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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성지(聖枝)가지 편백나무

by 나그네 길 2022. 4. 10.

성경에는 식물이 많이 등장한다.

창세기에 보면 식물은 다른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에 앞서 가장 먼저 사흗날에 창조되었다. 

 

에덴 동산에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처음 등장한 이후 무려 122종의 식물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중에서 축복 받은 식물인 밀과 보리와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 등 일곱 종류도 있다. 

   

오늘 날, 한국교회에서도 축복을 받는 식물이 있는데 이는 편백나무라고 말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부활절을 앞 둔 성지주일이 되면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성지가지를 들고 축복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은 편백나무가 어찌하여 축복을 받는 성지가지로 만들어 지고 있을까?

 

성지주일은 2천년 전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할때 백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환영하였던 날을 기억하는 주일이다. 한국교회는 이 날 종려나무 대신에 편백나무로 만든 축복받은 성지가지를 들고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고 있다.

 

성지가지를 만드는 편백나무숲은 한라산 밑자락을 중심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아무 가지나 자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주인의 허락을 받고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 작업은 본당의 많은 신자들이 동원되어야 하며, 편백 나뭇가지를 보기 좋게 다듬어 대도시 성당에 성지가지로 판매도 하고 성당운영 자금도 충당하면서 성지주일에 성지가지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성지주일은 특별하게 성이시돌 목장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하였다.

지난 해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개최되고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미사이다.

 

비록 20여명이 참여하는 조촐한 미사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야외에거 이루어지는 특별한 미사이기에 코로나 시대에 여행자들이 안심하고 참례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미사 중에 모두가 손에 들고 있던 성지 가지를 사제의 성수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축복받은 성지 가지는 각 가정에서 성물처럼 취급하며 잘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해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불 태워 재로 만들고 이마에 바르는 재의 예식에 쓰인다.

 

이처럼 작은 편백 나뭇가지가 사제의 성수로 축복을 받으면서 성물로 변화되어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올해도 우리 제주 지역의 읍면지역 본당에서는 편백나무로 약 100만 가지 정도 성지가지를 만들어 판매하였는데, 수익금은 본당 모든 신자들의 참여하는 인건비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성지가지 한 개의 가격은 3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요즘 다이소에서도 3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1년 동안 보관하는 성지가지의 가치에 비하여 그 가격은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성지가지는 가정에 그냥 보기 좋게 꽂아 놓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환영을 받으며 입성하였던 예루살렘에서 다시 군중들에 의하여 십자가형에 처해졌던 예수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묵상하라는 의미이다.

 

성경에 대표적인 식물인 무화과나무인 경우 110회 이상 등장하고 있고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등 수 십회 거론되는 식물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가장 먼저 창조된 식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이 되어 주고 있다.

또한 식물은 광합성을 통하여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공기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성지가지 처럼 성물이 되거나 아니면 수익 사업으로 교회 운영 자금까지 이래 저래 우리에게 무척 소중한 존재이다.

 

인간은 없어도 식물은 산다.

그러나 식물이 없어진다면 인간을 비록한 모든 생명체는 다 죽는다.

이것은 우리가 공동의 집 지구를 정성을 다해 돌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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