르는 오버 투어리즘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21.11월호 원고

글쓴이 오충윤 야고보

 

지난 7월호부터 매월 이야기 한 편의 원고를 쓰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나의 생각을 쓴 원고가 책으로 들어가 발간되고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더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연하게 나에게 주어진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평소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사안에 대하여 솔직한 마음 그대로 이야기를 쓴다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렇게 우리 제주인들의 삶과 신앙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도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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