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에
친족들이 모여 집안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몇대 조의 족보를 살펴보니 딸들이 이름은 없고
아들 중심으로 족보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나라 족보는 유교 문화에서 이어온
남존여비 사상의 산물이라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중에
이천 년전 이스라엘 민족 예수님의 족보에 들어 있는
성경의 여인들을 떠 올리게 되었다.
신약성경의 첫 번째 책,
마태오 복음은 예수의 족보로 시작된다.
아브라함으로 부터 시작하여 '누구는 누구를 낳고'를 지루하게 이어가다가
42대 째에 "그리스도라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 나셨다"고 족보 소개를 마친다.
그런데 그 예수의 족보에는
이천 년전에 쓰여 졌음에도 특별히 다섯 여인이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볼 수있다.
그 다섯 여인 중에 예수의 모친 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수님의 족보에 끼어 들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여자들이었다.
당시 유대인의 족보에는 가문을 대표하는 남자와 대를 잇는 맏아들만 기록했다.
그런데 마태복음 족보에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데,
그것도 모두 죄를 지었거나 또는 이방인 여인들이었다.
왜 이러한 여인들이 예수님의 족보에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첫 째 여인 '타마르'>
"유다는 타마르에게서 페레츠와 제라를 낳고"
<창녀로 변장한 타마르와 시아버지 유다>
타마르는 유다의 며느리이다.
요새 말로하면 시아버지와 근친상간을 하여 아들을 낳은 것이다.
타마르의 남편 큰 아들이 죽자 당시 '형사취수제'에 따라 둘째 동생에게 재취했다가
둘 째도 악을 행하여 죽게 되자 유다가 셋째 아들에게 다시 주기를 꺼려 하였다.
그러자 타마르는 창녀로 변장하여 유다를 속이고 관계를 가져
시아버지에게서 쌍둥이를 얻게 된 것이었다.
<둘 째 여인 '라합'>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정탐꾼을 숨겨 주는 라합>
라합은 멸망한 예리코성의 창녀였던 이방인 여인이다.
모세의 제자 여호수아가 예리코성을 치기 위하여 두명의 정탐꾼을 보냈는데
창녀 라합은 하느님께서 예리코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었다는 믿음과 용기로
그 정탐꾼들을 숨겨 주면서 성의 멸망을 돕고 가족들의 목숨까지 구원을 얻은
예리코성의 입장에서는 변절자이기도 한 여인이다.
<세 째 여인 '룻'>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보리 이삭을 줍는 이방인 여인 룻>
룻은 모압여인이었는데
모압인은 광야 여정에서 이스라엘을 방해한 이유로
'여호와의 총회'에 못 들어오리라 공포된 이방인 민족이었다.
그런데 룻은 현숙함의 모델이 되는 여인으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순종의 신앙으로 보아즈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족보에 기록된 여인이 되었다.
<네 째 여인 '밧 세바'>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다윗왕이 훔쳐보는데 목욕하는 여인 밧 세바>
네번째 여인 '밧 세바'는 아예 본명도 언급되지 않는다.
밧 세바라는 이 여자는 '우리아의 아내'라 불리는 간음한 여인이다.
다윗왕은 부하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 세바와 마음을 품고
우리아를 전쟁에 내보내 죽게 만든 다음에 밧 세바를 취하였는데,
그 후 아들을 낳았으나 하느님의 노하여 죽게 만들어 버렸다.
이에 크게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회개한 다윗은
솔로몬이라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왕을 낳았다.
이는 누구나 죄를 지을 수는 있는데 죄에 대한 벌은 받지만,
그 죄를 회개하면 다시 더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을 알 수 있다.
<다섯 째 여인, 성모 마리아>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 나셨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예수의 족보를 언급해 오다가
마지막 장에 와서는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라면서
성모 마리아 중심으로 족보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까지는 남자 중심의 족보였지만 요셉이 예수를 낳았다고 하지 않고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예수"가 태어 났다고 끝을 맺고 있는 것을 보면
여자인 성모님이 그리스도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
이렇게 이천 년 전에 만들어진 예수의 족보에서
최고의 자리는 남자가 아닌 성모 마리아가 차지하고 있다.
마리아는 다른 족보 여인들에 비하여 안되겠지만
당시 시각으로 동정녀 마리아를 불륜한 여자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그리스도의 족보라면 좀더 멋진 더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도 있었는데,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런 여인들을 적시하고 있다.
성경은
'용비어천가'처럼 조상을 억지로 우상화한 거짓 족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며
또한 구원자는 어디에서도 오신다는 말씀을 묵상하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여자들이 예수의 족보에 올라 있는 것일까.
그 여인들에게는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순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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