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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하논에서 강정까지(영등포성당 복사단)

by 나그네 길 2014. 1. 8.

 춥지 않은 겨울비가 산산이 내리는 날 아침,

하논성당 순례길을 함께하기 위하여 영등포성당 복사단과 만났다. 

 

수녀님과 대표엄마 등 20여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순례단이었지만

겨울철 복사단 연수 프로그램을 제주에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등포성당 복사단과 하논성당길을 함께하게 된 것은

교구순례길 홈피에 내 블로그의 하논길안내 포스팅을 연계해 놓은 덕분이었다.

 

복사단 대표 엄마가 제주도 연수를 기획하면서 연락이 왔었는데

일정이 평일이었지만 어린 복사단들이 순례길에 혼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그 후로도 대표 엄마는 여러차례 통화를 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가장 좋은 순례일정을 준비하려는 그 열성이 감동적이었다.   

 

 

영등포성당 복사단 순례 일정을

하논성당길과 생명평화의 강정마을로 한것은 아주 바람직한 결정인것 같았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는

지난 성탄절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예수성탄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왜 아름다운 성당을 두고 길거리에서 미사를 지내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길거리 미사야말로 하느님 사랑을 오늘에 가장 잘 구현한 미사”라고 했다.

 

 

머지 않은 미래,

우리나라 천주교회를 이끌어 나아갈 복사단 어린이들에게

 

"예수님께서 가장 가까이 다가가시려고 노력하셨고,

항상 아끼셨던 세상의 가장 작은이들, 가장 어려운 이들,

 

그런 이들 곁에 우리 가톨릭 교회가 함께하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 대열에 낄 수 있다."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몇 천년 전, 또는 몇 백년 전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친 곳을 우리가 몇 백만 원씩 들여서 순례하기 전에,

 

살아있는 우리 형제들이 정의에 목말라하면서,

불의에 항거하면서 울부짖고 싸우고 얻어맞고 끌려가서 감옥에 갇히는,

 

그러한 오늘의 순교적인 현장들을 순례하면

 예수님께서 훨씬 더 기뻐하시고 우리를 어여삐 여기실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논성당 순례길에서는

천주교회의 전래 역사와 제주민들이 아픈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다.

 

이 복사들이 자라서 우리 교회의 동량이 되었을 때

제주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하논성당터에서는

제주지역 천주교 전래 초기 지역토착세력과 마찰에서 일어난 '신축교안'

 

세간에는 '이재수의 난'으로 더 알려진 1901. 5월 신축교안으로

 천주교인 600여명이 농민반란군에 의하여 피살되는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

(조선 조정의 피해자 조사 : 천주교인 309명, 일반인 8명 피살) 

 

 

그리고 4.3때 잃어버린 하논마을,

 

1948. 4. 3일 무장대 350여명에 의해

제주도내 12개 경찰지서 습격을 시작으로 일어난 4.3사건에서

 

25,000~30,000여명이 제주도민들이 피살되었으며,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의 피해자 : 총 1만4028명 중,

10세 이하 814명, 61세 이상 노인 860명, 여성 2985명)

 

이 중에서 80% 상당은 서북청년단 등 토벌군, 20%상당은 무장대에 의한 학살이었다.

 

 

자연생태와 지질학의 보고 하논,

 

5만년전에 가스의 폭발로 이루어진 마루형분화구는

당초 호수였다가 500여년 전부터 논농사를 지어오고 있었는데,

하논에 물을 담아 호수를 만드는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호수가 만들어 질 경우,

하논 지역의 역사는 물론 아름다운 자연과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가 수장되어 버리고

호수로 인한 기후의 변화와 각종 수인성 질병 등은 고스란히 힘없는 서귀포시민들이 몫이될 것이다.  

 

 

 

생명 평화의 강정마을,

 

"너 강정아, 너는 보잘것 없는 시골마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의로우신 분이

온갖 죄인들과 같은 눈높이로 내려가셔서

그들의 좌절과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시면서,

그들을 모든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키기를 원하셨다”

 

오늘 생명평화 미사는

신제주성당 현문권 신부님 주례로

 

100여명이 신자들이 우산과 천막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2007년 강우일 주교님이

제주의 평화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목교서 발표 이후, 

무려 6년여간 마을주민과 함께 반대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공사장 입구에서

이러한 길거리 미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길거리 천막미사는 여전히 진행되었고

공사방해를 우려하여 저 멀리 배치한 경찰과의 대치도 여전히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강정마을에서 이루어 지는 해군기지 공사로 인하여

가톨릭교회와 제주경찰은 어느새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제주바다 강정포구에서

해군기지 방파제가 건설되는 현장을 바라보는 복사단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가슴 속에는 이런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현장에서

어떠한 눈으로 이런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강정의 우울한 현장을 둘러보고 숙소인 면형의집에 짐을 풀었다.

아이들은 금방 잊혀진다.

짜장밥과 오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나 머지 않은 훗날,

우연한 기회에 하논 순례의 추억과 강정의 아품을 기억할 것이다.

 

 

 

 

 

 

 

 

 

 

 

 

영등포성당복사단과

이 순례를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신 수녀님과 대표 엄마에게

남은 기간 동안 즐거운 제주도 연수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제주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도문

 

풍성한 바다로 저희를 축복해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아름다운 오름과 돌과 숲으로 제주를 빚어주신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모진 바람과 파도와 역사의 아픔을 겪고도 좌절하지않고,

인고의 삶을 이어오도록

저희조상님 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지켜주신 하느님, 미 받으소서!

제주가 지난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된 평와의 섬이 되게하여 주소서!

 

이제 참된 평화를 이루기위하여

저희가 물질적인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주소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개발 의 포로가되어

주님께서 은혜로이 내려주신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소서!

 

인간들이 의지하는 군사력이

결코 이땅의 평화를 지켜주는 보증의 될수없음을 깨닫게 하여주소서!

"칼을 잡는 자는모두 칼로 망한다." 는 주님의말씀을 깨닫고

인간들이 만든 무기와 힘에 의지 하기보다

주님의 자비와 권능에 의지하게 하여주소서!

 

주님께서 손수 민족 들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어주소서!

그러면 저희가 칼 을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쳐서 낫을 만들리이다.(이사.2,4)

 

주님, 이 제주가세상에 참된 평화를 실현하는 낙원이 되게하여 주소서!

우리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07. 10 .1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 우 일 베드로 주교 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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