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소중한 당신' 7월호에는 제주교구의 생태 영성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틀낭학교'를 통하여, 새 정부들어 다시 추진을 시작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제주 발전을 위하여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제주민의 삶은 어떻게 더 향상시킬 수 있느냐를 연구해야 할 때이다.
<참 소중한 당신 2022. 7월호 원고>
‘틀낭학교’ 제주 제2공항 현장 탐방
한라산에는 넉 장의 하얀 꽃잎이 있어 십자 나무로 알려진 ‘틀낭’이 많이 자라고 있다. 틀낭이란 ‘산딸나무’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데, 열매 ‘틀’과 나무를 뜻하는 ‘낭’을 합친 말이다. 산딸나무는 부활 시기가 지난 5월이 되면 십자 모양의 하얀색 꽃이 피고 가을엔 잘 익은 빨간 열매를 먹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산딸나무(Dogwood)를 성스러운 나무로 여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산딸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원래 산딸나무는 10m 이상 크게 자라는 딱딱한 재질을 가진 나무였다. 그런데 다시는 십자가를 만들지 못하도록 산딸나무 가지가 지금처럼 가늘게 변했다고 전해진다. 성모성월에 한라산을 지나는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산딸나무의 꽃은 유난히도 희고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으니 신비롭기만 하다.
이러한 산딸나무는 이해인 수녀의 ‘십자나무꽃’이라는 시에서도 만나 볼 수 있는데,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떠올리는 애절한 느낌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더 아름답게 살아, 당신을 닮은 기도의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눈물이 되겠습니다. 기쁨이 되겠습니다.”
또한 100년 전 제주에서 사제이자 식물학자로 불렸던 하논성당 주임 에밀 타케 신부도 십자가를 닮은 틀낭을 채집했다는 기록을 편지로 남겼다. “요즘 제게 없는 풀들을 몇 가지 여기저기 찾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아직도 두 송이 십자화(十字花)와 두 송이 성상화(星狀花)를 건조통에 넣어 놓고 있습니다.”(1908.1.5 타케 신부가 뮈텔 주교에게 보낸 편지) 이렇게 틀낭은 여기저기 우리 교회와 인연이 많은 나무인 것 같다.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2018년부터 생태 영성 활동가 양성을 위한 ‘틀낭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신자 교육 프로그램에 한라산에서 자라는 나무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좀 특이하다. 산딸나무는 십자 나무로 불리며 생태 영성의 뜻을 살릴 수 있으므로, 제주어로 ‘틀낭’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면서 비대면으로 줌(ZOOM)을 이용한 틀낭학교 교육에 신자들이 수강 참여율은 높은 편이다. 현재 틀낭학교 수료자가 500여 명일 정도로 인기 있는 것은, 일상적인 교리 교육에서는 벗어나 제주의 기후와 식물, 한라산과 용암동굴, 바다와 물과 먹거리 등 생소한 내용이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제4기 틀낭학교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코스로 120명이 수강 중인데, 인천교구를 비롯하여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강사를 초청하는 등 제주의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하여 연대 활동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틀낭학교 프로그램 중에서 제주의 미래를 찾아 제2공항 예정지를 방문한 것은 기억에 남을만한 현장 탐방이었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첨예하게 찬반 논쟁이 부딪치는 현장은 제2공항 건설 문제일 것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만들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제2공항 건설 추진은 참으로 황당한 계획이다. 제주도 인구는 2000년도 이전에 50만 명대 수준에서 현재는 70만을 앞둔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 인구 증가에 비해 관광객 증가 속도는 가히 놀랄만한 하다. 2000년도에는 연간 관광객이 400만 명을 밑돌았으나, 2016년에는 1,585만 명으로 4배 정도 늘어나면서 제주 섬은 몸살로 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제주도민들은 관광객이 몇 배 늘어난 만큼 더 많이 행복해졌는가? 예전에는 제주도에서 미세먼지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도시에 버금가는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부동산 가격 폭등과 주거 문제 등 생활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을 뿐이다. 경제개발 시대에 제주도는 태평양의 섬나라 하와이를 부러워하면서 ‘동양의 하와이’라는 슬로건(slogan)으로 관광도시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하와이는 면적(28,337㎢)이 제주도(1,833㎢)보다 15배가 더 큰 데 비하여, 인구는 143만 명으로 2배 정도 많을 뿐이고 연간 관광객도 850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섬 제주도에 해외 유명한 섬 관광지인 하와이나 발리, 오키나와보다 3배 이상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으니 과잉 관광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제주도에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필리핀으로 수출하였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사실은 한마디로 제주 섬의 포화 상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항을 하나를 더 건설하려는 제2공항 개발 현장을 찾은 틀낭학교 수강생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날 우리는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하여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합의한 후 도민 여론조사를 했는데, 다행스럽게 반대가 많아 공항 건설 추진이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2공항을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제주도민들이 걱정이 크다.
현대는 생태 환경을 무시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제 제주는 난개발이 아닌 가장 제주다운 것을 추구하면서, 우리 공동의 집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끝
2022.7월호 원고
글쓴이 오충윤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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