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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강강술래, 춤추는 실험미사(2013.9월)

by 나그네 길 2013. 9. 17.

강강술래의 구수한 가락에 맞추어

덩실 춤을 추며 찬양을 드리는 미사가 있었다.

 

매월 세째주 월요일 저녁에 노형성당에서는

현요안 신부의 주례로 제주교구 문화찬양치유 실험미사가 있는데

이 달에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성인을 기리는 컨셉으로 미사가 진행되었다.

 

 

지난 해부터 매달 새로운 주제로 드리는 실험미사는 

현요안 신부님이 주관하고 있는 가톨릭 문화기획 IMD 관계자들이 준비해 주고 있다.

 

이번 달에는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독특한 모양의 남여 모형의 인형이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 배치하였으며,

제대 앞에는 꽃꽂이 대신 103위 순교성인 액자를 놓았다.

 

춤추는 모형의 인형은

현요안 신부님이 순교자 성월을 맞아 특별히 주문 제작하였는데

우리나라 전통 한복을 입은 남자와 여자가 덩실 춤을 추는 형태이며

그 외에 고통이나 승천하는  모형이 인형 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실험미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명과 음향이다.

사제는 이동식 마이크를 이용하여 미사를 집전하며,

미사 중에 조명으로 분위기를 잡아준다.

 

아래 그림은 위쪽과 똑 같은 사진인데도

조명에 따라 제대의 분위기는 이렇게 달라 보인다.

 

 

 이 달에는 미사참여에 따른 준비물이 많았다.

둥근 나무테에 구멍을 파고 나무십자가를 만들어 꼽아놓았고,

양초와 상본  2개 및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서와 필기구를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실험미사에 사용하는 여러 종류의 소품들은

현장에서 실비를 받으며 판매를 하는데 이번 달은 2,000원을 받았다.  

 

 

미사 시간이 가까워 지면 서귀포성당 신자들이 안내 봉사를 한다.

이름 표찰을 써주고 미사소품을 정리하고 판매를 하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보낸다.

 

본당 주임신부님이 주관하고 있는 실험미사에

서귀포성당 신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안내와 전례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서귀포성당 신자들이

실험미사에 대한 참여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무슨이유일까?

 

지난해 중문성당에서는 버스가 모자라 봉고차까지 가득타고 왔다고 하던데

버스는 커녕 겨우 봉고차 한 대를 채울까 말까?

 

그나마 여기 보이는 형제자매님들이 

단골로 실험미사에 참여하고 있어 겨우 본당의 체면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미사시작 전에는

제대 앞으로 한 사람식 나가 점토판에 기도문을 쓴다.

 

이번 달에는 니케아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 점토에 쓴 기도문은 동판으로 제작하여 연말에 전시할 예정이다.

 

나도 덕분에 점토판에 글을 써 보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어울리며 함께 쓴 기도문을 자세히 보면 매력이 있어 보였다.

이 기도문이 동판으로 제작되면 과연 어떤 예술품이 될지 기대가 된다.

 

 

 

미사가 시작되면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사제가 입당을 하고,

 제대 앞에 꿇어 앉아 실험미사의 전통대로

먼저 분향과 함께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거행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순교자 성월에 대한 실험미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나서

한국순교 성인들을 위하여 강강술래 가락에 맞추어 기도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전통 춤 강강술래는

서로 서로 손을 잡고 추는 춤으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잘 드러낼 수 있다.

 

강강술래의 음률에 맞추어

한국의 순교성인 103위 성인 호칭기도를 노래하는데,

사제가 선창을 하면 신자들이 강강술래 후렴으로 화답을 하게 된다.

 

사제 : 성~김대건 안드래아~,       

신자 : 강~강~수월~래~              

사제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신자 : 강~강~수월~래~              

 

 

무려 25분 동안 계속되는 103위 성인호칭기도는

사제가 제대 앞에서 손짓과 함께 덩실 덩실 몸을 흔들며 선창을 하고

신자들은 후렴을 부르며 인형을 안고 함께 춤을 추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순교 성인들이 고통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천상 교회와 지상의 교회가 서로 서로 손을 잡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었다. 

