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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해성유치원 이전을 보며...

by 나그네 길 2013. 6. 26.

서귀포시 지역에도 아주 오래되고 전통있는 유치원이 하나 있다.

서귀포성당에서 6.25전쟁이 한창인 1952년에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는 '해성유치원'이다.

 

해성유치원은

설립된지 60년도 넘어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만아니라,

아동들이 교육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산남지역의 명문유치원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해성유치원은 

1952년 서귀포성당 원요한 신부님에 의해 정식 개원되었는데

개원 이전부터도 이미 유치원은 운영되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70대 서귀포성당 신자 형제님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여섯 살때에도 해성 유치원이 있었으며

그 때에는 성당 마루바닥에 앉아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고 말하는 것을 볼 때 유치원의 역사는 최소한 65년이상 오래 되었을 것 같다.

 

 

해성유치원은 서귀포지역 교육의 산실이었다.

설립 당시 농촌지역에서는 국민학교도 못 다니는아이들이 태반이었을 때

취학전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 교육은 정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아마 서귀포성당의 아일랜드 출신 외국인 신부님들에 의한

선진 교육문화의 영향이 아니었으면 해성유치원 개원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6.25전쟁 기간에 피난온 아이들과

서귀포지역 신자 아이들이 어울려 아동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전통이 지속되면서 해성유치원은 서귀포 지역의 명문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 같다.

 

 

예전부터 해성유치원 원장은 서귀포성당 주임신부가 겸직해 오고 있으며,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소속 수녀님 유치원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수녀님들이 실시하는 유치원 교육은 가톨릭교회의 전통에 따라

아이들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 왔으며

 

어디보다도 깨끗하고 밝은 회계처리로 추가 비용이 없는 

유치원 교육비가 가장 낮은 유치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등

해성유치원 출신아이들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예전에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해성유치원 출신들은 별도로 분리하여 모든 반에 골고루 배치하였다고 한다. 

 

 

요즘은 서귀포지역에도

여기저기 유치원들이 많이 생겨나서 원아들을 모집에 조금 애로가 있지만

1990년대 까지만 해도 해성유치원 원아 모집은 항상 선착순이었다.

 

유치원 원아는 보통 60명을 모집하였는데

원서접수일이 다가오면 부모들이 서귀포성당 주변을 서성거리며 치열하게 눈치를 보게된다.

 

보통은 접수일 2일전 아침부터 줄을 서게 되는데

누군가가 먼저 유치원 앞에 줄을 만들기 시작하면 2~30분 사이에 벌떼처럼 몰려와서 줄을 만든다.

만약 줄을 서다가 화장실에라도 가게 되면 바로 줄이 사라져 버리고 맨뒤로 가야한다.

 

 

그래서 해성유치원 선착순 줄은 끈기의 싸움이다.

부모 형제 자매들이 교대로 줄을 서면서 이틀밤을 꼬박 세워야 해성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다.

줄을 서다가 화장실에라도 가버리면 바로 줄이 줄어든다.

 

어느 해에는 3일동안 밤낮없이 줄을서서 기다리는 부모들이 안타까워

추첨을 하자는 제의도 있었는데 그 당시 수녀님이 말하기를

"해성유치원에 보내려면 부모들이 그 정도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선착순 모집은 계속되었으며 서귀포지역의 명물 풍경으로 자리잡았었다.

 

우리 아이들도 아들 딸, 둘다 해성유치원을 다녔는데

다행하게도 '가톨릭 신자 자녀 우선 모집' 이라는 방침에 따라 줄을 서지는 않았었지만, 

일부 엄마들은 신자 자녀 우선 모집에 편승하려고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현상도 있었다.

 

이러한 전통있는 해성유치원이 왜 이전을 추진하고 있을까?

먼저 시설이 너무 낡고 빈약하여 명문유치원으로서의 위상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언제나 새롭게 변화하는 것인데

해성유치원은 서귀포성당 한 쪽에 낡은 2층 건물에

변변한 놀이터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등

요즘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 환경의 질적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핵가족화로 인하여 아이들 숫자는 감소하는데

서귀포 지역 유치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으로 있어

해성유치원도 어느새 원아 모집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이전하지 않으면 안 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해성유치원 건물은

1980년대 지상 3층 블록조 콘크리트로 건축되어

당초에는 1층 유치원, 2층 성당교육관, 3층은 수녀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해성유치원에서 유아반을 증설하면서 2층까지 사용하게 되었고 

1~2층 교실을 넓히고 화장실을 새로 만드는 등 여러 번에 걸쳐 증축하였는데

성당에서 하는 일이 대부분 그렇듯이 건축허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한 것 같았다.

 

바로 말하면 불법건축물에 유치원이 있다고 할 까?

 

 

2012년도에 제주도교육청에 의하여 전도 유치원 건축물에 대한 감사가 있었는데

건축물대장에 용도가 '성당'으로 되어 있는 2층을 유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건축물의 용도를 '유치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 받아 시정조치하도록 통보되었다.

 

따라서 건물 2층을 '유치원'으로 용도변경 추진하는 과정에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미 불법 증축된 건축물을 원상복구 해야 하며,

소방시설을 추가하고 비상시 어린이 대피용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적법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산이 약 2억5천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문제는 이렇게 용도를 정상적으로 변경하였을 경우에는

현재보다 더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유치원 반을 줄여야하게 되었고

현재 성당 한편에 있는 낡은 유치원 건물로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되었다.

 

 

따라서 이전을 비롯한 유치원 운영 전반에 관한 여러가지를 비교 검토한바,

 

서귀포시 서홍동 북초등학교 뒷편에

교구청 소속 800여평 부지가 있는데

이 부지는 위치가 아파트 단지 주변이며

교통이 편리하여 해성유치원을 그곳으로 이전하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당시 서귀포성당 김귀웅 주임신부는

해성유치원을 서홍동으로 이전하는 것이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고,

유치원 건축비가 약 7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서홍동 소속 구역이 서귀복자성당 지역이므로

유치원 관할은 복자성당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교구장님께 보고하게 되었다.

 

이에 주교님께서는 서귀포성당의 의견을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서귀복자성당 한재호 주임신부에게 해성유치원 신축 이전을 책임지도록 하였다.

 

복자성당 한재호 신부님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지만,

부지런한 신부님의 성품에 따라 다각도로 유치원 이전 사업을 검토하였으며,

 

'해성유치원'을 현재의 복자성당 부지내에 신축 이전하기로 하고

건축비는 약 15억원을 투입하여 최신식 유치원 건물을 짓는 것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언제나 문제는 돈이었다.

복자성당에서 갑자기 무슨 돈 15억원이 있어 유치원을 지을 것인가?

결국은 신자들에게 유치원 건립기금을 약정하게하고 다른 성당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시에는 건축비를 복자성당에서 9억원

서귀포성당에서 6억원을 책임지도록 신부님들끼리 논의했다는데 

그 이후에는 내가 관여를 하지 않아 자세한 건축비 분담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복자성당에서는

모든 신자가 유치원 신축기금을 약정하였으며

모자란 부분은 한재호 신부님께서

서울로 광주로 동창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을 찾아 다니면서

미사 중에 기타를 치면서 유치원 건립기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하였다.

  

 

 해성유치원 신축 이전을 기원하는 묵주기도 100만단을 바치면서

사랑의 성모님께 기도합니다. 

 

자기들만 최고의 선으로 자처하는 <완장>을 찬 사람들에게도 강복하시고, 

갈데없는 무지하고 불쌍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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