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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산딸나무(틀낭) 꽃과 열매

by 나그네 길 2022. 5. 28.

한라산에는 '틀낭'이 많이 자란다.

제주어로 틀낭은 열매를 뜻하는 '틀'과 나무를 뜻하는 '낭'을 합친 이름인데 '산딸나무'를 말한다.

산딸나무는 늦은 봄 5월에 십자가 모양의 하얀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를 맺는데,

넉장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을 닮았으며 예수님 수난 십자가를 만든 나무가 산딸나무로 알려지면서 십자나무로 불린다.

   

예전에는 한라산 숲속에 들어가야만 틀낭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산딸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고  하얀꽃과 빨간 열매를 맺기에 정원수로 인기가 높으며, 제주시 과학단지에는 가로수로 조성되어 있는 등 여기저기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유럽의 설화에는 원래 산딸나무(Dogwood)는 딱딱한 재질을 지니며 10m 이상 높고 크게 자라는 나무였는데,

예수님 십자가로 사용된 이후에는 다시는 십자가를 만들지 못하도록 산딸나무 가지를 지금처럼 가늘게 비비꼬아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라산에서 산딸나무를 쉽게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돌오름'인것 같다.

6월 초순, 1100도로에서 돌오름 둘레길을 걷다보면 하얀 꽃잎으로 피어나고 9월 중순이 되면 빨갛게 익은 틀낭이 오름을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많이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산딸나무의 열매를 '틀'이라 부르며 달콤한 맛이 있어 먹기도 하는데,

잘익은 틀낭 열매에 독성은 없으나 조심해야 하는 것은 틀이 달콤함에 무심코 많이 먹다보면 혓 바늘이 심하게 돋아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많이 먹게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난 주일에 제주시 과학단지를 지나다가 차를 멈추었다.

도로변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작은 산딸나무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하얀꽃을 발견하고 핸폰카메라를 대었다.

이 멋진 꽃들을 혼자만 볼 수 없어 교구청 '생태환경위원회' 단체톡에 올렸더니 "마치 눈이 내린것 같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이제는 저녁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름모를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오래전에 만났던 잡초나 또는 최근들어 보이는 야생화든 이면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 지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러고 보면 산딸나무 가로수에서 십자 모양으로 피어난 하얀꽃의 자태에 반해 운행 중인 차를 세울 정도로

내 가슴에 설래임이라는 감성이 남아 있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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