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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성소(聖召)의 희망, 'SPES 학교'

by 나그네 길 2022. 5. 1.

 

천주교 제주교구에는 예비 성소자들을 위한 SPES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라틴어로 SPES(스페스)란,  희망, 바람, 기대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사제나 수도 성소자를 양성하기 위한 모임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축성되는 사제 성소(聖召)가 중요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비 성소자 모임을 가지면서 사제나 수도자를 양성해 오고 있다.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성소주일 홍보 사진>

제주교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SPES학교를 운영해 왔었기에 지금까지 매년 1~2명의 사제가 서품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교회의 사제 성소는 점점 줄어들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는 그리스도교가 모든 생활의 중심이었던 유럽에서 조차 교회가 쇠퇴해지면서 사제가 부족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SPES학교의 친구들은 복음 전파와 교회 발전을 위해 더 없이 소중한 인재들이다. 

 

제주교구 SPES학교 개강 미사

부활절 다음 주일에 남부지구 SPES 학생들이 하논성지를 순례하기 위하여 찾아왔다.

하논성당은 산남지역 8개 성당의 모태가 되는 신앙의 못자리였기에, 자신들의 뿌리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순례를 오게 되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교회의 역사에 관심을 두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향후 사제로 서품되었을 경우에도 교회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며, 교회의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1900년 6월 12일 한라산 남쪽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하논성당은 하논분화구내에 있었다.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당시에는 260여 호에 1,200여 명이 살았던 비교적 큰 마을에 설립된 하논성당은 선교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유로 토착 세력들과 부딪치면서 신축교안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겪으면서 이전하게 된다.

  

그후 제주 4.3 당시에 주민들이 소개되면서 마을과 하논성당터는 불타 사라져 70여 년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잃어 버린 마을이 되어버렸다. 오늘 이렇게 잃어 버렸던 하논성당터를 찾아가며 잡초가 무성한 논두렁을 걸어보는 것도 역사와 생태 학습의 하나로 좋은 추억이 될것이다,

 

2010년에 우연한 기회에 에밀 타케 은행나무가 고고히 서 있는 하논성당터를 찾아내었다.

 

이제 하논성당 순례길을 조성하면서 초가성당 복원을 계획하고 성지화 작업을 추진 한지 겨우 10여 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역사와 자연 생태가 어우러진 하논성지로 정착하고 알려지게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논성지가 발굴되면서 에밀 타케 신부의 생태 영성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하논분화구에 호수 개발이 추진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NGO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하논분화구 습지 보전 활동을 실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인생의 여정에서 잃어 버렸던 교회의 사적지를 발굴해 내면서 이를 성지를 조성해 나갈 수 있었음은 내 개인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이었다고 믿는다. 

 

남부지구 SPES학생들을 안내하면서 하논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나 아마도 잘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학생들이 자라서 사제와 수도 성소의 길을 걸을 때에는 하논성지 순례 과정에서 느꼈던 단 하나의 사연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들이 미래는 이런 학생들이 있어 든든하다.

오늘 예비 성소자를 위한 남부지구 SPES학교 학생들과 함께했던 하논성지 순례 과정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어린 학생들이 생생한 마나 포스와 느낌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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