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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하논성지 '틀낭' 봉헌

by 나그네 길 2022. 6. 12.

하논성지는 1900년 6월 12일 설립되었던 천주교 제주교구의 사적지 하논성당터를 말한다.

산남 지역 최초의 성당이며 남부지구 7개 성당의 모태 성당이었던 신앙의 못자리 하논성당은 1901년 5월에 발생한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으로 많은 신자들이 피살되고 성당이 피폐해져 1902년에 홍로로 이전하게 된다.

 

하논성당은 1948. 11월  제주 4.3사건 당시에 무장대 침입을 이유로 주민들이 소개되면서 하논마을 전체가 불타버렸다. 이때 하논성당터는 물론 봉림사 사찰을 비롯한 초가집 16호가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후 70년 동안 하논성당은 아무도 찾지 않은 잃어 버린 성당이 되었으며, 서귀포성당 사람들 조차도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체 모두에게서 잊혀져 버린 사적지가 되었다.

 

2010년 나는 우연한 기회에 하논성당 터를 찾아내었다.  

서귀포성당 설립 110주년 기념 사업 프로그램 중에 성당의 뿌리 찾기를 추진하면서 하논분화구를 헤메이다가 여기 4칸짜리 초가집이 있었던 하논성당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눈 앞에 고고하게 서있는 은행나무의 무성한 잎새 사이로 흐르는 바람결을 보았으며, 나를 여기로 이끌어 주셨던 성령의 부르심을 들었다.  

 

그때부터 제주도청의 예산지원을 받아 하논성당 복원및 순례길 조성을 용역 조사하여 계획을 수립하였고, 하논성당순례길을 만들어  2013년 4월 개장하였다.

 

2015년에는 연동성당 소나무밭에 방치되어 있던 돌제대를 가져와 배치하여 야외 미사에 활용하였으며, 사제이자 식물학자인 제3대 에밀 타케 주임신부님을 기념하여 홍로성당까지 이전했던 코스를 따라 걷는 에밀 타케 순례길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당시 민란군과 천주교신자 사이에 대립했던 불행한 사안에 대하여, 교구장 문창우 주교님과 신축항쟁기념사업회 대표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화해의 탑을 세웠다. 이로써 사적지 하논성당 터는 천주교 제주교구의 성지가 되었다. 

 

올해 하논성당 설립 122주년을 맞아 하논성당 터에 틀낭을 기념식수하였다.

 

틀낭은 한라산에서 많이 자라는 산딸나무의 제주어로 십자가를 넉장의 하얀꽃이 있어 십자나무로 불리기도 하는 나무로써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틀낭학교도 바로 이 나무의 이름을 따 왔다.

 

오늘 기념 식수한 틀낭은 토종 산딸과는 다른 새로운 품종 '체로케산딸나무'로 빨간색 꽃이 피어 더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2010년 이후 매년 6월 12일 본당 설립일에는 하논성지를 찾았다. 그리고 무성한 은행나무의 시원한 그늘에 앉아 지나간 이야기를 오늘에 다시 되살려 보곤 하면서, 하논성당 터를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성지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묵상해 보곤 했었다. 

 

오늘은 2022. 6. 12일, 주일을 맞아 교중미사에 참례했는데, 역시나 서귀포성당의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그 많은 봉사자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믿음의 원천인 본당의 설립일을 기억해 주지 않았다.

가톨릭교회는 보편적이며 모두가 함께 하는 교회임에도 매년 설립일에는 혼자서 신앙의 못자리를 찾는 이유이다.  

 

오늘 나는 하논성지 조성을 기념하여 하논성당 터에 아주 작은 '틀낭' 한그루를 심었다.

아마도 몇 년이 지나면 이 나무에도 십자가를 닮은 꽃이 피고 열매도 맺으며 점점 자라날 것이다. 앞으로 에밀 타케 순례길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돌제대 옆에 화사하게 피어난 산딸나무꽃을 보면서 묵상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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