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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제주의 보리수 '볼레낭'과 석가의 보리수, 슈베르트 보리수

by 나그네 길 2022. 7. 8.

지난 달, 강화도 지역에서 산업시찰 중이던 친우가 보낸 보리수 나무 관련 문자를 받았다.

"강화도 성공회 성당에 피나무가 있는데, 보리수 나무라고 적혀 있어서 궁금?" 하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가톨릭 신자인 내가 성공회 성당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것 같다.

 

보리수나무(볼레낭) 열매

제주도에서는 보리수 나무는 '볼레낭' 또는 '벌레낭' 이라고 불린다.

열매 이름 '볼레(벌레)'와 나무의 '낭'을 합한 이름인 볼레낭은 바닷가에 있는 작은 절벽이나 큰 바위 틈에서 3~5m 정도 크기로 잘 자라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볼레낭 잎파리 뒷면은 은색이며 나뭇가지는 늘어지는 특성이 있고, 가지 밑에 달린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따먹기에 좋다.

 

서귀포시 보목동의 옛 지명을 '볼래낭개' 라고 불렀다.

바닷가 작은 포구를 제주어로 '개맛'이라고 하는데, 보목동에 있는 개맛에는 볼레낭이 많이 있어 지명이 되었던것 같다.

아래 사진은 보목동의 구두미 포구로 지금도 오른쪽으로 보이는 나무들 중에는 '볼레낭'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적 볼레낭이라고 불렀던 나무의 이름이 보리수로 알게 되면서 의문이 일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서 수행을 하다가 해탈을 하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재 작곡가 슈베르트의 교황곡 '겨울나그네' 중에서 가곡으로 불려지는 '보리수'의 가사에서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라는 노래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제주의 보리수, 바위틈에서 조금은 지저분하게 2~3m 정도 늘어지는 볼레낭 가지 아래에서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부처님이 참선을 하거나, 단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도보리수 나무, 사진 위키백과>

정작 석가의 해탈과 관련된 보리수는 '인도보리수'라고도 불리는 '보오나무'로 우리 제주도의 보리수와는 다른 나무라고 한다. 보오나무는 상록교목으로 키가 30m에 이르기에 더운 인도지방에서 그늘에 앉아 참선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불교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 중국 원산인 '보리자나무'를 흔히 보리수나무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피나무류 식물이다. 또한 사찰에는 이 피나무류 종류인 염주나무가 많이 심어져 보리수나무로 알려지기도 한다. 

 

<밀양 포충사에 있는 염주나무>

이는 인도보리수나무는 우리나라의 온대성 기후에서는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사찰에는 이와 비슷한 피나무류의 보오자나무와 염주나무를 심었다고 하며 흔히 석가모니 해탈과 관련된 보리수나무 대신 활용하고 있다. 

 

<강화도 성공회성당에 있는 보리수(피나무) 사진 달빛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의 보리수는 린덴바움이라는 유럽 피나무이다.

이렇게 피나무가 우리나라 곡명을 보리수라고 번역이 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피나무 종류를 보리수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으로 잘못 된 번역이라고 한다.

 

피나무과(Tiliaceae)에 속하는 낙엽교목은 키는 10m 정도 크게 자라는 나무로 제주도의 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나무인데,

아래 사진 정도 크기의 나무가 되어야 그 그늘 아래서 단꿈을 꿀 수 있을 게다.

 

볼레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가운데 보리수로 알려진 여러가지 나무들을 볼 수있었다.

아래 사진은 제주에서 '폿볼레낭(폿벌레낭)'이라고 부르는 나무인데, 이를 보리수나무라고 포스팅 한 것도 보았다.

 

제주어로 폿볼레낭은 열매 볼래가 아주 작아 팥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폿볼레'로 불리고 있는데. 이 나무는 해안가보다는 목장지대 또는 오름 등성이에서 흔히 볼 수있는 나무로 크기는 2~3m에 불고한 작은 나무이다.

 

<폿벌레낭, 사진 : 나눔인생>

열매와 잎파리는 작지만 볼레낭과 비슷하고 또 빨간 열매가 익으면 따 먹기도 하지만, 나무의 가지가 자라는 형태 등으로 보면 '폿볼레낭'은 제주 보리수나무 '볼레낭'과는 다른 나무이다.

 

<폿볼레>

우리 어릴적에 제주의 보리수 '볼레낭'과 헷갈리게 만들었던 같은 이름의 보리수 나무 -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런 정도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해탈을 하거나 그늘에서 단잠을 잘 수는 없을 것이었다.

결국 부처님의 참선을 하였던 인도보리수나무와 슈베르트 가곡의 보리수(피나무류의 린덴바움)는 모두 다른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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