 

 

이 실험미사에 처음 참례한 신자들이나

또는 미사의 엄숙한 분위기에 젖어 있던 신자들은

처음으로 해보는 강강술래 103위 호칭기도에 어색함을 보였다.

 

춤추는 인형을 가슴에 품어 그냥 기도를 하기도 하고

어쩔 줄을 몰라 인형을 옆사람에게 넘겨 버리기도 했는데

 

사제의 구수한 강강술래 가락이 지속되고

춤추는 인형들이 여러번 돌아가게 되면서 저절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되었다.

 

 

강강술래 춤추는 미사를 처음 접하면서

모든 신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의 가락을 따라 부르며

성당을 빙둘러 돌아가며 춤을 추웠으면 싶었다.

 

103위 성인호칭기도를

온 몸으로 춤을 추며 기도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순교성인들과

이 시대의 우리들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실험미사에서는 언제나 독서는 없다.

 

사제가 복음서를 들고

"주여 찬미를 받으소서~ 알렐루야!"

성가에 맞추어 복음서로 성호를 그은 다음에 제대 앞에서 낭독한다. 

 

그리고 강론 대신에 시리아 내전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다.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에 의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와 민간인들까지 무참하게 살해당한 참상을 보고나서

사제는 시리아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자고 권고한다.

 

각자가 준비한 촛불을 켜고

나무십자가의 둥근 나무판에 올려 놓고

시리아의 평화와 이 시대의 순교를 위하여

우리가 무었을 실천하고 희생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상본에 자신이 실천할 사항을 적고 나무십자가에 붙이도록 한다.

 

"순교에는 3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신앙선조들이 피 흘려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적색순교이다. 

 

둘째는 성모님과 같이 일생을 깨끗한 순명으로 살아가면서

증거의 삶을 살아가는 백색순교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녹색순교가 있는데,

이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서 파괴의 문화와 반생명적인 흐름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삶을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신앙선조들은 적색순교를 하였고,

사제나 수도자들은 백색순교를 하고 있지만,

 

우리 평신도들은 아름답게 자라나는 신앙의 후손들을 위하여

녹색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요안 신부님 강론 중에서)

 

 

이제는 촛불과 나무십자가를 들고 차례로 나와

신부님의 안수를 받는다.

 

100여명의 신자들에게 안수를 주는 동안

신자들은 묵주의 기도 '고통의 신비'를 바친다.

 

현요안 신부님은 미사중에 안수를 주실 때에는

모든 열과 성을 다바쳐 기도하면서 방언으로 말하면서 안수해 준다.

 

 

신자들이 나무십자가와 촛불을 제대 앞에 봉헌하면

오늘의 제대가 완전히 완성되었다.

 

강강술래 춤추는 인형들과 함께 

나무십자가 받침대에서 촛불이 불타 오르고

 

신자들이 정성을 다하여 봉헌한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절재와 실천을 약속하는 상본이 어울려 

오늘의 제대는 꽃꽂이가 없어도 아름답기만 하다. 

 

 

성찬의 전례부터는 

미사예식서의 정해진 바에 따라 바쳐야한다.

가톨릭교회의 공식기도는 성찬의 전례와 성무일도 뿐이다.

 

그 외의 다른 기도는 기도를 하다가 중단한다고 하여도 문제가 없으나,

성찬의 전례 감사송부터는 교회에서 공식으로 정해진 예식과 기도를 바치지 않으면

정당한 미사로서의 효력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가위 열이틀 밝은 달은 서귀포성당 종탑위에 걸리었다.

 

다음 달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

로사리오를 컨셉으로 하는 또 다시 새로운 형식으로 준비되어

세째주 월요일이 되면 변함없이 문화찬양치유 실험미사가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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