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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동네 심방 내무린다."

by 나그네 길 2022. 3. 27.

제주도 방언에 동네 심방 내무린다.’는 말이 있다.

표준어로 보면 ‘심방은 '무당'이고, '내무린다'는 '무시한다'와 비슷한 뜻이므로, 우리나라 속담 동네 무당 안 알아준다.”와 같은 말로 보면 된다. 이웃에 사는 동네 무당은 서로 속속들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마을 무당보다 신통력이 없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가 강의를 더 잘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 처럼, 예부터 자신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찾아 보지도 않고 평가절하해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기에 이러한 속담까지 생겨났을 것이다.

 

인간사는 시공을 떠나 어디에서든지 비슷한 것 같다.

성경에 보면, 2천년 전 예수님 시대에 중동지방에서도 선지자를 배척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 날 수 십억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삼위일체 믿음의 원천인 예수님도 고향인 나자렛에서는 무시를 당하셨다.   

 

마태오복음에 예수님께서 고향인 나자렛에 가시어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고향 사람들은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고 그의 어머니는 동정녀 마라아가 아닌가?" 하면서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마태 13,57) 이르시면서 고향에서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시고 떠났다.

 

오늘 아침, 주일 미사 참례를 위하여 걸어가다가 성당정원에 화사하게 핀 에밀 타케 왕벚꽃을 보았다.

 

6년 전 타케신부기념사업을 시작하면서 기념식수했던 왕벚나무 후계목이 차츰 자라 이제 벚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왕벚꽃 사진을 찍으면서 저절로 옛 속담이 상기되었다.

 

예수님이 고향인 나자렛에서 무시를 당하듯, 제주에서 동네 심방 안 알아주듯, 

에밀 타케 신부님도 본당 일부 신자들에게 내무림당하면서 기념사업 추진을 보류해 버렸던 사연이 떠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활짝핀 왕벚꽃 만큼이나 흐믓한 마음이 든다.

 

우리 주변을 잘 살펴 보면 멋있고 훌륭한 인재들이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주일 미사에서 그냥 무심코 인사만 나누던 신자가 등단 시인이었으며, 골목길에 있는 고기국수집 주인이 유명한 평화활동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놀랐던 적도 있었다.

 

가톨릭교회는 사랑의 교리를 실천하기 위하여 항상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존중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소중한 이웃인  블로거 친구들 모두가 멋있고 훌륭한 분들이기에 댓글 하나 하나에 사랑의 마음을 느끼며 감사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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